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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뷰 Nov 10. 2016

집이 없는 민달팽이, ‘꿈’틀거리다

대학, 취업, 연애, 결혼, 출산, 내집마련...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요구하는 끝없는 '인생 스펙'들의 목록입니다.
사람들은 청년들이 '스펙만 추구하는 괴물'이 되었다고 비판하거나,
돈이 없어 희망을 갖지 못하는 'N포 세대'가 되었다며 측은해합니다.
우리는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 청년들이 살아갈 미래를 바라보는 다른 관점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청정넷-기자단 청년view가 만난,
획일화된 삶의 기준에 문제를 제기하는 청년활동가들의 VIEWPOINT를 소개합니다.



 민달팽이. 말 그대로 집이 없는 달팽이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자마자 높은 자취방 보증금과 월세, 그리고 주거난을 마주하게 되는 현재의 청년세대를 혹자는 ‘민달팽이 세대’라고 말한다.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민달팽이 청년들이 직접 나선 곳이 민달팽이 유니온이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현재 600여명의 조합원들과 함께 민달팽이 1호집에서 7호집까지 점점 그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17명의 민달팽이 청년들이 살고 있는 2호집에서 민달팽이 주택협동 조합 임소라 운영팀장님을 2호집의 마스코트 강아지인 초코와 함께 만났다.      



민달팽이, ‘꿈’틀거리다_민달팽이 유니온 시작과 운영


 민달팽이 유니온의 시작은 2011년으로 돌아간다. 몇 명의 연세대학교 학생들은 턱없이 낮은 학교 기숙사 수용률에 의문을 가졌다. 그 의문과 불만을 학교 측에 전하고자 달팽이 모양 빵을 팔아 모은 돈으로, 평범한 학교 부지에 ‘기숙사 설립 자리’ 비석을 세웠다. 그 비석에 모인 연세대학교 ‘민달팽이’들의 뜻은 결국 학교 측에 전해졌고 나중에 기숙사 설립 부지로 고려되었다. 그 때의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모인 것이 현재의 민달팽이 유니온의 시작이다. 현재 그들은 주택 문제에 대해 정책, 제도적인 공부와 관련된 대외적인 활동들을 담당하는 민달팽이 유니온과 실제 청년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선 사례를 직접 보여주고 있는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으로 이루어져 ‘민달팽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민달팽이 유니온의 기본적인 운영 예산은 계속적으로 뜻을 함께 하고 있는 ‘민달팽이’ 유니온 조합원 600명의 회비와, 그 중 실제 민달팽이 집에서 살고 있는 조합원들이 부담하는 민간임대 시장보다 저렴한 보증금과 월세가 전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만으로는 집을 공급하고 유지하는 주택협동조합사업을 이어가기는 넉넉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외부로 발을 넓혀 추가적인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 서울특별시의 연구 용역, LH 사업 컨설팅과 같이 민달팽이들의 움직임에 반응하기 시작한 ‘바깥’에 조금씩 도움을 주면서 경제적 수익도 얻고 있다고. 초기에는 민달팽이집 1, 2호를 만들 때 생겼던 빚을 갚기 위해 모든 수익을 다 저축하기도 했지만, 부지런한 민달팽이 활동으로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또한 과거의 빚보다 지금과 미래에 생겨날 가치들에 더 비중을 두어 그에 대한 투자를 높이고 있다.



한국의 민달팽이들_청년 주택 문제와 정책

 

 "한국에서는 ‘집 이야기’를 하는 것이 창피한 일이고 개인적인 일로만 취급 받아왔어요. 주거는 개인의 탓이 아니고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인데, 만일 어떤 사람이 남들보다 못한 환경에서 산다면 같이 잘 살 생각을 해야 하지만 그것은 그 사람의 잘못으로 치부되는 것이 일반적이죠. 결국은 돈의 문제고 사회의 문제에요.”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한 기존 민간 임대시장의 집들은 기본적으로 너무 비싸기 때문에 청년들은 고시원과 같은 곳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시원에서는 혼자 방에 누워있어도 누가 옆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매일같이 야근을 하더라도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고 한다. 더군다나 전통적으로 존재하던 안전망으로서의 혈연가구가 붕괴하면서, 1인 가구를 둘러싸고 있는 안전망은 아예 없다. 그런 비혈연가구들이 모여서 일종의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보자 하는 것이 민달팽이에서 만들고 있는 달팽이집이라고 임소라님은 말한다.


