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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못된고양이레오 Oct 17. 2022

E10.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

소울 (2020) / 신과함께 / 동아시아신화기행 - 김선자 교수

대학 마지막 학기

진로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복잡한 마음이었습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위해 공부했고, 

무엇을 익혔으며, 왜 했는가에 대한 많은 고민들을 했었죠

여전히 그 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가장 근사한 대답은 '성장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한 가지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 방황을 꽤 길게 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은 너무도 많았지만, 그 어떤 것을 선택해도 다른 것이 못내 아쉬웠거든요

좋게 말하자면 다방면에 재능과 관심이 많았던 거고, 

조금 모나게 말하자면 어느 한 가지에 특출난 능력이 있지 않았기 때문이죠


당시 경험들이 후회스럽거나 시간이 아깝지는 않습니다

그 모든 경험들이 지금의 내가 되었고

저는 지금 제 모습이 꽤나 만족스럽거든요




경로를 이탈한 김에 다른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저는 공부를 좋아합니다


이 말을 하면 미친 사람인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당연히 시험 공부 같은 학습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모든 분야에 호기심과 관심을 열어두고 관찰하는 것을 '공부'라 하는 것이죠

아무튼 저는 그러한 공부를 좋아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 '공부'를 철학이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는 철학을 

'세계와 인간에 대한 가장 근본적 문제들을 이성적으로 탐구하는 학문'

이라고 정의 내렸네요

얼추 의미는 통하는 것 같으니 '철학'이라 하겠습니다


세상에 대한 관찰과 함께 다양한 상상을 해보는 것을 특히 좋아하는데요

흥미로운 주제 중 한가지가 사후세계에 대한 상상입니다

이러한 상상은 종교와 신화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조차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공통되는 내용이 나타난다는 점이 재미있지요



디즈니-픽사 치고는 그렇게 성공한 영화는 아니지만 '소울'이라는 영화가 이런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후 세계에 대한 이야기와 윤회, 환생에 대한 이야기, 업보나 카르마에 대한 이야기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죠

한 마디로 '서구적 시각으로 바라본 동양의 사후세계'라 하겠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는 신기하고 놀라운 소재일 수 있으나 어찌 보면 동양 문화에서는 익숙한 부분도 많거든요


다만 그 중에서 윤회와 환생의 과정을 영혼의 성장을 위한 과정으로 바라본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불교의 열반에 이르러야 하는 이유를 꽤나 명료하게 설명해 주거든요

적어도 '생즉고, 고즉생' 이기 때문이라는 설명보다는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한편 한국에서 만든 사후세계 이야기도 있죠

웹툰으로 가면 '헬퍼'라던가 '죽음에 관하여'라던가,

그 외에도 많은 작품들이 있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신과함께'입니다


도교와 불교의 내세관을 바탕으로, 제주 신화를 비롯한 한국의 신화를 적절히 섞었고

현대를 배경으로 삼으면서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하였죠

많은 사람들이 참신함을 느꼈던 데에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이미지들이 큰 몫을 하였을 것입니다


영화의 경우는 '이미지'에만 집착한 나머지 많은 부분을 놓쳐 아쉬움도 남았지만

웹툰을 원작으로 영상화에 성공한 미디어 믹스의 대표가 되었죠

이 배경에는 분명 우리의 사후세계에 대한 인식과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을 겁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대학교 마지막 학기

마지막 교양 수업으로 무엇을 들을지 고민 중 선택한 수업이

김선자 교수님의 '동아시아신화기행' 이었습니다


우리가 접하는 신화는 그리스 로마나 북유럽의 신화 같은 서구 중심 신화였거든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신화에 대한 수업이라니 너무도 흥미로워 바로 수강 신청을 했고,

바로 탈락... 했지만 교수님께서 수강을 허락해주셔 수강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지금도 대학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 되었죠


이 수업의 마지막 과제가 신화에 대한 글쓰기였는데, 

그 때 고민하며 쓴 글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신화는 그 시대의 사람들이 믿고 싶어하는 것들을 반영하는 이야기'이다




무지개 다리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현대 신화'죠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십 년 넘는 시간을 정과 마음을 주며 함께한 반려동물은

어떤 면에서는 가족과 같고, 자식과도 같은 존재죠

그러한 존재가 세상을 떠났을 때 상당한 심적 고통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펫 로스 증후군'이라고도 하죠


이 이야기가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내세에 대한 수 많은 이야기들과

전설, 신화, 종교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만들어낸 수많은 이야기들의 시작은 이 같은 작은 바람에서 시작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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