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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우 Jul 30. 2017

꿈의 직장, 72초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그룹 칠십이초 인터뷰 with 은교 혜림 지해 

이름을 대라면 모조리 다 댈 수 있다.


72초 오리지널

태구드라마

두 여자

이너뷰

일다종사

바나나 액츄얼리

호러 딜리버리 서비스

72초 데스크

그리고 오구실

.

.

.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전설의 유튜브 채널 72초TV.

구독 이후, 여러 날동안 나를 설레게 한 (주)칠십이초를 드디어 만났다. (with 은교 혜림 지해)


두근




회사 주방(?)

지하 1층에 위치한 회사로 내려갔다.

똑똑

노크를 하자 문이 열렸고, 거기엔 우리의 예상과 전혀 다른 형태의 회사가 있었다.

회사는 넓었다. 넓고 밝았다.

수다를 나누는 직원분, 벽에 걸린 다트판, 그리고 장난감까지 여느 평범한 회사에서는 생각하기조차 힘든 것들이 존재하는 기묘한 공간이었다.


나와 계속해서 연락을 해오시던 이은미 홍보팀장님을 만나 인터뷰에 앞서 회사를 견학할 수 있었다.

회의실, 소품실, 수면실 등 다양한 종류의 방을 지났다.

72초TV 영상에서 직/간접적으로 봤던 소품들과 장소가 참 반갑게 느껴졌다. 그렇게 견학을 마치고 마침내, 그토록 고대하던 인터뷰를 시작했다.




새롭고 재밌는 거 하며
잘 먹고 잘살자


Q0. 아... 안녕하세요(감격)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홍보팀장 이은미, 채널 마케팅 담당 매니저 이승민 이하정입니다.


왼쪽부터 이승민, 이하정, 이은미 매니저님


Q 1. '칠십이초'는 어떤 회사인가요?

 우선 저희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회사예요. 콘텐츠 사업 전의 제작자 분들은 원래 음악, 공연 기획 등에 종사하시던 분들이셨어요. 그러다가 저희 성지환 대표님을 포함한 몇몇 감독분들이 함께 영상 제작을 시도하게 됐죠. 음악을 기반으로 영상을 만드는 색다른 형식이었는데 사람들의 호응이 좋았어요. 현재는 유통, 브랜드 등 다양한 범위로 확장하고 있어요. 저희의 콘텐츠와 타 기업의 상품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해요.

 회사의 철학은 "새롭고 재밌는 것을 하면서 잘 먹고 잘살자"예요. (우와...) 여러분들도 보셨겠지만 영상이 가장 유명한 콘텐츠이긴 해요. 하지만 영상만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어요. 정식 회사 이름은 '칠십이초'이고 '72초TV'는 일종의 브랜드인거죠. 현재 저희 칠십이초는 '72초 오리지널 시리즈', '두 여자', '태구드라마', '이너뷰', '바나나 액츄얼리' 등 72초TV의 여러 콘텐츠들을 브랜드화시켜 여러 제품이나 공간 사업을 기획 중이에요.

 일반 제작사라고 이야기하기도 힘든 것 같아요. 처음에는 미디어 사업으로 시작했다 하더라고요. 드라마에 가깝지만 오히려 종합 채널과 같은 형식의? 하지만 여러 사업을 거듭하면서 특정 틀에 갇히려고 하기보다 새롭고 즐거운 거라면 그것을 기본으로 뭐든지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칠십이초 본사


Q2. 회사의 내부 구성은 어떻게 되어있나요?

 보통 드라마 제작사랑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드라마를 제작하는 제작팀이 우선 존재하죠. 제작된 드라마 혹은 영상들을 네이버 채널, 아이피 tv,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 유통하고 소개하는 마케팅 팀이 있고요 콘텐츠를 베이스로 다양한 브랜드 사업들을 만드는 브랜드 사업팀도 있어요. 역할별로는 이렇게 나눠져 있기는 한데, 사실상 일하는 과정에서는 프로젝트 단위로 나눠질 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

 보시면 알겠지만, 직원마다 칸막이가 전혀 없어요. 인원이 50명이 조금 넘는데 서로 친하고 교류도 활발한 편이에요.


