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가 주요 비즈니스 모델인 플랫폼들 중 가장 복잡한 구조가 아닐까?
구직자들은 취업사이트에서 "취업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보며 돈을 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콘텐츠는 취업사이트가 돈을 주고 전문가를 통해 구매한 것이다.
예를 들면 '합격자소서 분석'이라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특정 전문가에게 '분석'에 대한 비용을 취업사이트가 지불하고 분석보고서를 얻은 후, 구직자들이 무료로 볼 수 있게 제공하는 것이다.
취업사이트는 왜 유료로 구매한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게 할까? 먼저 취업사이트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살펴보자.
취업사이트의 대표 비즈니스 모델은 바로 "노출에 의한 광고”이다. 기업이 구인을 위해 취업사이트에 공고를 올린 후, 비용을 들여 광고를 하게 되면 수익이 발생하는 것.
물론 최근에는 비즈니스 형태가 다양해지고 새로운 취업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구직자들로부터 수익을 얻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취업사이트가 가진 비즈니스모델은 위와 같은 형태이다.
그런데 만약 기업이 취업사이트에서 광고를 해도 구인이 잘 되지 않으면 어떨까? 굳이 돈을 내고 광고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취업사이트는 어떻게 해야 기업으로부터 수익을 원활하게 얻을 수 있을까?
기업이 공고를 광고하면 조회와 지원이 늘어난다.
기본적으로는 공고의 광고 효과가 있다면 비용을 들여서라도 광고를 하게 된다. 하지만 기업이 진짜 원하는 '광고 효과'는 공고 조회와 지원을 넘어 ‘원하는 지원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하는 지원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
특히 취업사이트를 이용하는 고객은 한 플랫폼에서만 광고를 하지 않고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활용하고 있고 각 취업플랫폼 별로 인입되는 결과를 구분하여 볼 수 있기 때문에 광고의 효과 및 합격률이 높은 지원자의 비중 등을 비교하게 된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광고의 효과를 만족시키려면 취업사이트는 ‘Miss Match'를 해결해야 한다. 취업사이트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여기까지 도달하기 위해 취업사이트는 매칭 확률을 높이고자 다양한 경력과 직무를 가진 구직자들이 많이 방문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고 외에도 '취업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들을 제공하여 구직자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마케팅을 한다. 많은 취업사이트들이 활용하고 있는 '콘텐츠 마케팅' 방식이다.
이 비즈니스모델 덕분에 취업사이트를 이용하는 구직자들은 '공짜'로 구직에 필요한 퀄리티 좋은 콘텐츠들을 볼 수 있다. (물론 요즘에는 일부 사이트에서 유료콘텐츠 구독모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취업사이트가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콘텐츠들은 어떤 게 있을까?
취업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있는 콘텐츠들 중 기업에 지원할 때 가장 유용하다고 판단되는 자료이다. 기업분석 자료는 기업에 관한 분석 정보를 '보고서' 형태의 게시글로 제공하는 것이다.
면접 또는 자기소개서 작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업분석. 기업의 산업분야, 사업형태, 사업부 별 매출, 산업 트렌드 등 재무제표 공시 자료, 보도자료 등을 통해 여러 사이트에서 직접 검색해서 살펴보고 분석해야 할 내용들에 대해 '산업 또는 비즈니스 전문가'가 이를 기업 별로 분석하여 제공하고 있는 리포트이다.
