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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영웅 Mar 28. 2024

민주정과 민주주의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들고 숨을 거두었다.


  ‘너 자신을 알라!’ 라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소크라테스 식의 캐묻는 질문은 아테네 사람들의 심기를 상당히 불편하게 만들었다.  아테네 사람들은 이성의 합리에 따른 법칙을 지키며 공동체의 질서를 중시했다.  법칙은 공동체의 유지를 위함이었고, 판단은 다수결의 원칙으로 결정되었다.  집단의 논리 속에 간과되는 것은 ‘개인의 옳음’이었다.  공동체가 잘 유지되기만 하면 개인의 합리 정도는 무시되어도 아무렇지 않았고, 다수가 옳다고 하면 그것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소크라테스는 이 지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다수가 옳음은 진정한 옳음인가, 옳다는 것은 어디서 기인하는가, 개인의 옳음은 무시되어도 좋은가..  그래서 그는 ‘그가 믿는 신이 시키는 대로 따라’, 사람들에게 옮음에 대하여 캐묻고 다녔다.  결국 사람들은 옳음은 자신 안에 없다는 사실을 소크라테스를 통해 깨달았다.  그리고 듣게 된다.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는 그렇게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아테네 사람들이 믿는 신이 아닌 다른 신을 가지고 왔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하게 된다.  그리고, 다수의 찬성으로 사형을 언도받는다.  그는 자신의 옳음을 끝까지 주장하며 벌금형을 제안했지만,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는 결론을 받아들였다.  70이 넘은 나이이기에 미련도 많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순순한 마음이 아니었다.  그의 죽음에는 결기가 서려 있었다.  ‘내가 그렇게 옳음이 무엇인가에 대해 깨닫게 해 주었건만,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는구나.  너희들의 다수결대로 기꺼이 죽어주마.  내가 죽은 다음, 이 판단이 정말 옳았는지 철저하게 깨닫길 바란다.’


  그는 민주정과 민주주의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캐물음과 죽음으로 아테네 사람들에게 말했다.  너희가 하는 일들은 그저 다수결일 뿐인지, 정말 옳음을 추구하는 진지한 정치적 행위인지 고민하라는 일갈이었다.  


  정치철학에서 평등개념이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교육하고 주입을 통해 얻어지는 통념이라고 말한다.  교육은 그래서 중요하다.  동시에 민주주의 제도의 요건 중에 하나는, 끊임없는 인문, 철학 및 윤리 교육을 통해 어느정도의 수준을 이룬 인민집단이라고 단정한다. 민주주의란 제도는 그냥 주어지거나 그냥 흐르게 두어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의 질문은 현재에 다시 살아난다.  우리는 단순히 민주정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가, 아니면 민주주의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가..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지속하게 하는 수준의 인문, 윤리, 철학적 소양을 가지고 있는가 라고 물을 수 있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까지 경험했고 앞으로 경험해야 할 선거들이 저 질문 앞에 제물처럼 던져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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