Q3. '웹드라마' 콘텐츠 시장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는 '칠십이초', 이런 원동력은 어디로부터 비롯되는 것인가요?

 (독보적이라 해주셔서 감사해요!) 일단은 '사람'이지 않을까 싶어요. 저희 회사에서 감독님이 기획하실 때를 보면, '시장에서 이게 먹힌다'는 생각보다 오히려 평소 자신이 했던 생각 혹은 하고 싶으셨던 것들을 가지고 기획해요. 그러다 보니 다른 콘텐츠들과 비슷한 주제를 다루더라도 보다 날카롭게 풀어낸다는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회사마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연간 스케줄조차 일절 없는 게 저희 회사거든요. 돈이나 인기보다 제작하는 사람 자체에 집중하는 거죠.

 15~20분 분량의 웹드라마가 나오던 때에 저희가 제작한 1분 내외의 짧은 동영상들이 인기를 탔어요. 시장에 비교적 일찍 진입한 거죠. 지금은 저희와 비슷한 것들이 많이 나와요. 대중매체가 죽어가고 개별화된 콘텐츠가 뜨고 있는데,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는 내가 정말 좋아하고 잘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게 나와 같은 취향의 사람들을 끌어올 수 있어요. 회사 안에서도 사람들이 뭘 좋아할지 고민하기보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해요.

 영상의 퀄리티도 한 몫하는 것 같아요. 영상 하나가 나오기까지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리거든요. (홍보팀 입장에선 참...) 미술팀이 굉장히 '열일'해요. 다른 제작팀에 비해 두 배 규모의 미술팀이 필요해요. 현재 저희 직원 중 8분이 미술팀에서 일하세요.


칠십이초 소품실


Q4.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이런 배우들은 어떻게 섭외해오나요?
칠십이초의 대표 브랜드 '두 여자'

 제작하시는 분들이 배우로 나오시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도 카메오로 한 번씩 출연하기도 했고요 ㅎㅎ 72초 시리즈나 태구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콘텐츠 기획을 본인이 하시고 주연으로 등장하는 케이스예요. 이렇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제작비 절감? 그렇지만 실제로 제작자분들 중에서 끼가 많은 분들이 계세요. 무엇보다, 배우에게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전달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연기하면 되니까 훨씬 수월하기도 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배우 선정은 배우 지망생들이 연락을 하기도 하고, 소속사에서 연락을 받거나 오디션을 보는 등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답니다.


콘텐츠의 책임은
전적으로 저희에게 달려있어요


Q5. 유튜브 콘텐츠 시장이 발달하며 자극적 콘텐츠들이 넘쳐나고 있는데, 칠십이초에서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해요.

 저희도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바나나 액츄얼리'라는 시리즈물을 제작했었을 때 조회수가 정말 폭발적이었거든요. 아마 다른 제작사들 또한 '야한 성인들의 연애'라는 공통된 주제로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물론 입체적인 정서를 다루는 데 있어서 자극적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요즘 유튜브를 보면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다기보다 더 높은 조회수만을 얻고자 하는 콘텐츠들이 있더라고요. 이런 콘텐츠들에 대한 법적 심의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심각한 것 같아요. 저희 스스로도 우려하는 부분이에요. 자극에서만 그치지 않는 것.

 자극적인 것과 더불어, 콘텐츠 내의 혐오 감정이 다분한 것 같아요. 여성을 대상화하는 것이 대표적이죠. 저희 내에서도 최근 이런 부류의 의견이 제기됐고 최대한 고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여전히 만들기 나름인 시장이다 보니까 약자, 혹은 소수자를 혐오하지 않는 콘텐츠를 만드는 책임은 전적으로 제작자인 저희에게 달려있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의 댓글이나 피드백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Q6. '광고'와 '영상'이라는 두 개의 가치를 동시에 끌고 갈 때, 재정 등의 이유로 그 사이에서 균형 잡기가 상당히 까다로울 것 같은데 어떤 고민을 하며 작업을 하시나요?