 “하긴 처음 시작할 때는 청년을 위한 주택 정책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상태였어요.”  민달팽이의 꾸준한 요구 때문인지 서울시가 비슷한 청년을 대상으로 한 주택정책을 내놓았다. 청년을 위한 주택정책이 제시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의의가 있지만, 해당 정책이 제시하는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은 한계가 있다. 이 정책은 민간에서 투자를 받아 지하철역과 가까운 곳에 있는 주택을 공급하는데,  청년들이 마치 ‘좋은 주택이 없어서 집을 구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고 있는 셈이다. “정작 청년들은 집이 비싸서 들어가지 못하는 것인데, 더 좋게 지어진 집은 더 비쌀 것이니 말이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주택 가격이 너무 비싸다’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소라님의 답답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래서 민달팽이 유니온은 보증금을 굉장히 낮게 책정을 했고, 월세가 치솟지 않도록 하는 전월세 상한제도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다. 그 전까지는 국회의원들이 받아주지 않았지만, 이번 총선이 끝나고 드디어 더불어민주당에서 전월세상한제 이야기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고. 그래서 민달팽이에서도 올해나 내년 안으로 전월세상한제를 공론화시키고자 준비 중이다.          


# 민달팽이 임소라_청년, 그리고 활동가


 임소라님은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의 운영을 관리하는 운영팀장이기 전에 민달팽이집에서 살고 있는 ‘청년’이다. 소라님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30살 전에 결혼해야지, 그러면 몇 년 후에 아이를 가져야지.’와 같은 사회적 기준에 맞추어 살려고 했고 다른 꿈은 크게 없었던 평범한 2030 청년이었다. 그랬던 소라님은 민달팽이를 알게 된 후의 자신을 ‘달라졌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달라진 자신은 매우 ‘만족스럽다’고. “아마 저는 전생에 민달팽이였지 않았을까요?” 공급하는 집도, 입주자도 없었던 무(無)에 가까운 상태에서 지금은 어엿하게 집들을 공급하고 입주자도 있는 유(有)를 창조해냈다. 그래서인지 민달팽이는 키운 자식 같다.


 “일은 엄청 나게 많아요. 수익이 나는 구조가 아니라서 한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많을 수밖에 없죠. 그저 일이 엄청나게 많은 ‘일터’였다면 그만두었겠죠. 그렇지만 만족할 수 있는 건 돌아보면 ‘내가 성장했고, 너가 성장했고, 우리가 성장했구나.’를 알 수 있기 때문인거죠.”


 소라님은 변화한 자신만큼 그 안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해가는 사람들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 그리고 함께 생각을 나누고 뜻을 같이하는 동료가 있다는 것, 그것이 나를 버티게 한다고 소라님은 말했다. “민달팽이를 제가 키운 부분도 있지만 민달팽이가 저를 키웠죠. 제가 민달팽이가 아니었다면 지금 여기까지 버틸 수 있었을까요?”


 가장 힘든 건 어떤 부분일까. 아무래도 적은 월급이다. ‘이 임금을 계속 받다간 위험하겠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년도부터 월급이 올랐다. 많이 오르진 않았지만 의미가 있는 건 조합원들이 총회 때 월급 인상에 대한 안건을 발의하고 그 안건이 결정됐다는 점이다. 상근자들 입장에서 먼저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사안을 조합원들이 먼저 알아주고 나서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 깊게 다가온 만큼 부담감도 커졌다. 옛날에는 ‘하다 안 되면 말지, 하다가 망할 수도 있지.’ 이런 생각이었지만 단체가 점점 커지면서 ‘내가 하는 이 일이 옳은 방식일까. 사람들이 민달팽이에 기대하는 것에 부응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같은 책임감, 부담감이 엄습했다고 한다.


미래의 임소라 _청년활동가의 미래


 그렇다면 소라님은 언제까지 이 활동을 하실까. “이게 정말 큰일이죠. 어쨌든 저도 나이를 먹어갈 것이고 어느 순간 준비를 해야 하긴 할텐데 딱 언제다 이렇게 말하기는 쉽지 않네요.” 청년활동가로서의 커리어의 끝에 대해서 정확히 계획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언제’인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친구가 나타났을 때. 지금 진행되고 있는 민달팽이 유니온에서의 청년활동에 꿈이 있고 적합한 능력이 있는 또 다른 다음 ‘세대’ 청년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라님도 스스로 얻고 배웠던 지식과 경험들을 그 친구에게 공유하고 그 친구도 그 부분에 있어서 잘 해나간다면 소라님도 그 때는 지금 하고 있는 청년활동을 인계하고 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가끔, 사실 최근 들어 자주, 청년 활동가를 꿈꿔도 되냐고 묻는 친구들이 많아져서 조만간 다른 적합한 청년활동가가 등장하지 않을까라는 소라님의 기대가 더 커졌다. “물론 지금은 ‘그래요. 아주 안정적이고 추천할만한 직업이에요.’라는 대답을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에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좋은 직장’이라는 기준에 부합하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친구들이 청년활동가로서 충분히, 편하게 꿈꿀 수 있는 환경과 인식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제 현재 역할 중 하나가 아닐까요?”



청정넷-기자단 청년view [VIEWPOINT-청년활동가] 인터뷰 연재
글/사진. 유태웅, 박경화, 김민수
편집. 김선기 (fermata@goham20.com)
문의. 이성휘 (seoulyouth201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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