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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롱 Dec 18. 2023

x도 없이 안식년 6주차: 글쓰기 강좌를 듣다

17년만에 들어보는 글쓰기 강의

대학교 1학년 2학기 때였다. 교양필수 과목 중 한 가지로 '글쓰기와 읽기'를 들어야 했다. 내 의지대로라면 절대 읽지 않을 것 같은 E.H카의 책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고, 머리를 쥐어 짜내 글을 쓰고, 이 부분에서는 논리의 비약은 없는지 몇 번씩 고쳐가며 글쓰기 과제를 낸 적이 있다. 그로부터 17년이란 긴 시간이 지나, 비슷한 경험을 하며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올해 겨울, 나는 내 인생에 두 번째 글쓰기 강좌를 듣기 시작했다. 다만 그때와 다른 한 가지가 있다면, 이번에는 스스로 강의 문을 두드렸다는 것이다. 


사실 최근 몇 년간 글을 쓸 일이 없었다. 비즈니스 글쓰기는 또 다른 분야이기는 하지만, 회사에서도 프로젝트다 뭐다 영어로만 문서를 작성하고, 블로그 주간일기는 써왔지만 사실 사진 위주이다 보니 제대로 된 문장으로 글을 쓴다는 느낌은 없었다. 나름대로 나의 안식년을 한 주씩 문장으로 기록해 보려고 브런치를 시작했지만, 나 혼자만의 일기가 아니라 누군가 읽어 주는 분들이 있는 (감사하게도) 글이다 보니, 글을 더 잘 쓰고 싶어졌다. 그런데 마침 12월 시작하는 강의가 있기에 들어 보기로 했다.


강의는 일주일에 두 번, 두 시간씩 진행되었다. 퇴사 후 아주 많은 자유가 주어진 삶에, 약간의 제약과 일종의 나를 묶어 두는 규칙이 다시 생긴 것이 생각보다 꽤 괜찮은 느낌이었다. 매 시간 조금씩 다른 주제로 이야기가 진행됐지만, 매 시간을 아우르는 이 글쓰기 강의 주제는 '나'였다. 지난날의 내가 선택한 것들에 대해 돌아보고, 나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내 감정과 욕망, 생각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피하고 싶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강의를 들으며 조금씩 더 깊게 생각해 보고 노트에 끄적거려 봤다.


처음에는 의욕이 가득 차 올라 시작했는데, 막상 수업이 끝난 후, 혼자 생각해 보고 '글자'로도 써 봤지만 제대로 된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을 모든 사람이 읽어볼 수 있도록 제출하는 것도 쉽사리 용기를 내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 과제를 재깍재깍 내지 않는 불량 수강생이 되어 버렸지만, 나름대로 한 발자국 내디뎠다고 생각한다. 거의 20여 년 만에, 그것도 자발적으로 글쓰기를 배워 보기로 했으니까.


다음 주에는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글을 써서 과제를 정시에 제출하는 성실한 수강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글쓰기 강좌 수강과 함께 했던 안식년 6주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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