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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 라는 정체성 Mar 19. 2017

중딩아들에게 선언

2017.03.19.

선언을 했다.


이제 독립적 개체로서 아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기로..

더이상 잔소리는 하지 않기로..

그 대신, 자신의 일에 자신이 책임지기로..


지난 주 내내 아들 1호를 양육하는 나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남편과 문자로 나누고, 공감했다.

무엇이 잘못인지, 어디까지가 잘못인지에 대해 이야기나누고 확인했다.


내가 확인한 문제의 핵심은 나의 "지나친 불안감"과 "지나친 간섭"이다. 난 1호를 믿을 수 없다. 온통 불신이다. 방에 혼자 있는 모습을 봐도 불안하고 학교에 가도 불안, 학원을 보내도 볼안한다. 방에서는 혼자 핸드폰만 들여다 보거나 멍때리고 있을거 같아서 불안한다. 학교에 가면 숙제를 깜빡하거나 실수를 하여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비만받거나 웃음거리가 될까 불안하다. 학원에서도 공부는 안하고 멍하니 시간만 보내고 시시덕 거리다 올까 불안하다.


이제껏 나는 나의 불안을 잔소리와 감시로 해결해 왔다. 물론 잔소리와 감시는 더 큰 불안과 불신으로 이어졌고, 그로인해 내가 사랑하는 나의 아들 1호와의 관계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남편은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했다. 아들의 태도가 너무 답답하고 한심하지만 나의 태도 역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남편의 지적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나 역시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데..." "대안이 있으면 내 놓아봐라.."라고 소리치며 반박했다. 대안도 없고 방법도 없지만 잔소리와 감시는 더더욱 아닌 것을..


스스로 깨닫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설사 깨닫지 못하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창시절이 그렇게 지나간다 하더라도.. 내 인생이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다는 것을...


인생은 자신이 살아가는 것임을....


선언을 하고도 마음은 여전히 행복하고 편안하지 않다. 참고 또 참을 뿐이다... 그래도 아들은 편안해 진듯하다.. 그냥 뒹굴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핸드폰 보고 놀다가 친구랑 약속 잡아서 나가서 베드민턴을 치고 오겠다며 나갔다...


선언이 우스워 지지 않도록...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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