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콘텐츠 툴 회사 Tyle.io 우혁준 대표 인터뷰
33도의 날씨 속,
인터뷰를 하러 가는 내내
'내가 타일(Tyle)에 살아서 도착하는 게 빠를까 아님 달궈진 통구이가 되는 게 빠를까'
하는 고민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날은 무더웠지만
미디어 스타트업 타일을 반드시 가야겠다는 내 마음도 무더운 날씨만큼이나 뜨거웠다.
학교에서 웹 저널 동아리를 시작으로 많은 카드뉴스를 만들던 내게, 자동으로 카드뉴스를 제작해주는 (그것도 아주 세련된 디자인으로) 프로그램은 혁신적이었다. 타일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많은 수고를 덜 수 있었고 참 여러모로 고마운 일이 많았다.
우혁준 대표님은 나를 기억하고 계셨다. 1년 전 디캠프에서 열린 미디어 포럼에서 잠깐 마주쳤던 나를 참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예상했던 규모보단 조금 작은 규모의 사무실이었다. 합정동 골목이 구석구석 보이는, 한쪽 벽을 가득한 창문에 비친 햇살이 덮을만한 딱 그런 크기의 아늑한 사무실이었다.
회사가 덥다고 말씀하시는 대표님과 함께
근처 카페로 자리를 이동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라는 단어의 긴장감보다, 장소와 사람의 편안함이 가득했다.
디자인의 목적은
'설득'
Q0. 오랜만이에요 대표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타일 서비스에서 일하고 있는 공동대표 우혁준입니다. 이흥현 공동대표님과 함께 타일의 대표를 맡고 있어요. 운영과 외부 영업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올해 5월 결혼한 35세 남자입니다.
Q1. 타일(Tyle)은 어떤 회사인가요?
저희 스스로는 '스토리텔링 이미지 콘텐츠'와 '동영상 콘텐츠'의 제작 툴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우선 이 타일이라는 제가 이흥현 공동대표님과 함께 한 세 번째 아이템이었어요. 망한 두 번째 아이템에 사형선고를 내리고 우리가 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걸 고민했어요. 저희 모두 미디어 혹은 커뮤니케이션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러다 당시 트렌드였던 '카드뉴스'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거죠.
저희 타일에서 제공하는 게 바로 이 카드뉴스를 편하게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처음 카드뉴스는 언론사들을 중심으로 모바일 시대의 작아진 화면과 긴 텍스트에 대한 지루함에서 시작했어요. 언론사에서 더 많은 트래픽(소비자)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시각적 콘텐츠가 바로 카드뉴스인거죠. 현재에는 다양한 기업들이 카드뉴스를 이용한 마케팅을 하고 있어요. 저희는 이 카드뉴스를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시장에 뛰어들었고, 현재는 카드뉴스 이상의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답니다.
Q2. 타일은 어떤 과정을 거쳐 설립됐나요?
타일 전에는 비주얼 노벨을 자동으로 제작하는 툴을 제작했었어요. 매출도 발생했고... 비주얼 노벨 툴을 대중화시키고 싶어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그게 망해버렸어요. 이후 2015년 추석에 구로에 있는 카페에서 이흥현 공동대표님을 만나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해 나온 결과가 바로 타일이에요.
이흥현 대표님과 함께 아이템들을 진행하며 고민하던 게 있어요. 시각화에 대한 기술? 인문학적으로 말하자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찰이랄까요? 그러다 여기까지 왔죠 ㅎㅎ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중요한 단어로 떠오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텐데 저희는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까를 고민했고, 이를 기술적으로 접근하기로 했어요. 실제로는 이 디자인 작업의 핵심은 내용이에요. 설득하기 위해 더 예쁜 디자인을 만들어야 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디자인을 모르는 사람도 함께 디자인의 본래 목적인 '설득'을 해낼 수 있도록 돕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카드뉴스 만드는 녀자'라는 가상의 여성을 만들고, 피피티로 템플릿을 만들어서 공유를 했어요. 물론 어느 정도 수요도 있었지만 불편한 것들이 하나 둘 보이더라고요. 템플릿 자체는 완벽했지만 내가 넣고 싶은 문장이 예시 문장보다 길어서 디자인이 깨지는 등 생각하는 와꾸(모습)가 나오려면 사용자가 일일이 수정을 해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디자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도 스스로 자신만의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걸 목표로 삼게 됐어요.
Q3. 타일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 여전히 자간 등과 같은 세부사항은 수정이 안되더라고요. 프로그램에 세부 수정 프로그램을 추가하지 않는 이유는..?
