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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Harang Jan 22. 2024

고양이와 나

"내가 고양이를 키울 줄이야?"

"내가 고양이를 키울 줄이야?"


하랑이 직접 그린 아미 < 묘작도>



 “내가 고양이를 키울 줄이야?”

친구집에 놀러 간 딸을 찾으러 갔다가 만난 회색 고양이가 인생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고양이였다. 생각보다 크기가 너무 컸고 안으려 하면 반항적으로 안기지 않았으며,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고 털이 너무 많이 빠졌다. 이것이 고양이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둘째 아린이는 송파구 위례에 살았을 당시 대용량 사료를 사서 매일 밤 동네 고양이들을 살뜰하게 챙겼었다. 아린이는 거의 매일 이사 가면 고양이를 키웠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간곡하게 하고는 했다.

 3년 후, 강원도로 이사를 왔다. 아린이의 소원대로, 동물 사이트를 통해 고양이를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강원도 인제에서  가정분양으로 엄마 젖을 갓 뗀 한국 토종 치즈 고양이를 입양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토종고양이는 코리안 숏헤어라는 명칭으로 총 6가지의 종류가 있다. 치즈태비 털이 노란 치즈색을 닮아 치즈고양이로 불린다. 고등어태비는 회색에 검정 줄무늬가 있는 코숏으로 고등어 무늬를 닮았다고 하여 고등어로 불리기도 한다. 삼색이 흰색 바탕에 노란색과 검정이 섞여서 삼색이라고 불린다. 턱시도 또는 젖소라고 불리는 흰색과 검은색 두 가지 색이 있는 고양이를 부른다. 카오스는 삼색이에서 흰색이 없는 고양이이다. 올블랙은 온몸이 까만 검정고양이이다.

 그렇게 입양해 온 새끼 치즈 고양이는 이틀 동안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소파 밑에서 계속 울었다. 다행히도 삼일이 지나니 소파밑에서 나와 밥을 먹고 집안 구석구석을 확인하며 자신의 호기심을 채우기 시작했다.

 아라, 아린이의 돌림자 이쁠 ‘아’에 아름다울 ‘미’를 사용해 아미娥美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운 적이 없어 고양이에 대한 책을 도서관에서 10권이나 빌려 읽고 또 읽었다.

 고양이를 2년째 키우면서 느끼는 것은 반려동물에 대한 지식, 금전적인 재정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이 담긴 애정이라는 사실이다. 털 빠짐을 귀여움으로 이해할 수 있고, 매일 배변을 치우고, 새벽에 배고프다고 우는 고양이를 귀찮음 없이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고양이는 느긋하고 조용하다. 그래서 나처럼 혼자 작업하며 내적으로 에너지를 채우는 사람에게 좋은 친구이다. 서로의 거리를 유지하며 이따 금시 바라봐주는 것이 전부이다. 가끔 자신의 머리나 꼬리를 내 몸에 스치며 애정을 표시하거나, 가만히 앉아서 ‘야옹’하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도 한다. 고양이는 잘 때 자는 자리가 종종 바뀌곤 하는데, 우리 집 고양이 아미는 꼭 다리 밑이나 침대 밑 쿠션에서 잠을 잔다. 언제 들어와서 자는지 모르게 조용히 자기 자리에서 자고 있는 고양이의 조심성에 안정감을 느낀다. 사람은 익숙해지면 지켜야 할 선을 넘고 그것을 당연시하는데 고양이는 늘 거리를 지키며 선을 넘지 않는다.

 아미는 우리 집에 오는 날부터 먹는 것, 싸는 것, 씻는 것 어느 것 하나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해냈다. 그래서 아라, 아린, 아미 딸 셋 중에 고양이 아미가 제일 손이 안 가고 똑똑하다는 칭찬을 한다.

 하루 16시간 이상 잠을 자는 고양이는 자신의 루틴을 지키는 가운데 나와도 적당한 거리를 지키며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봐준다. 때때로 아미가 부럽다. 싫은 것이 있으면 밥을 챙겨주는 집사 일지언정 바로 응징하거나 참지 않는 것이다. 잘 보기 위해 애교를 부리거나 한없는 순종 따위는 고양이에게서 찾아볼 수 없다.  

 따로 그러나 어느 순간 함께가 되는 고양이의 매력은 정말 무한하다. 엉뚱한 점도 있고 꽂히는 것은 끝까지 집착하는, 알다가도 모르겠는 게 고양이다. 나는 고양이와 함께 있을 때 많이 웃고 오히려 외향적이 게까지 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혼자 작업을 하다 아미가 내 주변을 맴돌고 가끔 ‘야옹’ 소리를 내주면

내적인 교류와 힘을 얻는다. 앞으로도 고양이를 사랑하는 집사로 존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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