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로 달라진 나
나는 매일 새로운 기대와 다짐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내 인생의 첫날이다."
새벽은 마치 내 생에 처음 맞이하는 소중한 시간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오늘이라는 하루는 내 삶 속에서 빛나는 한 페이지로 남는다.
나에게 의미 있는 하루를 사는 일은 곧 글쓰기와 연결되어 있다. 글을 쓰기 전과 후의 삶은 분명히 다르다.
글을 쓰기 전의 나는 그저 주어진 삶을 수동적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하루를 무사히 마치는 것이 목표였다.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일과를 마치는 것만으로도 하루는 금세 지나갔다.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그저 해내고, 끝나면 별다른 생각 없이 휴식을 취했다. 하루하루가 흘러가 버리고 나면, '오늘도 무사히 지나갔구나'라고 느낄 뿐이었다.
취미 생활로 자전거를 타고, 등산을 하며 나름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겉으로는 흥미로워 보였지만, 나는 그 깊이를 느끼지 못했다.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봐도 내 안에 무언가가 채워지는 느낌은 아니었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 경험들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바람의 감촉이나 사람들의 온기도 그저 흘려보내는 하루의 일부일 뿐이었다.
삶을 살아가면서도 그 목적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주어진 대로 살면 되는 거지"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나에게 중요한 질문을 하지 않으려 했다. 그렇게 나는 내 안의 색을 잃어가며 무채색의 반복되는 하루를 살고 있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당신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 폴 발레리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 삶은 서서히 다채로워지고 깊어졌다. 이제는 주어진 틀에 갇히는 대신 나만의 길을 조금씩 닦아 나가고 있다. 세상이 던져준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내 방식으로 다듬어가며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글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내 안에 감춰져 있던 이야기를 하나씩 깨닫기 시작했다. 내면에 잠들어 있던 작은 목소리들이 깨어나면서 나는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더욱 여유로워졌다.
이전에는 세상에 큰 관심도 없었고, 나 자신조차 돌보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는 내 이야기를 직접 들여다보고 기록하면서 나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해 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깨달았다. 나는 나 자신을 진정으로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내 생각이나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닿을 수 있으리라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글을 쓰며 마음속 이야기들이 단어와 문장으로 흐름을 찾고 정리되는 과정을 거치며, 내가 느낀 것들이 점점 선명해졌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작은 울림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느낀다.
"과거로 돌아가 새로 시작할 수는 없지만, 지금부터 새로운 결말을 만들어 갈 수는 있다." — 카를 바르트
글쓰기는 마치 내 마음을 정돈하는 과정과 같다. 소중한 이야기들을 마음속 서랍에 차분히 정리해 두며,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간다. 글을 쓰며 나는 내 인생의 한 장면 한 장면을 조용히 관찰하고, 그 속에서 발견되는 감정과 생각을 천천히 곱씹는다. 그렇게 내면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하나의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를 불러오고, 그 이야기는 내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처음엔 이 여정이 혼란스럽고 막막하게 느껴졌지만, 이제는 매일을 내 이야기의 새로운 시작이라 여긴다. 오늘의 순간이 내 삶에 또 한 장의 페이지를 더해준다고 생각하니 하루하루가 새롭게 다가오고, 내 인생의 장면을 바라보는 시선도 한결 즐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