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사진이 참 예뻐요.'
'소망인 참 잘 웃어요. 어쩜 그리 표정이 자연스러워요?'
으레 던지는 형식적 인사치레에도
딸바보 아빠이자, 사진에 취미를 둔 나로선 미소를 감출 길이 없다.
그러던 중 하나의 걱정거리가 생겼다.
'바로 몹쓸 v의 습관!'
<다카페 일기>의 모리 유지도 무릎을 꿇었고,
<윤미네 집>이 전몽각 선생도 포기할까 생각했던 질풍노도의 사춘기가
아닌 다음에야 아빠 진사들의 가장 큰 적이 아닐까?
보통 카메라를 보게 하거나, 웃게 하기 위해 요구하는데,,
문제는 안 예쁘다는 것이다.
여기서 몹쓸 V의 저주를 뛰어넘는 한 가지 팁을 공개한다.
'예쁘게~'를 주문하며 한컷에 다 담으려 말고,
자연스레 계속 말을 걸어주는 것이다.
'하나, 둘, 셋 찰칵!'이 아닌, 말을 거는 그 시간 동안 계속 사진을 담는 것이다.
(누군가는 프로정신, 사진을 모른다 얘기할지 모르지만, 맞다. 난 사진을 모른다.
대신 디카의 장점은 잘 알고 있다.)
윈스터 처칠, 카잘스의 사진은 유섭 카쉬가 제일이지만,
메카트니의 사진은 단연, 린다 메카트니일 것이다.
출처 : 대림미술관 (http://www.daelimmuseum.org/att/mobileapp/1415237673895_51294.htm)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선, 피사체가 카메라를 보는 눈빛.
즉 함께한 시간과 교감이 다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 일 것이다.
피사체를 보는 시선과 거장의 영감을 따라갈 순 없지만,
거장도 범접할 수 없는 아이와의 거리, 교감이 있다.
배병우 작가가 처음 소나무를 접하고 한 해에만 10만 km를 답사했고,
알함브라 궁전에 2년 머물렀다 하지만, 우리 아이와의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다.
아이와의 교감은 거장도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다.
<어린이집, 몹쓸 V의 예시> 그럴 리도 없겠지만, 배병우 작가, 아니 산타클로스가 온다 해도 아마(아니 분명!) 소망이는 울어버릴 것이다. 이처럼 아이 사진은 아빠, 엄마에게만 허락되는 영역이 있다.
이 것은 꼭 비행기를 타거나, 부담스러운 곳에서 비용을 지불해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소중함은 일상에 있다.
앞서 언급한 모리 유지는 대인공포증으로, 집에서, 가족사진만을 찍었지만,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줬다.
서른이 넘은 내 삶에 좋은 추억들을 꺼내어봐도, 떠오르는 특별한 순간은 비용과 거리에 비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어느 한 장면으로 단정할 수 없는 마치 공기의 온도와 같은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예쁘게~'를 요구할 때, '예쁘게'는 갇혀버린다.
그리고 대부분 '안 예쁘게' 된다.
내 경험상, 적어도 아이(우리 소망이)의 사진은,
'연출'의 'Frame'보다는 '자연스러움'의 '날 것'이 더 좋다.
아이의 사진을 가장 잘 찍어줄 수 있는 것은 단연 아빠이다.
부디 아빠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자연스러운 이쁨'이 묻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