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갑자기 추워졌다.
긴 여름을 못참고 겨울이 먼저 와버린 느낌이었다.
미리 와버린 겨울때문에 가을은 어디로 간건지
알 수가 없다.
난 스스로 늘 우유부단하단 생각이 든다.
뭔가 결정해야 되는 순간이 오면
사실 난 아직도 속으로 코카콜라를 한다.
코카콜라를 하면
모호했던 고민들에 대한 나의 답이 확실해진다.
왜냐면 나는 내가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한다.
그걸로 내 마음을 판단한게 벌써 몇 번 째인지
알 수 없다.
난 조용한 성격에 주변에서의 자극을 싫어하고
상처받을까봐 다가가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도 30년 넘게 살면서
내가 만인이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 수 있고
어쩌면 이유없이 미움 받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인정하게 되었다.
상처를 덜 받고 내게 소중하지 않은 사람으로부터의
상처를 오래 곱씹지 않는 쪽으로
생각하는 것이지
사실 아예 안 받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여전히 나는 혼자일 때
내 남편과 있을 때 (사이 좋을 때)가
제일 좋고 편안하다.
그 다음이 가장 친한 가족이나 친구와 있는 경우다.
사람은 변하기 어렵다는 것을 많이 깨닫는다.
본질을 그대로인채
그래도 발전하려고 노력해서 변하는 것은 있다.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회사생활을 하면서
6년 넘는 시간동안 정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즐거움도 많았지만
요새는 힘든 게 훨씬 크다.
정말로 3,6,9의 고비인지
심각하게 회사에 가는 일이 버겁다.
꾀병인지 뭔지 회사에 갈 생각에 잠도 안오고
회사에선 두통에 시달리기 일쑤다.
버티고 버티고 버티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이 맞는건지
그만두고 새로운 걸 해보라는 남편의 말이
맞는 것인지
누구의 말이 맞는지 자신이 없고
모르겠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한 결과도
내가 책임져야 될 것을 알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반지 하나 살 때의 결단력만큼만 있어도
이미 박차고 나왔을 것을..
내 미래와 남편의 미래
부모님들의 기대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진짜 어렵다.
선택 앞에선 언제나 그 뒤의 것이 더 두려워
작아만지고 뒷걸음만 치게 된다.
그래서 계속 거기서 머물러 있고 정체된 기분이다.
오늘은 회사를 안 갔는데
너무 행복하고 상쾌하다. 아늑하다.
눈과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직장 타이틀이 없는 나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