 우선 저희 회사는 기본적으로 광고 영상과 원래 콘텐츠 영상을 동일한 콘텐츠로 여겨요. 오히려 저희는 광고 영상 속에서도 콘텐츠를 '가지고 노는 것'으로서 접근해요. 삼성의 이어폰 광고를 만들 때, '광고를 찍어야 하는 상황'을 콘셉트로 잡고 영상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많아지는 PPL 속에서 콘텐츠의 결을 해치지 않고 이끌어가는 것은 모든 제작사들이 보편적으로 가지는 고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더 솔직하게 가려고 해요. PPL 받은 거 맞으니까요.

 저희가 만약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서 수익이 나면 광고를 받을 필요가 없을 거예요.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웹 플랫폼에서 얻는 수익만으로는 저희 회사가 굴러갈 수 없어요. 하지만 만약 광고가 저희 콘텐츠의 결을 해친다는 판단이 든다면 광고를 포기해요. 


작업실. 실제로는 많이 어둡다.


Q7. 은교 : 회사 분위기 자체가 엄청 다른 것 같아요. 회사의 특별한 문화나 분위기를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간단하게 말해서 서로서로 굉장히 친하고 놀면서 일하는 것 같아요. 수직적 체계가 아닌 수평적 체계랄까요. 오히려 다른 회사에서 오신 분들이 당황하시면서 적응하기도 해요. 체계가 없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직급 나이 상관없이 '그건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할 수 있어요. 대표님이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시기도 하고요. 회사 조직문화의 자율성도 있지만, 매주 금요일 4시부터 하는 전체 회의 시간에서 서로 친목도 쌓아가는 것 같아요. 

 자기 일은 자기가 책임지면 돼요. 시스템이 자유롭다 해서 절대 일을 게을리하지 않죠. 업무시간에 다트도 하고 떠들기도 해요. 출퇴근 시간 피해서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기도 하기도 해요. (조용한 환경을 선호하시는 분들은 낮에 자고 오후 늦게 출근하신다는...) 저희도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까지 '제 자신'으로 살기 위해 많이 싸웠어요. 이 회사에 들어와서는 그러지 않아도 돼서 행복해요. 계속해서 질문하고 내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거. 일을 위한 일, 보고를 위한 보고를 안 하는 거요.


Q8. 은교 : 매니저님들 각각의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기념품까지 챙겨주셨다. ><

이승민 매니저 : 저희 회사가 내는 콘텐츠가 저와 많이 가까워지고 어느 집단 혹은 사람들을 대변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마구잡이식으로 쏟아내는 콘텐츠가 아니라 분명한 지향점이 있는 콘텐츠 말이죠. 저는 마케팅 부서에 있지만 작가로서 글도 써보고 싶어요.

이은미 홍보팀장 : 회사 자체가 기본적인 룰들이 존재하지만 '~만 해야 한다'는 것은 절대 없어요. 하고 싶은 것이 있고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하면 돼요. '뭐 하지?'라는 생각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이 분위기 속에서 계속 일하고 싶어요.

이하정 매니저 : 저한테 즐겁고, 또 하고 싶은 것들을 이 회사를 통해서 내보고 싶어요. 제가 원래는 인쇄매체와 가까운 사람이었는데, 감독님들의 과정을 지켜보며 영상매체랑도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이런 경험들을 많이 흡수하고 싶어요.




참 '이우학교'같은 곳이었다.

잠깐이었지만 편안했고 즐거웠다. 인터뷰 내내 자리에 앉아 웹툰과 블로그를 보시는 맞은편 직원분의 모습을 매니저 님들 너머로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스물 직전의 열아홉.

대학을 고민하며 친구들과 대화할 때마다 나는 계속해서 불안을 이야기한다.

'뭘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과 함께, 이우에서 발견한 '나다움'을 진짜 세상 속에서 지킬 수 있을까 계속해서 불안하다.

칠십이초의 분들이 참 부러운 이유는 그래서다.

계속해서 '나다울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 끌리는 대로 하는 걸 함께 응원해준다는 것.


이우에서 3년,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였던 시간.


일을 위한 석우가 아니라

일을 하는 석우가 되고 싶은데


그런 꿈의 직장, 어디 없나요?




바쁘신 와중 시간을 내주신 매니저분들

2017년 7월 19일, 늦은 오후,

    오늘 나는 꿈을 꾸는 회사 칠십이초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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