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라는 장르에 대하여
상상을 해봅시다
전 인류를 대표하여 당신에게 특별한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최고의 게임을 논하라'
무엇을 뽑겠습니까?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쉬운, 또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어려운 주제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생활 속에서 학습해 왔습니다
'정답은 없다'
어떠한 답을 듣더라도 그 선택을 있는 그대로 납득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도 역시나 잘 알고 있습니다
나름 합당한 선택이라 생각하지만, 동시에 무언가 아쉬운 선택이라는 생각이 남겠죠
조금 바꿔 생각해 보면 음악, 영화, 만화 등 어떤 주제에 대입하더라도 같은 논쟁이 생길 것입니다
"갓게임"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지금은 너무도 널리 쓰이는 일상어 취급을 받고 있지만
처음 시작은 최고를 뜻하는 'God'에 'Game'을 더한 단어였겠죠
정확한 어원이나 시작은 모르겠습니다만, 대충 2015년 즈음부터 위의 의미로 쓰이기 시작한 듯합니다
비슷하게 종종 쓰이는 용어로는 "GOTY"가 있죠
의미 자체는 Game Of The Year라 하는데 사실 어떠한 기관에서 선정하는 것은 아니고
그 해를 빛낸 게임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또 다른 지표로는 '평점'이 있죠
IGN 등의 게임 전문 웹진의 지표 평가나 Metacritic, Open Critic 등의 평가, 스팀 스토어의 평가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기도 하죠
이쯤 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이러한 지표들이 최고의 게임을 대표할 수 있을까요?
서론이 길어졌습니다만 이 글은 최고의 게임을 논하려는 글이 아닙니다
그저 "어떤 게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어떤 영화 재밌게 봤어요?" 혹은 "어떤 음악을 좋아해요?"라는 질문에 대해서,
답할 수 있는 기준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는 의미에서 작성하는 글이죠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 명확히 답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면 그다음 질문들에 대해서도 어렵지 않게 답할 수 있을 테니까요
자,
그래서,
어떤 게임을 좋아하십니까?
당신에게 최고의 게임은 무엇입니까?
누군가는 어떠한 '장르'를 답할 것이고
누군가는 특정한 '작품'을 대답할 수도
어떤 '시리즈'를 말할 수도
어떤 '캐릭터'를 말할지도 모릅니다
혹은 어떤 '플랫폼'을 말할지도 모르죠
제가 생각하는 이러한 답변들의 본질은 결국 이겁니다
'재미'
게임, 만화, 영화, 음악, 미술, 독서
결국에는 이들 모두 '오락'입니다
그리고 오락의 본질은 '재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요한 하위징아의 '호모 루덴스'는 인간을 놀이하는 존재로 규정합니다
놀이의 본질이 즐거움에 있고, 인간인 이상 놀이하는 것은 당연하다면,
결국 즐거움, 재미야 말로 오락의 목적이라 할 수 있겠죠
문제는 이 재미 혹은 즐거움이 지나치게 주관적이라는 점에서 시작합니다
누군가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서,
누군가는 상황을 지배하는 데에서,
누군가는 성장하는 자신에게서 재미를 느낄 테니까요
그렇기에 '갓게임', 'GOTY', '평점'은 모두 최고의 게임을 뽑는 데에는 의미 없는 지표가 됩니다
이러한 지표는 타인의 의견을 보여줄 뿐이지
나에게 있어서도 그러한 평가가 동일하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한 번씩 영화 평점 사이트에 메겨 둔 점수를 보면
이건 왜 이런 점수를 줬더라 싶은 작품들이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재밌었고, 감명받은 작품도 머리가 식은 지금에서는 별로인 경우가 왕왕 있으니까요
게임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몰입해서 즐길 당시는 최고의 게임이라 생각할지언정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한 발 밖에서 바라보았을 때는 그저 그런 게임인 경우가 종종 있죠
그렇기에 모든 리뷰는 한 발 물러서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조차도 그 글을 쓸 당시와 쓴 이후의 생각이 달라지는데
독자 입장에서 이미 시간이 흐른 후에 읽는 글은 그 당시의 평가와 동일하진 않을 것이니까요
리뷰는 그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선에서
그 대상과는 별개의 작품으로 감상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의 글들도 그러한 관점에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그저 제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공간이지만
결국 이러한 리뷰를 보는 것도 '재미'를 위한 오락거리 중 하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