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글 이후 모험 가득했던 지난 4개월
마지막 글 발행하고도 4개월이 다시 지났다. 이제는 '안식년'이라고 불러도 괜찮은지 의문이 드는 시점이 왔다. 1년 8개월을 쉬고(쉬었다기보다 수입 없이 생활했다는 표현이 더욱 적절할 듯), 1년 9개월 차에 접어들었으니.
안식년 관련 마지막 글을 올리고 지난 4개월 넘는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사실 한 곳의 기업에 운 좋게 합격하여 열심히 일하기도 했다. 일주일 동안 일하면서 혼자 남아 불 끄고 집에 간 것이 3일이었는데, 일만 많은 것이었다면 그냥 꾹 참고 했을 것 같은데, 회사의 분위기나 사람(텃세 등), 부서의 상황 등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이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많은 고민 끝에, 출근 후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퇴사하기로 했다. 일주일 만에 퇴사를 하는 것이 가능한가 싶은 때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그 당사자가 되어 버렸다. 어쨌든,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는 2개월은 공부만 했다.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문 자격시험에 도전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하고 퇴사 후 3일 만에 공부를 시작했다. 그런데 마음가짐 정리나 준비과정이 짧았던 것일까. 아니면 합격 가능성이 낮은 공부를 해서 불합격했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이 너무 커져서였을까. 하루 11-12시간 공부하면서 2개월을 보내고는 또다시 지쳐 포기를 해버렸다.
사실 한 곳의 기업에 합격하고 일을 다시 시작할 즈음, 그리고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브런치에 ‘안식년 종료'라고 글 초안을 써놓았다. 그때마다 퇴고를 못해서 올리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금은 염두에 두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늦게나마 반성 아닌 반성을 해본다.
약 2개월간 공부만 하다가 다음 2주 정도는 오락가락했다. '내가 여기서 또 포기하면 안 되지 않나?'라는 생각과 '근데 1년 만에 합격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주변 여건이나 내 마음가짐도 완벽하지 않은데 계속하는 게 맞나?'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일단 바람을 쐬고 와야겠다 싶어 다시 떠나버렸다. 길지 않은 여행이었지만, 머리를 식히면서 최저시급을 받더라도 무슨 일이든 다시 일을 하며 돈을 조금이라도 버는 것이 맞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그런 결정이 무색하게 귀국을 이틀 앞두고 여행지에서 발목을 크게 다쳐버렸다.
어찌어찌 도움을 받아 혼자 어렵사리 귀국을 하고, 주말 지나 월요일에 병원을 갔더니 골절과 인대 완전파열. 잘못하면 수술을 해야할 수도 있다는데 일단 깁스는 최소 4주를 해야 한단다. 무슨 일이든 지원해서 돈을 벌 생각이었는데, 당장 움직이기가 쉽지 않으니 이 마저도 실행에 옮기기 어렵게 되어 버렸다.
조급한 마음에 외국 AI 관련 사이트를 통해 돈을 벌어볼까 해서 지원했는데, 나중에 정신 차리고 보니까 내 모든 개인정보를 다 줬더라. 합법적인 회사인지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뭔가에 홀린 듯이 나의 신분증 사본과 생체정보 등을 제출하고 하룻밤 지나 '아차' 싶어 다음에 다시 알아보니까 이미 때는 늦었음. 혹시나 싶은 마음에 명의도용 방지 등 서비스를 가입하고 사이트 측에 개인정보 삭제 요청을 했다. 아직도 답은 받지 못했지만...
혼자 온갖 삽질(?)을 하다가 또 힘이 빠져 버렸다. 일을 벌리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지, 대체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지.
지금까지 다른 사람에게 폐 끼치지 않고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안식년, 그리고 퇴사를 결정한 것부터 살면서 한 모든 결정들이 나름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것이었다. 모든 시도들 또한 잘 되려고, 잘하려고 했던 것뿐인데, 집 계약도 그렇고 뭔가 하려고 하면 할수록 일들이 꼬이는 기분이다.
몇 달 전 답답한 마음에 신점을 봤을 때, "올해는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게 현실이 되는 것인지... 몸까지 망가져버리고 움직일 수가 없으니 더욱 답답한 마음뿐이다.
그래도... "안식년 종료"라고 당당하게 글을 올릴 수 있는 날을 기약하며, 빨리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세상에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PS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모든 분들, 함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