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38. 20190530

by 전영웅

아빠는 지금 커다란 고민을 시작했다. 어쩌면 아빠의 삶에서 제일 큰 고민일지 모른다. 너를 깨우기 한 시간 전에 일어나,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 풍경을 바라본다. 풍경은 평소보다 조금 덜 아름답고 하루의 시작은 조금 더 부담스럽다.


아빠가 지난 편지에서 말했었다. 고민은 네가 클수록 점점 더 크게 다가올 것이라고.. 지금 네가 하는 고민들은 당장은 크게 보이겠지만, 네가 살아갈 시간들을 생각하면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네가 마주한 결과들 역시 마찬가지로, 너의 전체의 삶을 생각하면 아주 사소하다. 거기에, 너는 네가 가진 고민들을 같이 생각해 줄 어른들이나 친구들이 있다. 혼자만 안고 가는 그런 고민은 없다. 항상 말한다만, 너는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충분히 가벼운 마음으로 순간순간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다.


그렇지만, 고민은 너에겐 항상 커다랗게 다가올 것이다. 엄마 아빠가 보기엔 매우 사소한 일이지만, 너는 너의 고민을 어떻게든 너에게 유리하거나 합리적인 방향으로 풀어내려 노력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것은 어른들과 주변의 친구들과의 관계 문제이거나 시간의 문제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결국엔 엄마의 결론대로 마무리된, 게임과 동영상 시청 등의 얼마 전 문제 말이다. 합리적으로 시간을 만들어보자 했지만, 아빠는 시간과 때의 제한을 주었으나, 엄마는 하지 말라고 결론 내렸다. 너에게는 억울하고 슬픈 일이다. 그렇지만, 네가 의식하는 외삼촌과 또래 사촌형제와의 관계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네 스스로도 그랬고, 엄마와 아빠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사실 많이 아쉬운 결론이었다. 좀 더 합리적으로 고민해보고 결론을 내려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도 생각하지만, 엄마는 그게 아주 어려울 것이다 판단했던 듯하다.


관계란 그런 것이다. 사람은 관계 안에서 살아가지만, 그것은 너를 난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난처하다고 해서 빠져나오기도 어려운 것이다. 앞으로의 너는 수많은 친구들을 만나면서 관계의 홍수를 겪을 것이다. 그렇다 보면, 빠져나와야만 하는 관계도 보일 것이다. 네가 지금 그곳에서 마주한 관계는 함부로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이다. 외삼촌과 사촌형제는 평생을 함께 할 친척이니 말이다. 그러나, 친구들이나 가족과 친척 이외의 관계에서 네가 심각한 곤란을 겪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빠져나올 궁리를 해야 한다. 어른들의 도움도 적극적으로 구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아빠의 지금의 고민도 어쩌면 그런 관계의 문제로 볼 수 있다. 관계가 변한 것이다. 서로 필요한 관계에서 이제는 서로 덜 필요해진 관계가 된 것이다. 아빠는 이제 새로운 관계 안으로 들어가 새롭게 일을 시작할 궁리 중이다.


네 블로그는 잘 보고 있다. 아빠의 시선에는 좀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너와 네 블로그를 보는 친구들은 나름 재미있게 즐기고 있더구나. 그렇다면 괜찮다. 일반적인 시선에서 문제가 없다면 나름의 방식으로 즐기는 게 블로그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좀 더 알차게 꾸밀 수는 없을까 싶기도 하지만, 지금은 무리겠다 생각한다. 아빠의 말이 와 닿는다면 천천히 고민하고 준비해서 꾸며보거라..


지치지 말아라. 많이 힘들고 지친다면 언제든 말 해라. 이제 한 달 남짓 남은 시간에 너에게서 반갑고 좋은 소식들이 들려서 좋다. 그러나, 힘들고 버겁게 지내는 생활 사이로 잠깐 보이는 그런 좋은 소식이라면 반가운 일이 아니다. 남은 시간 꾸준히 달려보는데, 지치고 힘들다면 남은 시간이 아무리 짧아도 독이다. 너는 행복하고 재미있게 공부하고 놀 권리가 있다. 엄마가 너에게 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고, 아빠가 널 보게 될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너의 나름 중요한 시간이 오고 있고, 아빠는 중요한 시기에 접어들었다. 서로 또 같이 잘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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