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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롱 Oct 03. 2024

x도 없이 안식년 36-48주 차: 퇴사 11개월

마지막 글 이후의 지난 3개월을 되돌아봤다

 6월에 세 곳의 외국계 기업 면접을 연달아 보고 추가로 몇 곳에 서류를 제출했지만 7월, 8월 두 달간은 별다른 소식 없이 마음수양(?)을 하며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 글을 쓴 지 어느덧 3개월(7-9월)이 지나 바람이 제법 선선해진 10월이다. 지난 3개월의 궤적을 다시 살펴보면,


 - 일본어 능력 시험 JLPT N3 합격 

 - 영어 PT를 포함한 한 곳의 면접. 무려 1시간 동안 3:1 면접 

 - 블로그 체험단 통한 TCI 검사, 버크만 심리 성격, 진로 검사

 - 8월부터 두 달간 주 2-3회 러닝 (그리고 이사하면서 무릎 부상으로 중단)

 - 거의 2년 만에 운전 

 - 가야금 / 테니스 원데이클래스, 뮤지컬 관람, 각종 강연 참석 등

 - 임플란트 2차 수술, 보철물 제작 : 1월 발치하고 무려 9개월간의 여정 

 - 이 악무는 습관 때문에 스플린트 제작, 끼고 수면 시작

 - 서울에서 인천으로 이사 : 거의 20년 만의 서울 생활 정리

 - 중급회계 강의 수강 시작 


 막상 뭔가 많이 했다 싶었는데, 쓰려고 보니까 많지는 않다. 


 9월 초 면접에 가니까 '1년 쉬셨는데...'라고 면접관 한 분이 말씀하셨는데, 정확히는 퇴사한 지 이제 11개월. '안식년'을 생각하기는 했지만, x도 없이 쉬는 것에 대한 초조함과 불안감 때문에 원래 했던 경력을 살리려고 조금씩 입사 지원서를 내며 4개월을 보냈다. 그런데 몇 곳의 면접을 보면서 '이제 이 경력은 끝이 났나 보다' 싶었다. 설명을 잘 못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연봉 7천 넘게 받으며 일하다가, 갑자기 긴 시간을 '그냥 쉰다'는 부분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 같았다.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것도 아닌데, 조금 쉬려고 했다가 경력단절여성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마치 임재범 '비상' 노래의 가사 같달까 : "누구나 한 번쯤은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순간이 있지

그렇지만 나는 제자리로 오지 못했어. 되돌아 나오는 길을 모르니")

 

 사실, 지금쯤이면 뭔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이전에 하던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줄 알았다. 혹은 이미 하고 있거나. 그런데 웬걸?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문득 오래전에 점을 봤다가 "누가 드라이브 가자고 해도 가지 말고, 차 마시러 가자고 해도 가지 말고 공부해"라는 말이 퍼뜩 떠올라서 공부를 해야 하나 싶다가도, 이 나이에 2년 넘는 시간을 아무 일 없이 공부만 매진해도 될지(그렇게 되면 공백이 3년이다), 그리고 체력적으로도 가능할지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일단 해보려고 강의를 끊고 수강을 시작했지만 그마저도 이사하면서 2주간 흐지부지 되었고. 다시 시작하려니까 '진짜 원하는 공부인가?' 의심이 발목을 잡으며 막막해졌다. 막상 이전 경력에 맞게 다시 지원을 해보려고 해도, 해당 부서가 없는 기업도 많은 직무이다 보니 마땅히 공고도 많지 않아 경력을 낮춰 다른 산업 분야, 그리고 대학교의 계약직으로도 지원해 봤지만 서류부터 탈락한 답답한 상황.


 지난 3개월간 브런치 글을 쓸 수 없었던 이유는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 부족도 그렇고 무엇보다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아서였다(얼마 전부터 읽고 있는 Hidden Potential - Adam Grant책에서도 우리가 글쓰기를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했다). 나의 많은 인풋들을 꿀꺽 삼키기만 하지 않고, 아웃풋으로 글로 남기고 싶다는 욕구는 있어서 블로그 포스팅은 그래도 꾸준히 해왔지만 내 인생과 이야기에 대해서 쓰자니 생각이 많아 복잡했다. 

 지금도 어떻게 살 것인지(살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이 완벽히 정돈된 상태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일단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면서 지내려고 한다. 다만, 마음먹었던 안식년이 끝나가고 있는 만큼 이제는 '쉼', '마음 회복'에 초점을 맞춰 이것저것 체험해 보며 쉬기보다는, 해보지 않았던 분야로 지원도 계속하고 공부하면서 다시 조금씩 뛸 준비를 해 보기로. 그리고 다음에는 일하면서 나를 갈아 넣는 일이 없도록, 또 다시 번아웃이 오지 않도록 마음가짐도 정리해 보고. 

 

 x도 없이 안식년 36-48주 차, 7월-9월 3개월 (후딱) 끝남! 

 안식년 종료 얼마 안남았으니 멋지게 장식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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