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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변인 Jun 07. 2016

닭쳐라 남미! -15-

이게 몸에 아주 좋은 거야!

https://brunch.co.kr/@briefing/17


<전편에 이어...>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금 살고 있는 집 건물과 맞은편 건물 등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부동산을 다수 가지고 있는 재력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집 안을 둘러보면 그 말이 결코 헛된말은 아닌 것 같았다. 눈으로는 문집을 보며 이 양반과 얼마큼, 어떻게 교류를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영감님이 나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자네 이런 거 본 적 있나?


영감님이 생전 처음 보는 '그것'을 나에게 들이밀었다. 이때는 몇 년 후 '그것'을 한국 연예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들고 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영감님이 나에게 투명한 글라스 잔을 내밀었다. 잔 안에는 진녹색의 액체가 가득 담겨 있었다.


설마... 이것은...? (한국에서 곧 유행할) 녹조라테?


당시에는 슈렉을 갈아놓았나... 생각이 드는 비주얼이었다. 과연 이게 뭘까??? 영감님이 기다렸다는 듯이 답을 한다.


자네, 밀싹주스라고 들어봤나?

 


밀.싹.주.스?


우리나라도 이제 밀싹주스!


최근 신문, TV, 홈쇼핑 등에서 이 생소한 단어를 접할 때마다 아르헨티나에서 영감님과의 그날이 생각난다.


알고 보니 이 영감님은 자신의 건물 옥상에서 밀싹을 재배하고 있었다. 아까 옥상에서 봤던 것들이 화초가 아니라 자신이 최근 기르고 있는 밀싹들이었다. 밀싹을 정성스레 길러 어느 정도 길이가 올라오면 잘라서 주스로 만드는 작업을 집에서 직접 하고 있었다. 좀 전에 나에게 건넨 주스도 주방에서 방금 갈은 주스였다.


이게 밀싹주스라고 몸에 엄청 좋은 거야! 마셔봐!


그래...이런 비주얼이었어!! (출처: www.easygreeneurope.com)


마시고싶지않아!마시고싶지않아!마시고싶지않아!마시고싶지않아!마시고싶지않아!마시고싶지않아!마시고싶지않아!마시고싶지않아!마시고싶지않아!마시고싶지않아!마시고싶지않아!마시고싶지않아!마시고싶지않아!


라고 생각했으나 이렇게 들이미는데 피할 수 없었다.


으...~~~


뭐랄까...? 길가에 나있는 잡초와 잔디를 갈아먹으면 이런 맛일까? 세상에는 먹을 것도 많고 이것 말고도 몸에 좋은 게 많은데 왜 이런 걸 갈아먹고 있을까? 내가 잔을 비우자 영감님은 만족했다는 듯 다음 말을 이어갔다.


내가 요새 밀싹을 기르고 있는데 이게 몸에도 아주 좋고 괜찮아...


이 분은 이미 밀싹을 판매하려고 명함도 만들어 놓고 만반의 준비를 해놨으나 이걸 직접 팔 판매사원 또는 판매루트가 없는 것 같았다.


영감님은 이미 자신의 명함도 다 만들어 놓았다!


자네가 이걸 사람들에게 팔아보면 나쁘지 않겠단 생각이 들어...


뭐라고? 내가 잘 못 들었나? 누구에게 뭘 팔라고? 성당에서 내 팔을 붙잡은 아줌마의 말이 계속 떠오른다.


돈거래는 되도록 하지 마요...
돈거래는 되도록 하지 마요...
돈거래는 되도록 하지 마요...


아르헨티나에 와서 우여곡절 끝에 겨우 동아줄 하나를 잡은 줄 알았건만......


가족, 친척, 친구, 지인, 현지 언어가 안 되는 해외에서 정착한다는 것이 얼마나 맨땅에 헤딩인지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물론 한국을 떠나기 전 맨땅에 헤딩하러 가는 줄은 알고 있었으나 머리에 금 갈 정도로 헤딩하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될 줄 알았으나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머리가 깨져서 뇌수가 철철 흘러도 될까 말까 한 상황 같았다.




숙소에 돌아오니 허탈감이 몸을 감싼다. 이제는 더 이상 찾아갈 곳도 없었다. 혼자서 숙소에 앉아 있거나 아베샤네다의 한국인 상점들을 돌아다녀도 딱히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주말에는 한인성당을 찾아가고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밀싹 주스를 권하던 영감님 집을 일주일에 한번 정도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 게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반가운 분에게서 카톡이 왔다. 내가 아르헨티나에 도착했을 때 공항 픽업을 나와준 어머니 손님의 자제분이었다.


잘 지내고 있어요? 제가 그간 일이 바빠서 통 연락을 못했네요.
시내에서 같이 밥이라도 먹을까요?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안 그래도 이분은 나와 비슷한 연배에 한국에서 이런저런 물건을 가져다 파는 일을 한다고 해서 예전부터 이야기를 한번 나누고 싶었다.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를 다시 키워가며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강남쯤 되는 푸에르토 마데로에 있는 'TGIF 푸에르토 마데로 점'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한국에선 자취를 감춰가는 TGIF, 푸에르토 마데로점 입구  (출처: Tripadvisor)


나를 픽업 해준 자제분과 그분의 친구 그리고 나까지 30대 남자 3명이서 TGIF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고 보니 조선일보에 있을 때도 퇴사하기 전 동기들과 명동에 있는 TGIF에서 밥을 먹었던 것 같은데... 일 년 동안 2번이나 TGIF에 오다니! 역대 최다 방문의 해로 기억될 것 같다.


각설하고 내 또래의 아르헨티나 한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니 그동안 막혀있던 체증이 풀리는 기분이 들기는 개뿔... 그래도 그동안 접할 수 없었던 생생한 현지 사정을 들으니 머리 속에서 생각들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


유레카!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머릿속에서 한 가지 답이 떠올랐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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