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기간이 종료되면 르바란이라는 축제기간이 시작된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에서는 르바란(Lebaran)이라고 하고, 아랍권에서는 이드 알 피트르(Eid al-Fitr)라고 한다는구나. 네가 갑자기 한 주간의 방학이라고 해서 무슨 일이 있나 봤더니 이슬람 지역인 그곳에서는 아주 성대한 축제기간이라고 한다. 그 축제에 맞춰 학교도 일주일 씩이나 방학을 한다니, 아빠는 부럽기만 하다.
일주일간 방학이라니 부럽기도 하지만, 학교에 가지 않는 너를 엄마는 걱정하기 시작했다. 아빠는 ‘학교 안 가는 기간에 무얼 하면서 놀까?’ 궁금했다. 아빠도 그곳을 이제는 좀 아니까, 마땅한 교통편이 없으면 놀기도 힘들다는 사실을 잘 안다. 대신, 너와 잘 놀 수 있는 남매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친구네 집에 가서 바비큐 파티도 하고, 교회에서 공부도 하면서 보내고 있다는 소식은 듣고 있다. 어찌 보면, 혼자라서 시간이 날 때마다 핸드폰을 보는 이 곳보다, 그곳에서 남매들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다 나아 보인다.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라는 게 있지. 아빠가 그곳에서 혼자인 너를 마냥 걱정만 하지 않는 이유이다. 그리고, 아빠는 너를 항상 믿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내려오셨다. 라이 녀석은 할아버지 목소리를 듣자마자 반갑다며 몸을 비틀고 꼬리를 흔들었다. 그보다 더 반겨드릴 수 있는 네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빠는 좀 아쉽다. 한 달 정도만 있으면 네가 오니 그런 아쉬움도 조금만 기다리면 사라질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오시자마자 네 방에서 주무신다. 너를 끔찍이 아끼시니, 너 없는 네 방이 좀 어질러진 것으로 아빠와 엄마를 타박도 하셨다. 두 주 정도 머물다 가시는 동안, 너의 흔적들에 너를 많이 그리워하실 것이다. 어서 네가 집으로 와야 하는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아빠는, 네가 그곳에서 남매들과 잘 어울리고, 주어진 공부를 꾸준히 해 나가고 있음에 항상 고맙다. 그렇다고 네가 힘들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너무 일찍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는 일을 겪어야 하는 네가 힘들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네가 겉으로 그런 힘든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하게 견뎌내고 있는 모습은 고마우면서도 아빠가 힘을 내야겠구나 하는 이유가 된다. 네가 그곳에 간 지 벌써 일 년이 다가오고 있고, 그 시간을 너는 너무 훌륭한 모습으로 잘 지내주었다. 그 사이, 키도 자라고, 마음도 자란 네 모습에 기대도 되고 아쉬움도 생긴다. 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주어야 하는 마음이 생긴다.
너는 살면서 한 번쯤은 겪을 하나의 변곡을 지나오는 중이고, 아빠는 살면서 한 번쯤은 겪을 하나의 변곡을 시작하는 중이다. 겪어봐야 한다면 언제든 겪을 그런 것들이, 살다 보면 자연스레 찾아온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거나, 스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마주하게 된다. 그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네가 일 년을 그곳에서 공부했다고 해서 목적했던 영어가 꾸준하게 유지되고 유창하게 활용될지는 알 수 없다. 아빠가 아빠만의 의원을 열어야겠구나 생각해서 준비 중이지만, 이것이 얼마나 좋은 결과를 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시간은 흐르고, 흐르는 시간 위에서 우리는 꾸준하게 또는 열심히 원하는 것을 준비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 흐르듯 흐르는 시간이 어느 지점까지 흘렀을 때, 뒤돌아보면 우리는 얼마나 열심히 움직였던가 라는 질문에 가장 적게 후회해야 한다. 이것은 아빠나 네가 세상을 살아가며 항상 간직해야 하는 마음이자 질문이다. 이제 아빠는 그런 질문을 아빠 스스로에게 던질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너에게 이런 질문은 평생을 안고 살아가야 할 중요한 지침이다.
언제나 시간은 흐르고, 대부분의 문제들은 시간이 흐르며 해결되고 나아진다. 시간은 언제나 약이다. 그러나, 시간이 약이 되기 위해 시간 위의 사람들은 항상 질문과 행동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애써 움직이지 않아도 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것들을 잊어서도 안된다. 너무 어려운 말이 되었나 싶다. 그냥 이제까지 네가 하던 대로, 평상심을 잃지 않고 꾸준하면 된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것,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잘 추슬러 챙기는 것.. 아빠가 항상 하던 말이 오늘의 이야기와 많이 이어진다. 짧은 방학 재밌게 잘 보내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