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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ngbok Lee Oct 02. 2018

“저는 아직 준비가 안되었어요”

대학원에 대한 심리적 문턱

 - 봄학기 , 가을학기의 손님들

  

 요즘에는 여러 연구실들이 자체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은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많은 분들과 소통하려는 노력들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기업의 보안처럼 공개되지 않은 것들이 많고, 대학원에 대한 정보는 여기저기 산재되어 있어서 대학교 입시나 취업 자료처럼 잘 정리된 정보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학기가 시작되고 1-2달이 지나면 연구실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대학원 입시가 시작되는 시기이기 때문이죠). 과거의 저처럼 많은 분들이 ‘뭔가 실마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마음으로 연구실 문을 두드리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이 방법이 대학원의 정보를 얻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 “저는 아직 준비가 안되었어요”

 

 저희 연구실 같은 경우는 매주 오픈 랩 미팅 후에 교수님과 함께 다 같이 식사를 하며, 바쁜 와중에도 시간 내서 찾아와 주신 손님들과 함께 대학원에 대한 이야기,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많은 분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중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얘기 중에 하나가 바로 “저는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고 생각하는데, 무엇을 해야 할까요?”입니다. 융합과학대학원에 진학을 준비하다 보면 쉽게 빠지기 쉬운 착각 중에 하나가 ‘융합 분야의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한다’라는 전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필연적인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서 관련 분야를 다양하게 아는 것은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융합적으로 생각하기’ 포스팅을 참고해주세요). 그러나 요즘처럼 배울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은 시대에서 우리의 능력이 한정되어있다는 사실이 더 명백해 보입니다. 사실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융합이라는 분야의 시작을 생각해보면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결국 “저는 아직 준비가 안되었어요”의 의미는 “저는 아직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라는 의미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본인의 전공에서부터 출발하여 융합과학 분야에서 어떤 학문적 기여를 할 수 있는가를 탐구하고, 대학원에서 이루고 싶은 연구의 목표를 정하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는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될 것입니다.

연구자로서 나를 정의해보세요 (이미지출처 : http://virgilwong.com)

 -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것의 의미

 

 사실 이 부분은 좀 논쟁적이고, 저만의 지극히 사적인 의견일 수 있어서 살짝 톤 다운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대학원이 ‘더 깊은 공부를 하러 오는 곳’인지 아니면 준비된 자만이 ‘자신만의 연구를 펼치는 곳’인지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대학원에 '가보고 싶다'는 명백히 오답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주변에서도 간간이 들려오는 '대학원이 이런 곳인 줄 몰랐다’, ‘그냥 취업이나 할 걸’과 같은 말들은 사실 아직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학원은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선택입니다..! (이미지출처 : 심슨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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