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사색의 길
혼자 여행해 본 경험이 있나요? 저는 두 번 정도 시도해 봤지만, 모두 실패의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집에서도 혼자였을 텐데 장소만 바뀐 곳에서 홀로 있는 상황이 그리 새로울 건 없더라고요.
경치만큼은 온전히 내 것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지만요. 저 노을이 정말 아름답다고, 이 시간대의 평화로움이 가장 좋다고 말해줄 사람 없이 그저 내 안에만 담아두어야 했어요.
보말이 듬뿍 들어간 칼국수, 연녹색이 감도는 고소한 전복죽, 담백하고 칼칼한 고등어조림, 얼큰한 해물짬뽕 중에서 무엇을 먹을지 의논할 상대는 초록창에 남겨진 리뷰뿐이었죠.
조용히 풍경을 감상하고 음식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아무 말 없이 혼자서 모든 걸 경험하는 건 생각보다 공허했어요. 요란한 것보다 차분한 걸 좋아한다 생각했는데 혼자서는 맛이 어떤지, 순간이 어떤 의미인지 잘 느끼지 못하겠더군요.
혼자 여행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그저 홀로 있기가 아니라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나누는 데 있더라고요.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진짜 홀로 떠난다'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되었어요.
아무리 독립을 외쳐도 결국, 나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한 사람이라도 내가 느끼는 것을 나눌 수 있는 이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혼자 떠나는 여행'에 대한 로망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그토록 갈망한 것은 결국 연결이었음을 알게 되었어요.
최근 들어 경험의 본질이 단순히 무엇을 먹고 보고 가는지가 아니라 그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과의 공유에 있다는 점이 점점 더 와닿아요.
아시나요? 감정을 나누고 평범한 순간도, 특별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과의 관계가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요.
요즘 저에게 그런 사람은 우리 꼬물이에요. 조금 자라더니 제가 하는 말에 맞장구치고 종종 제 이야기에 밝은 웃음으로 답해줘요. 재잘재잘 이야기하며 나누는 대화들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은데 아마 제 삶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가 우리 딸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언젠가는 저와 다른 삶의 짝을 찾아가겠지만요.
세월이 흐르면서 누가 내 곁에 남아 있을지, 누가 내 이야기에 공감하고 따뜻한 눈물 한 방울 흘려줄 수 있을지, 그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에 대해 생각이 많아져요.
혼자서도 괜찮다고 여겼지만 결국 저도 사람에게 기대는 사람이더라고요. 무작정 기대려는 건 아니지만 그런 존재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힘이 나죠.
나이가 들수록 그런 사람들과의 관계가 진짜 삶의 버팀목임을 깨닫게 돼요. 수많은 사람을 아는 것보다 내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줄 단 한 사람이 있다는 게 더 소중하게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 곁에 있을 때 삶이 충분히 가치 있다고 느껴질 것 같아요. 그런 사람을 만나기까지의 여정에는 때로 고통과 상처가 따를 수 있겠죠. 실망하고 다치기도 하면서 진정한 연결을 찾기 위해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과정이 필요할 거예요.
하지만 그 여정을 통해 만난 사람은 상처도 보듬어주고 함께 성장해 나가는 소중한 존재가 되어줄 거예요. 힘든 순간을 이겨내는 버팀목이 되어주는 그 사람 덕분에 삶은 더욱 풍요로워지고 상처는 치유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런 인연이 내 곁에 찾아와주기를 그래서 더 깊고 아름다운 순간들이 쌓여가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