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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Feb 29. 2024

잘파와 함께

황지영, 「잘파가 온다」

페북,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에 감탄했던 게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런 시대도 점점 저물어 가고 있다. 한때만 해도 내가 콘텐츠를 찾는 게 아니라 콘텐츠가 나를 찾아오는 알고리즘의 세상이 신기하기만 했었는데, 벌써 식상해져버린 거다. 나조차 이런데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세상을 '디폴트'로 받아들이며 성장한 잘파 세대들은 어떨까 싶다. 여기에 완전히 몰입되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또 완전히 질려버리기도 했을 것 같다.


안티알고리즘의 흐름과 관련해 당장 현업에서 피부로 와닿는 변화는 서드파티 데이터의 종말이 실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몸 담고 있는 회사의 경우 앱 유저 중 아이폰 사용자가 많아 광고 효율을 측정하기가 더욱 어렵다. 그 와중에 메타에서는 또 로데이터를 안줘서 답답하다. 앞으로 안드로이드와 웹에서도 서서히 서드파티 데이터를 차단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앞으로는 어떻게 잠재고객을 만나야 할까. 마케팅 비용을 크게 태울 수 없는 스타트업들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티알고리즘 현상이 반가운 것도 사실이다. 한 유저로서는 더욱 그렇다. 요새는 유튜브나 넷플릭스가 추천해주는 콘텐츠가 영 내 취향이 아니다. 다양하고 참신한 콘텐츠, 각 분야에 깊이 관심있는 사람에게 반가울 콘텐츠를 추천해주길 바라는데 요새 소셜 미디어의 추천은 너무나 평범하다. 비슷비슷한 영상을 추천해주거나 심지어 나는 별로 관심이 없는데 대중적이기만 한 콘텐츠를 보여줄 때도 많다.


그래서 앞으로는 알고리즘 대신 인플루언서의 영향이 더 커지지 않을까 싶다. 그 인플루언서가 연예인 같은 존재일 수도 있고, 진짜 전문가일수도 있고, 둘 다일 수도 있다. 어쨌든 사람들과 교감이 가능하고 안목과 전문성으로 상품과 콘텐츠를 큐레이션해주는 서비스가 인기를 끌 거라는 얘기다. 다른 유저들의 선택을 분석한 알고리즘으로 콘텐츠를 추천받는 건 이제 식상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걸 보고 싶지, 나랑 비슷한 사람이 좋아하는 평범한 걸 보고 싶지는 않으니까.


이럴 때일 수록 기업과 브랜드의 진정성과 소통 능력이 중요해질 것 같다. 알고리즘에 의한 타겟팅을 넘어서, 한명의 유저라도 깊이있게 교감했다고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우리의 고객이 된 순간부터는 세심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해나가야 한다. 불황이니만큼 쿠폰을 제공해서 구매를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때 그때 저렴한 제품으로 승부해서는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어렵지 않을까. 아예 저렴함을 무기로 내세우는 브랜드가 아니고서야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미국의 당근마켓이라는 '넥스트도어'에서 새 멤버 가입 시 축하 메시지를 쓰거나 가상의 쿠키, 꽃을 선물하는 기능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인상깊었다. 모르는 사람에게서 날아온 가짜 쿠키, 가짜 꽃이어도 받는 사람은 은근히 기분이 좋지 않았을까? 이 서비스에서 진짜 친구와 이웃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이런 기능은 우리 회사의 서비스에도 접목시켜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파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과거를 그리워한다는 대목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요새 미국에서도 그렇고 전세계적으로 90년대 문화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올드하다고 생각해왔던 것들도 다시 재발견되고 새롭게 해석된다. 기성 세대 입장에서는 이미 익숙하고 또 지겨울 수 있는 콘텐츠와 스타일도 젊은 세대에게는 또 너무나 신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행이 왜 이렇게 돌고 도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새로운 세대와 소통해야 하는 기업이라면 이러한 트렌드를 잘 캐치하고 마케팅에 반영해야 할 테다.


어렸을 때는 왜 이렇게 사회가 젊은 세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지 궁금했다. 나도 이제 조금 나이가 들다보니 젊은 세대에 대한 기성 세대의 이러쿵저러쿵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어떤 늙은이들은 꼰대짓을 하지만, 사회가 젊은 세대에 관심을 갖는 건 근본적으로는 그들이 세상의 미래이고 나아가 흐름을 주도할 집단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용돈을 받은 십대가 엄청난 소비자층으로 떠오른지 벌써 수십년이다. 하물며 스스로 커다란 돈을 벌 수도 있고, 집단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는 잘파 세대야 더 하지 않을까. 이런 트렌드를 서비스와 브랜드에 어떻게 녹이면 좋을지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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