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온기 - 딸과 걷는 시간 3편
주말의 온기 - 딸과 걷는 시간 2편에서 이어집니다.
차에 오르자마자
딸이 일주일 치 이야기보따리를 푼다.
"엄마, 우리 학교에서 마니또를 뽑았거든.
각자 마니또한테 장점 세 개를 써주는 거였는데,
누가 내 장점을 써서 사물함에 넣어놨더라?
근데 글씨가 너무 작은 거야. 결국 하나도 못 읽었어."
재잘재잘 아이의 웃음소리가 차 안을 가득 채운다.
나도 함께 웃지만, 그 웃음 뒤에 따라오는 씁쓸함은 쉽게 감춰지지 않는다. 지금에 집중하고, 충분히 웃어주면 되는데 자꾸 마음이 미어진다. 며칠이 지나서야 들은 이야기라는 게 괜히 마음을 콕콕 찌른다.
방과 후, 그 쪽지를 아이와 함께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작은 종이를 눈앞에 바짝 들이대고 둘이서 뭐라고 쓰여 있는지 맞혀보며 키득거렸겠지.
"가져와 보지 그랬어. 같이 봤으면 더 재밌었을 텐데."
무심코 내뱉은 말이 허공에 흩어진다. 함께하지 못한 사소한 순간 하나가 아직도 마음에 아른거린다. 재잘거리던 딸이 어느새 조용해져 창밖을 바라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처럼 마음이 복잡하진 않겠지, 그냥... 다 궁금하다.
주말마다 아이와 나누는 이 평범한 순간들이 내겐 유난히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 마음이 점점 커질 즈음 딸이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맞춘다.
그리고 환하게 웃어준다.
한주 내도록 제때 나누지 못한 장면 하나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딸의 미소를 떠올리는 순간 복잡하던 마음이 스르르 풀린다. 이 아이는 언제나 말보다 먼저 몸짓으로 마음을 보여준다.
조용히 그 웃음에 안긴다.
나비의 끄적임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말의 온기 - 딸과 걷는 시간 4편으로 이어집니다.
[사진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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