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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망아빠 Oct 31. 2019

내가 가족사진집을 만드는 이유.

소망이네 집 두 번째에 부쳐서.

'이직의 정석' 출간 이후 도전적인 날들이 지나고, 비로소 짬이 났을 때, 시작한 것이 '소망이네 집, 두 번째 이야기'이다. 16년 퇴사 귀국 후, 한 해는 가족사진을 찍고, 한 해는 사진집을 찍어내고 있는데, 다행히 올해까진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가족사진이야, 가족의 변화를 기록한다는 거창한 의미도 있지만, 매번 사진사 노릇을 하다 보니, 내 사진이 담길 일이 없다. 거기에 어설픈 실력이랍시고, 눈만 높아지다 보니 셀카나, 남에게 급하게 부탁한 사진은 성에 안찰 때가 많다. 그렇다고 내 사진은 어떤가? 

'잘 찍긴 했는데, 다들 느낌이 좀 비슷하지 않아?' 

조금은 빈정 상하지만 아내의 말이 정답이다. 


사진집의 경우, 사진을 좋아하던 시절, 전몽각 교수의 <윤미네 집> 영향이 크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유섭 카쉬, 한때 교과서처럼 받들던, 데이비드 두쉬만의  사진책보다, 난 나와 같은 토목공학자이자 아마추어 사진가의 담담한 기록이 더 끌렸다. 역시 '비전'보다는 '사랑'일까? 26년간 계속된 아마추어 사진가의 지극한 사랑은, 수많은 아빠들을 아빠 진사로 이끌어주었다. 


재미있게도 윤미네 집은 내가 출국 전 읽었던 마지막 책이었다.

타지에서 가족을 그리워할 때마다, 책을 덮었을 때의 뭉클함도 같이 올라왔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영상통화를 하였지만, '보는 것'과 함께 '있는 것'은 확연히 달랐다.

한국에 있을 때도 주 5일은 아내와 아이의 자는 모습만 보았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난 '함께'가 참 중요했던 사람이었나 보다, 떨어져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 면에서 해외근무는 여러모로 선물이었다. 


사진을 굳이 선별하고, 굳이 '물질'로써 소유하는 것은 수고로움이 따른다. 

더군다나 더 이상 사진은 예전처럼 귀한 것이 아니다. 

쉽게 생산하고, 쉽게 소비된다. 그리고 그보다 더 쉽게 잊힌다.

며칠 여행만 다녀와도 사진이 수백 장을 넘기기 일수이다.

'빛바랜', '낡은'이란 단어는 디지털 시대에는 사어(死語)가 돼버렸다. 

0과 1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중간값, 시간의 여유는 없다. 


그래서 사진집을 만드는지 모르겠다. 천천히 잊히기 위해. 낡고, 빛 바래기 위해.

90%가 집 사진인 사진들을 꾸역꾸역 모으고 편집하는 것도,

사춘기 때 말도 안 할지도 모를 딸아이가 혹여나 보고 용기 내 말이라도 붙여볼 글을 적고, 남기는 것도, 

그렇게 소비되고 잊히는 하루를 충실히, 행복하게 살았다고 힘써 믿는 것일지도 모른다.  


소망이네 집 첫 이야기를 찍어낸 지 2년이 지났다. 

지난 수고보다, 세월보다 훨씬 찢기고 구겨진 페이지는 마음을 뿌듯하게 한다.  

내가 읽어준 게 수십 번, 소망이 혼자 본 게 수십 번. 아무리 생각해도 잘했다.


그래서 오늘도 집에서 사진을 찍는다.

처음 사진이 아침의 빛과 석양의 빛, 하늘의 색깔, 신록의 푸름을 알게 해 주었다면, 

가족사진은 우리가 '힘듦'이나 '후회', '방황', '불행'으로 압축해버리는 기간이 

사실, 잊고 있던 만 가지 행복과 의미가 있었음을 깨닫게 한다. 


<윤미네 집>과 함께 모티브가 됐던 <다카페 일기>의 모리 유지의 부제는 참 기가 막히다. 

'행복이란, 분명 이런 것' 

  


소망이네 집, 첫 번째 이야기. (2017년 추석 즈음)


누구나 자기의 가정, 가족은 소중하고도 특별나며 남다르게 느끼겠지만,

'윤미네 집'은 자랑할 아무것도 없는 내게는 언제나 큰 기쁨이었다.

-전몽각 교수, 사진집 윤미네 집 中-


내세울 것 없는 저에게도 자랑할 만한 게 있다면..

그것은 제 아들의 아버지라는 것입니다.

-빌 나이, 영화 어바웃 타임 中-


가장으로써 가정의 품에 돌아온 지 1년이 지났다.

삶에서 녹녹한 시절이 한순간이라도 있었던가?

처음 내딛은 엄마로서의 호흡, 아빠로서의 발걸음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허나 순간을 살아내며, 신록의 다름, 하늘의 푸름, 아이의 성장을 보고,

일용할 양식에 감사하며, 기대로 하루를 열고, 감사로 닫을 수 있는 것.

흐름이 한결같지 않아 부요하단 말, 풍족이란 말로 가정사를 표현키는 어렵지만,

감히 은혜라 할 수 있겠다.


삶 가운데 허락하신 순간의 행복들을 담고자 했다. 스마트 시대에 짐스러운 카메라지만,

만족도는 항상 수고로움을 감내케 했다. 2년마다 한 권씩 만들 계획인데,

내 변덕과 삶을 알 수 없어, 뜻대로 될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이 문장은 꼭 적어야겠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평생 감사. 예수만 섬기는 우리 소망이 집."


소망이네 집, 두 번째 이야기 (2019년 추석 이후)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의도한 건 아닌데, 대부분 집 사진이었다.

일주일에 도서관 한번, 장 보러 가는 것이 외출의 전부일 때가 대부분인,

소소해서 적을 게 없는, 다를 게 없는 하루하루, 오늘.


우리 딸에게, 우리 가족에게 오늘은 어떤 온도로 다가올까?

10년 후 과거가 된 오늘을 돌아봤을 때,

그리고 지금을 살아낼 때에 지나온 시간들을 어떻게 추억할까?


천안으로 이사를 오고, 책을 출간하고, 은혜 가운데 둘째를 주셨지만,

삶의 여정은 여전히 광야의 깊은 곳으로 걸어가고 있다.

하나님이 삶에 주인 되심을 철저히 깨닫고 인정케 하시는 시간.


하지만 신기하게도 쉽지 않은 시간, 특별할 것 없는 '집 사진'에 행복이 묻어 있다.

어쩌면 행복이란 감정도 지루할지도 모르는 소소 함들이 켜켜이 쌓인 날들이 아닐까?

그 소소한 일상의 축적들이 소중하다. 그냥 흘러 보낼 수 없는 은혜이다.


'소중한 딸이 아빠, 엄마를 비교하며 판단해 볼 나이가 됐을 때,

좀 더 나이가 들어, 아빠, 엄마의 조언에 귀 기울이며, 비로소 하나님 앞에 홀로 나아갈 때.

아빠는 우리 부모님이 그랬듯이 이렇게 고백하며, 말해줄 수 있는 삶을 살 거야.'


"그래도 감사해야 해, 끝까지 감사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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