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룩업(2021)
혹자는 인류의 역사를 발전의 기록이라 말합니다
현 위치에서 과거의 인류를 바라보면 이 명제는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굶주리고 야생 동물에 쫓기며, 생존을 고민해야만 했던 인류의 모습은
지금으로서는 구체적인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영역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생활은 고고학의 대상이 되었고, 투쟁의 흔적은 유물이 되었으며,
위험의 일부는 '여가'로 여겨지며 캠핑을 떠나기도 하죠
우리는 '발전한다는 믿음'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과학, 기술, 경제 발전 등은 항상 앞으로 나아갈 것이리라 믿고 있는 것이지요
어찌 보면 진보와 시간의 흐름은 정방향을 향하고 있다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문득 어떠한 계기로 제 자리에 멈춰 뒤를 돌아보았을 때에서야 그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느낍니다
2022년은 인류에게 그러한 해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목 Don't Look Up과 같이 이 영화는 '올려다 보지 말라'는 말에 대해 흘러갑니다
지구의 종말을 향해 다가오는 재앙을 바라볼 것인가 외면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죠
적절한 때에 적절한 선택만 한다면 전 지구적 재앙을 피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모두가 멸망하게 될 상황에서
인류는 최악의 멍청한 판단을 한다는 결론을 내리는
잔인하고 냉소적인 비판을 보내는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며 기분 나쁘기보다는 공감이 먼저 되는 이유는
그러한 선택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수의 이익을 우선시 하기에는 인류는 지나치게 '발전'했고
생존에 대한 선택보다는 정치적 판단과 경제적 판단이 우선시되도록 '진화'해버렸거든요
이런 인간의 비합리성은 먹이사슬의 최상위 층으로 올려주었지만,
동시에 인류라는 유인원을 자연세계 최약체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2022년의 우리는 기후변화의 뚜렷한 영향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라는 팬데믹을 겪으며 질병에 대한 위험은 제3 세계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지요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와 금리 인상, 환율 변동 등의 위험 또한 경험하고 있죠
그럼에도 여전히 인류는 큰 위협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당장의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 금리 인상과 내 주식의 상승 하강이 더 중요해 보이거든요
이러한 행태가 꼭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결국엔 이 또한 생존의 문제니 까요
다만 저는 이 모든 위기 상황들을 ‘이용해 먹는’ 자들이 너무도 고깝습니다
안티 백신에 대한 그릇된 정보를 제공하며 투여한 백신을 뽑아내 주는 부항을 광고하는 한의원이라던가
락스 물을 담은 목걸이를 차고 다니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체내 진입하기 전에 사멸한다 광고하며 유아용품을 판매하는 업체라던가
공유기, tv 등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차단한다고 광고하는 안테나 차단 양말이라던가…
가만 보고 있으면 헛웃음이 나오다가도
한 편으로는 이러한 상술을 굳게 믿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함께 헤쳐나갈 위기 상황을 이용해 먹는 행태에 대해서요
그리고 각종 궤변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이 역겨운 행태에 대해서요
‘돈 룩업’의 정치인, 기업가, 언론, 그리고 대중의 반응들을 바라보며
어쩜 저리 멍청할까 생각했지만
문득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영화는 너무도 적나라하고, 정직하게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었거든요
전쟁으로 국가 단위의 피해자들이 생기고,
안타까운 사고로 수많은 젊은이들이 죽어나가고,
생업을 위한 전선에서 어둠 속에 파묻히는 중에도
여전히 누군가는 이러한 사람들의 안타까운 이야기와
자극적인 소재를 팔아먹고 있습니다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경계해야 합니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도,
나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도
그렇기에 이 영화는 반어적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DON'T LOOK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