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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주호 Apr 12. 2024

연애연대기 그 시작에서

Wild Wild Wild 31

intro



이 책을 쓰는 계기는 명확하다. 또 한 번의 이별을 겪고, 심연으로 한없이 내려가 숨이 턱 끝까지 차 허덕이는 내가 가여워서. 후회와 망상으로 가득 찬 나를 도피시키기 위해 마련한 숨 쉴 구멍이자, 반복되는 아픔에 대한 질문. 나는 몇 번의 이별과 만남과 이별과 만남을 했던가, 지난날의 나는 괜찮아졌던가, 얼마나 후에, 어떻게, 아니 괜찮아지지 않았나? 무수한 질문들 끝에는 결국 만남들이 있었고, 그 만남의 상대들을 따라가다 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책을 시작하는 지금도 알 수 없다. 내가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 그것이 유레카일지, 시시한 결론일지, 혹은 또 다른 물음표일지. 


남들 다 연애하느라 바빴던 20대 초반, 나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긴 솔로의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핑계는 두꺼워지고, 어느새 작은 트라우마로 자리 잡아 관계 맺기에 있어 나는 아주 소극적인 사람이 되어있었다. 인생의 다른 부분에 있어서 대체로 도전적이고 거침없는 나에게 숨기고 싶은 weak spot. 학업과 커리어 등 나를 이루는 모든 것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할 때, 가여운 나의 연애세포는 fetus 상태에 머무르고 있었다. 이 책은 나의 지난 일 년간의 연애 연대기이다. 늦바람이지만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빠르게 연애 경험치를 쌓아 올렸던 지난 시간을 기록한다. 2023년을 빈틈없이 꽉 채워준 그들과, 그들에게 온 힘과 마음을 바친 나에 대한 회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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