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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밸류비스 박혜형 Apr 30. 2021

머피의 법칙

참 이상하게도 제가 뭔가 일이 바쁠 때 아이가 아픈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데드라인이 걸려 있는 일들이 산재해져 있는 일정 속에 아이는 월요일부터 감기로 학교도 가지 못하고 일상생활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아이가 학교를 가고 학원을 가는 시간에 저는 제가 해야 할 일들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이게 다 틀어져 버린 거죠. 일단 아이가 아프니 아이의 옆에서 엄마가 있어 주는 게 필요하니 같이 있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해야 할 일들을 잠시 미루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데드라인을 남겨 두고 허겁지겁 일들을 마무리하느라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마음이 좀 불편하기는 했지만 임박 착수해서 그 일들을 다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 자만했습니다.

그러나, 항상 임박 착수해서 잘 넘겨왔던 일들을 이번에는 제대로 결과물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당황했습니다.


이제까지 임박 착수해도 나름 결과물들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전혀 결과물을 내지 못했던 거죠. 점점 인생을 살아가며 임박하게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아지고 이제는 임박 착수해서 하면 안 된다는 좋은 교훈을 갖게 되었지요.

저의 무의식에 임박하게 착수해도 '나는 해 낸다'는 아주 잘못된 습관이 자리 잡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해야 하는 것들을 하는 것뿐인데, 매일 하루살이 인생을 살고 있었던 저에게 매일 그날그날 닥쳐서 해야 하는 것들이 벅찬 것인지......  어느새 잘못된 습관을 형성해서 항상 임박 착수에 저를 머무르게 하였던 것입니다. 이제까지 운이 좋아 어찌 되었든 그 임박 착수가 결과물을 내어 주었는데 이번에는 전혀 결과물을 내어 주지 못했지요.....     



그러면서 저는 왜 항상 이렇게 임박 착수하게 되는 걸까?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 그리고 또 해야 하는 것에 대한 구분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루 24시간 중 내가 온전히 깨어 있는 시간 동안 나는 어떤 일을 하는 것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가?


하고 싶은 것 vs 잘하는 것 vs 해야 하는 것


하고 싶으면서 해야 하는 것들이 거의 항상 임박 착수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에 대한 경계를 아직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지요.

제가 최근에 빅데이터에 관심이 있어 파이썬을 공부하며 코딩을 해 보고 싶었는데요. 이는 제가 하고 싶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요하는 것이었고 제가 잘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제가 개발자도 아니어서 코딩을 단 몇 달 만에 배워서 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욕심인 거겠지요. 그런데 우리가 이러닝 같은 과정을 수강하게 되면 동영상 강좌를 시청하고 거기에 나오는 퀴즈들을 맞추면 파이썬 과정 수료는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과연 코딩을 할 수 있을까요? 그건 전혀 별개의 문제죠.

어릴 때 쉽게 쉽게 임박 착수해서 성과를 내는 일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인생 2막이 시작되며 임박 착수해서 결과물이 나오는 일은 점점 줄어드는 것이죠.


나쁜 습관을 고칠 좋은 기회를 얻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머피의 법칙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가 임박 착수하지 않고 미리미리 일상에서 조금씩 해 두었으면 마감 임박한 상황에 아이가 아프다고 그리 당황하지는 않았을 것 같았습니다.

일상에서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만 하려 하지 말고 해야 하는 일들을 조금씩 분산해서 시작해 두어야 하는 습관을 형성해야 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니 5월은 30분만이라도 이른 기상을 선택해야 되겠습니다.

      

쭈니는 아침에 일어나 이불 개기, 하루의 마무리 전 독서와 수학 문제지 2쪽을 하는 일일 습관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올해 초등학생이 되면서 아이게에 이불 개는 습관은 제가 제안했고, 담임 선생님이 독서 자리 확인과 독서 리스트 작성을 통해 매일 독서습관을 학원 선생님의 매일 수학 문제지 2쪽 푸는 것으로 아이의 습관 형성에 도움 주고 있는데요. 3월부터 시작되어 2달 동안 아이는 꽤 잘 이 습관을 형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아이가 이불 개고, 하루에 1권 이상의 독서를 꾸준히 하는 습관은 평생 가지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4월 마지막 날 저 자신이 불편해하는 것을 새롭게 바라보고 그 불편함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잠시 성찰해 볼 수 있었던 감사한 달이었습니다. 올해 다시 만난 류시화 시인의 책들이 저의 마음에 다시금 자리 잡는 4월입니다.


류시화 시인의 엮은 인디언 연설문집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라는 인생 책을 만났습니다.  

인디언 달력에서 4월은 아래와 같이 부족마다 조금씩 다르게 불려집니다.

생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달
머리맡에 씨앗 두고 자는 달
거위가 알을 낳는 달
얼음 풀리는 달
큰 봄의 달


저에게 4월은 아이에게 봄을 선물 받은 달이었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더 빠르게 시간이 흐르는 것 같습니다. 새롭게 맞이할  5월....

5월은 또 어떤 달로 아이와 함께 보내게 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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