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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기획] 쿠팡은 왜 롤백(실패)을 하는가

쿠팡은 어떻게 실패를 정의하고 다루는지에 대한 이야기

찬란하고 쓸쓸한 이름, 롤백. 롤백은 '업데이트에 오류가 있을 때, 업데이트 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작업했던 모든 것을 들어내는 것.


롤백은 오랜 기간 들여온 모든 리소스와 담당자들의 노력, 소요된 비용을 수포로 돌아가게 하기 때문에 서비스 운영에 치명적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웬만해서는 실행하지 않는다. 그래서 롤백은 더욱 담당자들을 두렵게 만드는 단어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쿠팡에서는 데이터를 통해 효과가 검증되지 않는 개선은 롤백을 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이 충격(?)적인 이야기는 “쿠팡, 우리가 혁신하는 이유”라는 도서를 통해 알게 됐다.


도서의 저자는 쿠팡에서 PO로서 근무하며 경험한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쿠팡의 남다른 조직문화와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 책은 쿠팡의 조직문화가 궁금한 사람들, 범 킴의 리더십이 궁금한 사람들에게도 흥미로운 내용들을 많이 담고 있지만, 특히 PM 또는 PO로 일을 하고 있다면 지금까지의 경험과 대비하여 쿠팡이라는 조직에서 PO는 어떤 상황에 놓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비교해 볼 수 있어 상당히 재밌다.


그렇다면 쿠팡은 어떤 이유에서 롤백을 하는지, 쿠팡이 실패를 다뤄내는 관점과 리더십에 대해 리뷰를 해보자.




최근 경영 전략 또는 리더십에 관한 다양한 도서들을 읽고 있는데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것이 있다.


바로 '실패'에 대한 남다른 시각이다. 혁신하는 조직과 리더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를 통해 실험의 결과를 얻는다는 것. 고로 실패를 두려워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패할지라도 무언가 얻을 수 있다면 시도해 보는 것에 더 큰 의의 두고 실행한다.


1) 아니면 되돌아온다.

쿠팡도 마찬가지이다. 쿠팡의 핵심가치 중 하나는 바로 'Fail Fast'.


쿠팡의 리더인 '범'은 이를 '일방통행이 아닌 양방통행'에 비유하였는데 다시 되돌아올 수 있다면 한 번 가보면 되고, 그 길이 아니라는 판단이 서면 재빨리 되돌아오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2) 실수를 줄이는 안전장치, 포카요케를 만들다.

쿠팡에서 큰 장애가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범'은 직접 개발자 전체를 모아 놓고 '포카요케'를 만드는 결론까지 도출했다고 한다.


'포카요케'는 지난번 다뤘던 ‘도요타'가 품질 관리를 위해 고안했던 또 하나의 방법론으로 실수를 줄이기 위한 안전장치를 말한다. 즉, 포카요케를 만든다는 것은 실수가 재발하지 않도록 프로세스화 하는 것을 말한다.


포카요케를 만들던 회의에서 누군가 실수했던 담당 개발자를 비판하려고 하자, 범은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며 '오늘의 자리는 포카요케를 만들기 위한 자리'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오류에 대해 한 개발자의 실수로 질책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누구로부터도 발생되지 않도록 본질적인 문제의 원인을 찾고 재발 방지 프로세스를 도출해 내는 것. 쿠팡이 오류를 대하는 자세가 상당히 인상 깊다.


3) 효과를 입증할 수 없는 개선은 롤백

쿠팡에서는 상품 분류 체계를 변경하는 작업의 롤백이 있었다고 한다.


상품 분류 체계를 변경한다는 것은 연계된 백데이터에 많은 변화가 있기 때문에 상당히 복잡한 작업이다. 카테고리가 복잡하지 않더라도 경우에 따라, 수개월에서 심지어 해를 넘기며 작업이 지속되기도 한다.


그런데 쿠팡에서는 아쉽게도 상품 분류 체계를 개편한 후, 실험을 통해 더 좋아졌다는 효과가 검증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 개편을 통해 좀 더 보강하여 평가하려고 했으나 범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고 롤백이 진행됐다고 한다.


이후 쿠팡은 데이터를 통해 검증되지 않은 개선들은 롤백을 하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한다.


모두가 데이터를 통한 효과 검증을 강조하지만 수개월의 리소스가 들어간 작업의 롤백을 결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롤백을 한 이유는 반드시 데이터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가치관을 조직에 뿌리내리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또한 완벽은 무언가 더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는 데 있다는 말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서비스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 복잡해지기 때문에 확실하게 효과가 입증된 개선들로 서비스 최적화를 하기 위함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4) 혁명보다 진화

회사에서 기획자로 일을 하다 보면 고객들의 눈에 잘 띄는 서비스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리소스가 한정되어 있고 눈에 띄는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체감할 수 있을 만큼 효과가 크지 않을 개선이라면 리소스가 낭비된다고 여길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가 바라본 쿠팡은 혁명보다는 진화를 하는 기업이라고 한다. 주로 큰 개편보다는 작은 개선 위주로 서비스들을 최적화하는 프로젝트들이 진행된다.


5) 농구팀 주장과 같은 리더십

위와 같은 쿠팡의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범은 농구팀의 주장 같은 리더십을 지향한다고 한다. 코트 밖에서 지시하는 감독과 달리, 선수들과 함께 뛰며 스스로 훌륭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주장. 범이 추구하는 리더십이 무엇인지 한 단어로 이해할 수 있는 말이었다.




실패에 대해 외면하거나 피하지 않고 다뤄내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쿠팡. 쿠팡이 실패를 다루는 방법과 가치관, 프로세스 그리고 리더십이 인상 깊었다.


저자는 쿠팡에서 PO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건 무엇이든 제안할 수 있었다고 한다. 쿠팡의 열려있는 조직문화와 PO가 가져야 할 책임감과 부담이 동시에 느껴졌다.


또한 책에는 데이터 전문가인 저자가 쿠팡에서 개인화와 추천을 담당하며 경험했던 PO로서의 다양한 업무가치관과 관련 기획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도 함께 담겨 있다. PO 선배로부터 다른 회사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기분으로 술술 읽히는 책이니 타성에 젖을 땐 한 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이렇게 오늘은 혁신적인 기업이 다뤄내는 실패에 대해 쿠팡의 사례로 살펴보았다. 실패는 누구나 높은 확률로 할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또 우리의 조직은 궁극적으로 실패를 어떻게 다루고 있으며 실패를 통해 무엇을 얻고 있는가에 대해 고찰해 보는 하루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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