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달팽이
어린 시절 '개미와 베짱이' 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당장은 피곤하고 힘들더라도 미래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야지
겨울이 와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인데요.
이 이야기는 노후 준비의 필요성을 말할 때 흔히 인용되곤 하는데,
오늘은 조금 다른 버전의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2014년 한국재무설계(주) 블로그에 기고한 글을 재각색했음을 알려드립니다 ^^)
옛날 어느 시골 마을에 성실한 개미와 놀기 좋아하는 베짱이가 살았어요.
개미는 이른 아침부터 게으름 피지 않고 쉬지 않고 움직이며 먹이를 모았지만,
베짱이는 그늘에 누워 노래를 부르거나 낮잠을 즐기곤 했죠.
베짱이야! 겨울이 오기 전에 열심히 모으지 않으면 겨울에 굶어 죽고 말거야.
지금 열심히 일하고 겨울에 마음껏 먹으며 편히 노는 게 어때?
너도 그만 놀고, 어서 열심히 식량을 쌓으렴!
하지만 베짱이는 그냥 웃기만 할 뿐 대답이 없었어요.
그렇게 개미네 집 창고에는 먹이가 차곡차곡 쌓여갔고
개미의 마음에도 여유가 조금 생기던 어느날
청천벽력 같은 뉴스를 들었어요.
올 겨울은 예년보다 더 길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겨울이 오면 모아놓은 먹이로 편하게 지낼 수 있을 줄 알았던 개미는
큰 실망이 생겼지만, 다시 심기일전으로 아끼며 배로 열심히 일했답니다.
그렇게 겨울 왔고, 개미는 가득 찬 창고를 바라보면 생각했어요.
드디어 겨울이야! 이제 마음껏 즐기며 놀아야 겠다!
아니야!! 올 겨울은 길다고 했어....
언제 겨울이 끝날지 모르니 최대한 아껴 먹을 수 밖에 없겠는 걸
그러자 개미는 급 우울해졌지만, 여름 내내 놀던 베짱이를 생각하며 힘을 내기로 했어요.
우리의 베짱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시간 베짱이는 온갖 채소가 가득 심어진 비닐하우스 안에서 달팽이 친구와 함께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답니다.
사실 베짱이는 지난 봄, 농사꾼 달팽이에게 농장관리를 맡겼던 거예요.
농사보다는 음악에 재능이 있던 베짱이는
농사꾼 달팽이 덕분에 자기 일에 더 집중하며 지낼 수 있었고,
단지 가끔 농장에 들러 농작물들이 잘 자라는지만 확인했을 뿐이예요.
그리고 가을이 되자 많은 수확으로 창고를 채웠고,
길어진 겨울 동안 비닐하우스에서 꾸준히 나오는 채소들로 편안하고
여유로운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되었죠.
봄부터 가을까지 쉬지도 못하고 열심히 일만 하던 개미는
겨울이 와도 행복한 것 같지는 않네요.
만약 개미에게 달팽이 같은 친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조금 더 여유를 즐기면서 지낼 수 있지 않았을까요?
이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이 납니다.
수명이 길어졌다는 이야기는 지겨울 정도로 듣고 있지만,
정작 그 시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모르고
단순히 개미처럼 아끼고 모으기만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긴 겨울을 준비하며 열심히 일만 하는 개미와
겨울 준비는 달팽이에게 맡기고, 자신의 인생의 즐기겠다는 베짱이를
단순히 비교하기에는 현실은 조금 빡빡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돈을 벌고 모으는 목적을 생각해 보았을 때
조금은 베짱이 같은 마음으로 삶을 계획할 필요는 있을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저의 글을 읽고 있는 거겠죠?
- 돈파는 자까(atoheali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