내가 취업준비를 하던 시절에는 기업분석 자료를 '유료'로 판매하는 사이트가 있었다. 이러한 자료들은 보통 비용을 내고 구매해야 했는데, 기업의 신뢰를 평가하는 전문 회사들에서 제공하고 있는 리포트들도 상당한 비용으로 판매가 되고 있어 취업준비생들이 구매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아쉽게도 취업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기업분석보고서는 모든 기업에 대해 제공하고 있지는 않다. 아무래도 비용이 발생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찾는 이가 많은 1000대 기업 위주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취업사이트에서는 개인이 기업에 합격한 자소서와 취업후기를 올리면 상품권을 제공하는 이벤트가 있었다. 이벤트를 통해 개인에게 비용을 지불하여 실제 경험담 및 후기를 얻은 후, 이를 더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볼 수 있도록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위에서 사례로 잠시 언급한 것처럼 합격자소서에 대해 전문가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 지원한 기업, 인적성 점수, 자격증, 경험 등에 따라 합격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합격 한 자소서라고 해서 꼭 '정답'이 될 수는 없다는 측면에서 자소서를 그 자체로 비교분석할 수 있게 제공하는 것이다.
특정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실제 재직자를 찾아 '직무'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를 제공하는 직무인터뷰 콘텐츠가 있다. 기업에서 홍보를 위해 직접 요청이 오기도 하겠지만 섭외를 위한 인력,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한 경비, 인터뷰를 진행하는 직원에 대한 인건비 등이 비용으로 발생할 것이다. 그럼에도 직무에 관한 정확한 정보가 합격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취업사이트에서는 이러한 인터뷰를 진행하여 매거진을 발행하고 있다.
실제 기업에서 근무하는 이들에게 얻는 정보가 합격에 있어 중요한 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현직자 멘토는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취업준비생들이 현직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취업사이트에서는 현직자에게 질문을 올리고 답변을 들어볼 수 있는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의 현직자 멘토들은 구직자들을 위하는 마음에서 답변을 주겠지만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취업사이트에서는 현직자가 답변을 달 때마다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유료의 비용을 들여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한다.
취업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디자인의 문서 양식은 별도의 플랫폼에서 구매한 오래된 것들이 있기도 하지만 일부는 디자이너를 통해 새롭게 생산되는 양식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며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대체로 개별 디자이너에게 문서 양식의 디자인을 맡기려면 인건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 역시도 유료로 제작되는 콘텐츠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았다.
이처럼 다양한 취업콘텐츠들을 제작하기 위해 취업사이트들은 직접 비용을 태우고 있는데, 이 방식이 내게 흥미로웠던 점은 바로 주요 비즈니스 모델인 기업의 광고 비용이 취업사이트의 이익을 넘어 취업준비생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긍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더 많은 이들이 취업사이트를 찾아 '공고를 볼 수 있게 하는 것'을 넘어서야 기업의 광고 목적이 달성되기 때문인데, 이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실 취업사이트의 광고에 의한 비즈니스 모델은 통제가 어려운 구조처럼 보인다.
기업이 광고를 하는 목적이 '공고'의 노출만이 아닌 '지원'이라는 실제 전환으로 이어져야 하고, 더 나아가서 허수의 '지원'이 아니라 '합격'이라는 결과까지 전환되어야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뷰어'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실제로 기업에 대한 지원 의사가 강력해야 하고 그들이 합격할 수 있는 역량까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결국, 취업사이트는 단순히 '노출'만 잘하면 광고비로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 아니다. 그래서 취업사이트는 실제 구직자의 액션이 기업에 합격하는 결과까지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비용을 들여서라도 콘텐츠를 제공한다. 또 개인이 합격을 했을 때 '축하금'을 별도로 지불하는 서비스를 기획하기도 한다. 구인의 측면에서도 양질의 공고를 모으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고 기업이 구인 공고를 매력적으로 올리지 못할 땐 공고 콘텐츠에 대한 개선을 무료로 지원하기도 한다.
소위 '광고비'가 주요 수익이 되는 플랫폼들이 돈을 버는 구조에서는 '광고의 뷰'로 목적이 달성되는 경우도 많고 '전환'이 핵심 가치라고 하더라도 '구매'와 같은 한 번의 액션에서 가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때가 많다. 그러나 취업사이트들은 그 복잡한 특성을 생각해 보면 오랜 기간 기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취업플랫폼들의 비결, 주요 비즈니스 모델이 ‘광고’라는 것이 조금 더 흥미롭게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