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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끔 쓰는 이다솜 Apr 05. 2018

걱정하는 척 상처 주지 말아요

버스 운전기사 패터슨은 매일 시를 쓰지만, 시집을 출판하지 않는다. 영화 <패터슨>.

     

몇 년 동안 일을 쉬고 있는 친구 A가 있다. A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부모를 둔 덕분에 돈을 벌지 않고 미뤘던 공부를 하면서 지내고 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이 A를 순수하게 부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2년 정도 시간이 흐르자 일부의 시선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눈에 띄는 성과를 내거나 그럴싸한 직장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일까. 어떤 이들은 티가 날 정도로 A를 시기하고, 무시했다. “아직도 쉬고 있다고? 와, 부럽다. 앞으로는 어떻게 할 계획인데?” 말보다 표정과 어조로 불쾌감을 줬다.     


유부녀인 친구 B는 얼마 전에 임신을 하고 전업주부가 되기로 결심했다. B는 지금까지 생계를 위해 회사에 다녔을 뿐, 자신의 일에 특별한 애정이 없었다. 남편의 연봉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절약하면서 아이를 키우는데 집중하고 싶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그녀에게 한 마디씩 했다. “너 정말 일 안 할 거야? 남편만 벌어서 살기에는 너무 힘들지 않아?”라든가 “아이 때문에 일을 관두는 거야? 그래도 네 일을 계속하는 게 좋을 텐데”라고 말했다.


두 친구 모두 사람들의 이 같은 반응에 힘들어했고, 그들을 위로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취하는 이의 삶은 참 근사하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자신의 일을 열정적으로 해내는 여성들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들이 훌륭하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풍족한 가정에서 태어나 긴 시간 백수로 지내든,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일을 때려치우든 도대체 무슨 상관일까?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모두가 꼭 멋져 보이고 낫다고 여겨지는 삶의 방식을 추구해야 할까?     


낫다는 기준조차 자의적이다. A는 돈 걱정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인생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남들보다 시간이 더 걸릴 지라도 언젠가는 성과를 낼 수도 있다. B에게는 회사 업무보다 가사와 육아가 주는 기쁨이 더 클 수 있다. 어떤 선택이 합리적이고 나은 방향인지는 당사자만 알 수 있다. 이들조차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혹자는 경제적 자립성이 취약하다고 비판하겠지만, 정작 이들을 지원하는 사람들은 기꺼이 동의한 일이다.

     



매일 일하며 살아가야 하는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A의 삶이 부러울 수 있다. 맞벌이를 하면서도 생활비가 감당이 안 된다고 느끼거나 자신의 일에서 큰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은 B가 한심하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부러움이든 한심함이든 감정을 느끼는 건 자유다. 그렇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건 별개의 문제다. 누구도 보편적인 이상과 동떨어진 삶을 산다고 해서 타인으로부터 원치 않는 말을 들으며, 감정 상해야 할 이유는 없다.


몇 가지만 주의하면 된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과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을 만났을 때, 외계인이라도 본 양 놀란 표정을 짓지 않는 일이다. 걱정을 가장한 오지랖 넓은 충고를 자제할 줄 아는 일이다. 이 같은 언행이 무례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세상은 불공평해서 저마다 다른 조건 속에서 살아간다. 또, 사람마다 행복을 느끼는 부분도 방식도 다르다. 그래서 타인이 미치도록 부러울 때도 있고, 그와 대조되는 자신의 처지에 화가 날 때도 있다. 상대방의 가치관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이다. 현실이 각박할수록 편협해지지 않으려고 저항하면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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