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야채 먹이는 법.
아이에게 경험은 여러모로 유익하다. 우선 좋은 습관을 형성해 줄 수 있다.
아침에 일찍 깨서 물을 주는 것은 아이에게 일찍 일어나는 습관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내가 물 주고, 내가 심었지만, 자라게 하는 것은 우리의 영역이 아니다.
나도 아이에게 강요할 수 없는 영역이다.
또한 본인이 키운 것에 책임감을 갖는다. 이것은 과정과 결과 모두에 해당된다. 과정이라 함은 매일 식물에게 물을 줘야 하는 것이고, 결과라 함은 본인이 키운 작물에 대해서 맛있게 먹는 것이다.
작물을 심을 때도, 아이에게 설명해주고, 동의를 구했다.
그렇게 우리 집에 심은 식용작물은
적상추, 고추, 토마토, 양파, 대파, 새싹 브로콜리, 바질이다.
여러 간식과 두부 먹일 때 쓰는 방법이다.
흔히 문화센터에서 하는 오감놀이처럼, 두부, 달걀 등 비교적 안전한 요리를 준비하는데
직접 참여하게 하는 방법이다. (안전하지만 깔끔한 것은 아니다.)
'아빠가 하게 해 줄 테니, 대신 소망이가 만든 건 다 먹는 거야!' 하면 웬만하면 잘 먹는다.
(가끔 안 먹으면, 간식과 식사의 수요-공급 그래프로 협박하지만, 권하지는 않는다.)
나에게 양파, 마늘은 요리에 소금과 같은 존재이다.
물론 아이가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음식이지만, 이때도 방법은 있다.
비법은 칼질에 있다.
일단 기본재료의 1/3은 채 썬다. 당연히 아이의 필터링에 걸린다.
'그래 그건 아빠한테 줘'하고 쿨한 태도를 보인다.
그리고 1/3은 잘게 썬다. 마지막 1/3은 다진다.
아무리 엄격해도 다진 마늘과 양파를 골라먹기란 쉽지 않다. 거부는 곧 좋아하는 음식의 포기를 뜻한다.
또한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요리에 섞어 줬으므로, 결국 본인도 모르게 폭풍 흡입하다 보면
양파와 마늘을 먹게 된다.
이후 아이에게 맛있다고 평가해주면, 비결은 '양파와 마늘'임을 알려준다.
채 썬 큰 채소를 먹진 않지만, 이후 요리에 야채가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일면식도 없지만, 전몽각 교수의 '윤미네 집'을 보며, 그의 삶, 시선을 모토로 삼고 있다.
처음에는 교수의 가족을 향한 시선이 좋았고, 두 번째는 그의 글이 좋았다.
요새 다시 꺼내볼 때면, 카메라에 담긴 '윤미'의 표정이 좋다.
나이를 먹고, 사춘기를 지나, 결혼을 할 때에도,
내 아이가 아빠를 보는 표정에서 '아빠'가 보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