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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나비 Nov 10. 2024

나의 이야기를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아무도 모르면 좋겠는 이야기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조심스레 시작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내 이야기를 풀어낼 용기가 생긴 것 같다. 특히 "나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조언이 마음 깊이 새겨졌다. 필사 모임을 진행하면서 짧게나마 내 생각을 덧붙이는 일도 익숙해졌고, 좋은 글귀를 만나면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보곤 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이들의 생각도 엿보며 글쓰기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방식은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시도해 볼 수 있는 도전이라 생각한다.


내 글쓰기의 시작은 필사에서 비롯되었다. 짧고 강렬한 문장을 필사하며 그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생각을 확장하는 연습을 해왔다. 때로는 뜻밖의 통찰로 내면을 들여다보기도 했지만, 요즘은 어느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내 안에 이야기가 있어도 그것을 얼마나 솔직하게 꺼낼 수 있을지에 따라 글의 범위가 달라진다는 걸 절감하며, 과연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솔직하게 나의 스토리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는 두려움과 맞서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소중히 읽어줄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나만의 방식으로 나를 표현하고 싶다.


블로그를 시작하며 자기소개 글을 쓰는 것조차 꽤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나를 드러낸다는 일이 이렇게 힘든 것이었나 싶었다. 짙은 흉터처럼 자리 잡은 과거의 상처를 마주할 때마다 내 부족함과 단점이 고스란히 떠오르며, 왜 겨우 이 정도의 나일까 하는 마음에 잠기곤 했다.


내 내면의 부정적인 부분을 직면하고 나서야 성장할 수 있을 텐데, 그 첫걸음이 여전히 두렵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아픔을 꺼내놓을 수 있는 건 그 일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거나 넘어설 수 있는 여유가 생겼기 때문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혹시 아직 해결되지 않은 아픔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을까? 어린 시절의 상처를 과거로 받아들이고 지금의 안정된 삶 속에서 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 미해결의 감정을 품은 채 꺼내는 것인지가 궁금하다.


블로그 이웃들이 하나둘씩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모습을 보며 나 또한 어디까지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그들에게 "과거를 드러낼 수 있는 건 지금이 그때보다 나아졌기 때문인가요?"라고 묻고 싶지만, 아직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내 선택으로 지금의 삶을 맞이하면서, 힘든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예전에는 고통을 참아내야 한다고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내가 나의 행복을 선택하고 만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명확하게 다가온다. 글쓰기를 알게 되면서 비로소 내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온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이라는 책을 읽으며,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날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만 유독 힘든 일이 주어진 것처럼 느껴졌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시간들조차 나를 성장시키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고 믿고 싶다. 고통과 상처가 없다면 행복의 소중함도 깨닫지 못했을 테니까.


이 책의 "행복은 선택일 뿐"이라는 문구가 마음 깊이 남는다. 행복은 기다린다고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는 것이고, 나를 드러내고 내 이야기를 풀어내는 일 또한 행복을 향한 걸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 종료를 공개할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문제의 해결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기에 가능했으리라.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여전히 나의 이야기를 숨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 선택으로 행복을 추구하기로 마음먹었고, 그로 인한 아픔과 상처도 글로써 치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여전히 꺼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남아 있다. 아직은 해결되지 않았고, 마주하기도 쉽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우리 가족을 바라보며, 이산가족이라는 현대판 이름이 어울린다고 느낄 때도 있다. 어디서부터 이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아직은 자신이 없지만, 언젠가는 나도 이 스토리를 꺼내놓을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만 가슴에 품고 있다.


내 이야기가 어디까지 퍼져 다른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고민하며, 1년간 써온 나의 글들을 천천히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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