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어이가 없어 문자를 한참이나 보았지만 보이싱피싱 같진 않았다. 분명 큰 딸 아라가 보낸 문자였다.
수업을 어떻게 진행하고 마무리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아라와 통화하여 정황을 파악했고
이후 학폭 담당 선생님과 전화통화를 했다.
내용은 이랬다.
A가 의자그네를 밀어줬는데 앉아 있는 B가 그만 밀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B가 넘어졌고,
무릎이 심하게 까졌다. 문제는 아라가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가해자로 취급당한 것이다.
학교폭력신고가 되면 피해자 B와 같은 반일 경우 5일 동안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아라가 다른 반에서 수업을 받게 되는 것이다. 다른 반에서 5일 동안 수업을 하는 것은, 아이가 가해자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고민 끝에 아이를 5일 동안 학교를 보내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아라의 엄마여서가 아니라 상식적으로 아라는 학폭 가해자로 인정받아서는 안된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학폭이 신고되면 학교 내에 학폭위원회 소속 담당 선생님과 해야 할 일들을 설명 듣고 꽤 긴 절차를 따라야 한다. 가해자라 지칭되는 아이와 학부모 또한 진술서를 쓰고 학폭위원회의 회의까지 거쳐야 한다.
학교폭력신고 이후, 아라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아라는 활동적이고 운동신경이
좋았다. 남녀비율이 같은 20명의 친구들과 달리기 시합을 하면 항상 3등 안에 들었었다.
체육대회 때 예상과 다르게 꼴찌를 한 적이 있었다. 의구심이 들어 평소와 다르게 왜 느리게 뛰었냐고
물었더니, 뒤에 친구가 허리를 감싸고 장난을 쳐서 뿌리치지 못해서 못 뛰었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라의 우유분단한 성격과 유독 착한 성향에 매번 주의를 주었을 당시였기 때문이다. 그때 아이를 나무랐다. 너무 순하고 착한 아라가 걱정이 되었다.
아라는 지금도 주변의 일에 휩쓸려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번에도 아이의 잘못과 무관하게 피해자 주변에 있다는 이유로 학폭 가해자라는 오명을 썼다. 우여곡절 끝에 아무 잘못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고
부모 진술서를 쓴 뒤, 마무리되었다. 피해자 B 역시 아라는 상관없다는 진술로 끝나게 된 것이다.
학폭이 열리고 근 한 달가량 엄마인 나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이곳에 정착을 해서 6년 정도 아이들의 중, 고등학교 생활을 지내야 하는지 결정을 해야 했고, 남편의 전출에 관한 고민들이 혼재되었던
시기였다. 그 일 이후로 아라는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 행동을 알아서 조심했다. 학폭신고로 상처받았을 텐데,
B와도 잘 지냈다. 담임 선생님도 의아해했고 나 또한 그랬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친구 B 가 신고해서 울었고 상심했었잖아. 왜 친해졌어?”
“그 친구가 신고한 건 아니잖아요. 그 주변 사람이 한 것이지?”
나와는 마음의 결이 다른 아이였기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사를 많이 다녀서, 금방 친구들과 잘 어울려 생활하는 것이 다행이라고 안심만 했었다. 보다 세밀하게
아이의 친구들을 살펴보지 못함을 반성하게 했다. 그리고 사고는 어떤 모양으로도 일어날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아라는 여전히 침착하고 성실하며 친구들과 두루 친하게 지내고 있다.
6개월 간 준비했던 교육지원청 ‘수학ㆍ과학 영재’ 과정도 통과해 중2가 된 올해 봄부터는 영재수업도 참여하게 되었다.
엄마와 다른 심성과 성향이 다른 아라를 이해하며 응원하고 무한한 편이 되어주는 것이 내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