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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망아빠 May 08. 2019

야채와 서먹한 너에게

우리 아이 야채 먹이는 법.

아내의 식성은 제법 까다로운 편이다.

오랜 자취생활 덕이랄까? 원체 속이 약하기 때문일까?

덕분에 연애할 때, '뭐 먹을까?' 하는 질문에는 항상 '뜨근한 것'을 찾곤 했다.

고기, 치즈, 밀가루 성향의 나는 아내 덕에, '한정식' 또는 '쌀국수'를 먹으며 연애를 했다.

(심지어 스벅에서도 아내는 루이보스를 마셨다.)


5살 아이에게 까다로운 아내의 식습관은 현재까지는 건강한 습관으로 대물림되고 있다. 

배스킨라빈스에서도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고, '배도라지즙', '당근즙'을 즐겨먹는다.

(당근즙은 솔직히 나도 먹기 싫은데, 좀 놀랐다.) 

하지만 폭풍식성의 기간도 잠시. 언젠가부터 초록색 식물을 멀리하는 야성의 육식 본능이 발동했다.


아내와 나의 직업의 특성상 최소한 1주일에 하루 정도는 내가 아이의 한 끼에서 세끼를 챙겨줘야 할 일이 많다. 

아래는 아빠가 독박 육아와 함께 끼니까지 해결해야 할 때, 아이에게 야채를 먹이는 방법이다. 

엄마들의 정성 어리고, 신박한 방법들이 많이 있겠지만, 아빠의 꼼수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1. 직접 심고 키우기 (적용 : 새싹 브로콜리, 대파)

아이에게 경험은 여러모로 유익하다. 우선 좋은 습관을 형성해 줄 수 있다. 

아침에 일찍 깨서 물을 주는 것은 아이에게 일찍 일어나는 습관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내가 물 주고, 내가 심었지만, 자라게 하는 것은 우리의 영역이 아니다. 

나도 아이에게 강요할 수 없는 영역이다.  


또한 본인이 키운 것에 책임감을 갖는다. 이것은 과정과 결과 모두에 해당된다. 과정이라 함은 매일 식물에게 물을 줘야 하는 것이고, 결과라 함은 본인이 키운 작물에 대해서 맛있게 먹는 것이다.   


작물을 심을 때도, 아이에게 설명해주고, 동의를 구했다. 

그렇게 우리 집에 심은 식용작물은 

적상추, 고추, 토마토, 양파, 대파, 새싹 브로콜리, 바질이다. 


브로컬리 심고, 수확하기. 물론 청소는 나의 몫.


2. 같이 만들기 (적용 : 두부, 달걀, 홈메이드 요리 전부)

여러 간식과 두부 먹일 때 쓰는 방법이다. 

흔히 문화센터에서 하는 오감놀이처럼, 두부, 달걀 등 비교적 안전한 요리를 준비하는데 

직접 참여하게 하는 방법이다. (안전하지만 깔끔한 것은 아니다.)

'아빠가 하게 해 줄 테니, 대신 소망이가 만든 건 다 먹는 거야!' 하면 웬만하면 잘 먹는다. 

(가끔 안 먹으면, 간식과 식사의 수요-공급 그래프로 협박하지만, 권하지는 않는다.)


3. 다른 크기로 썰기 (적용 : 양파, 마늘)

나에게 양파, 마늘은 요리에 소금과 같은 존재이다. 

물론 아이가 본능적으로 거부하는 음식이지만, 이때도 방법은 있다. 

비법은 칼질에 있다. 

일단 기본재료의 1/3은 채 썬다. 당연히 아이의 필터링에 걸린다.

'그래 그건 아빠한테 줘'하고 쿨한 태도를 보인다. 

그리고 1/3은 잘게 썬다. 마지막 1/3은 다진다. 

아무리 엄격해도 다진 마늘과 양파를 골라먹기란 쉽지 않다. 거부는 곧 좋아하는 음식의 포기를 뜻한다. 

또한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요리에 섞어 줬으므로, 결국 본인도 모르게 폭풍 흡입하다 보면 

양파와 마늘을 먹게 된다. 

이후 아이에게 맛있다고 평가해주면, 비결은 '양파와 마늘'임을 알려준다. 

채 썬 큰 채소를 먹진 않지만, 이후 요리에 야채가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지는 않는다. 

딸이 좋아하는 파스타 (쯔유파스타, 새우크림 파스타)



개인적으로 일면식도 없지만, 전몽각 교수의 '윤미네 집'을 보며, 그의 삶, 시선을 모토로 삼고 있다. 

처음에는 교수의 가족을 향한 시선이 좋았고, 두 번째는 그의 글이 좋았다.

요새 다시 꺼내볼 때면, 카메라에 담긴 '윤미'의 표정이 좋다.   

나이를 먹고, 사춘기를 지나, 결혼을 할 때에도, 

내 아이가 아빠를 보는 표정에서 '아빠'가 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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