저희는 유저가 세부 조정을 할 필요가 없는, 내용을 넣고 사진을 넣으면 '오 완벽해'하는 탄식이 나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물론 저희가 해야 하는 것도 많은 것 같아요. 유저가 손댈 필요도 없을 정도의 기능을 만들어놓아야 하겠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술적인 시간과 더불어 '자동완성'이라는 원칙 또한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너무 많은 버튼들은 유저를 혼란하게 하거든요. 물론, 저희도 원칙을 지키는 선 내에서 세부적인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어요.
카드뉴스 회사가 아닌
Storytelling 회사
Q4. 타일 프로그램에 가보면, 사용자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디자인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런 디자인은 어떻게 개발하나요?
음... 우선 저희는 디자인을 '개발'하지 않고 '조합'해요. 저희의 컨셉이 뛰어난 디자이너가 테마를 올리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죠. 처음 타일을 만들고 웹에서 돌아다니는 수많은 비주얼 콘텐츠들을 모으고 분석했어요. 직접 수동으로 이 디자인들을 정형화했고 결국 디자인을 구성하는 엔진을 만들었죠. 물론, 처음에는 무척 괴랄했어요. 하지만 엔진을 정교화시키면서 그만큼 만족도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디자인에도 유행이 있고, 사람들이 원하는 디자인도 계속해서 변해요. 그럼 저희는 유행하는 디자인을 수집하고 그런 유행에 맞춘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내죠. 물론 선의 종류를 다양화하는 등 유행 이상의 자신의 고유한 창의성을 펼칠 수 있는 방법 또한 수용하면서요. 자동화라는 건, 일정 수준 이상의 표준화를 기반으로 해요. 남들과 다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남들 다하는 디자인을 빠르게 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니까요. 차이를 만드는 건 내용이에요. 그래서 저희는 이렇게 말하죠. '텍스트만 입력하세요. 디자인은 타일이 할게요.'
Q5. 회사 문화나 분위기는 어떤가요?
저흰 딱 창업동아리 같아요 ㅎㅎ 직원이 6명으로 적기도 한 거랑 더불어 9시에 출근하는 사람도 있고 10시, 11시에 출근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휴가도 알아서 쓰고... 다들 업무 영역이 명확해서 일할 때는 확실하게 하는 것 같아요. 물론 이런 문화가 만들어지는데도 꽤 시간이 걸렸죠.
Q6. 얼마전 타일을 사용는데 5장 이상부터는 유료더라고요 ㅠㅠ 이와 관련해 수익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일단 저희는 후원을 받기도 하고 프로그램에서 요금을 받기도 해요. 저희 프로그램 자체는 말씀하신대로 월정액 과금제예요. 매 달마다 생산할 수 있는 카드의 양을 요금별로 제공하는 거죠. 물론 여전히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있어요. 월 과금도 장단점이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포인트 충전제 등 다양한 것들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어요. 아, 흔히 말하는 대기업들에서는 무제한 요금제를 제공하기도 해요. 광고 에이전시의 경우도 따로 요금을 내요. 물론 이렇게 벌어도 충분하지는...
유료화 자체에 대한 고민도 많아요. 청소년 분들이 사용하실 때 불편을 겪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저희도 참 조심스러운 것 같아요. 예전에 저희가 14일 무료 체험 후 기간을 연장할 때 결재하는 구조일 때, 몇몇 기업에서 계정을 새로 파는 악용사례가 있었거든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정당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구조를 계속해서 고민해볼게요.
Q7. 영상 콘텐츠가 강조되고 있는 추세에 맞춰, 타일의 향후 행보가 궁금해요.
현재 저희도 동영상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어요. 우선 타일에서 카드뉴스를 만들고 이를 영상으로 추출해 영상제작을 해주기도 하고요. 그런 형식을 넘어서도 카드뉴스는 저희에게 하나의 포맷에 불과해요. 저희 스스로를 카드뉴스 툴 개발회사가 아닌, 스토리텔링 툴 개발회사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영상도 스토리텔링 방식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전문적인 영상회사에서 작업하는 화려한 영상도 존재하지만, 타일만이 만들어줄 수 있는 영상도 존재할 거예요. 포맷을 늘리는 건 당연한 건 거지만 어느 만큼 동영상에 집중하고 어떤 타깃에 얼마만큼의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저희의 카드뉴스 툴 자체는 어느 정도 검증되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의 툴이 더 나은 커뮤니케이션을 돕고 보장해줄 수 있는 생산성 도구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이미지, 동영상 등 형식에 구애받지 않은 다양한 포맷을 제공하고자 하는 게 저희의 목표예요.
Q8.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인터뷰를 진행하며 과거 제 열아홉이 기억나네요. 좋은 대학'만' 나와서 잘 먹고 잘 사는 시대가 끝났다는 걸 이미 모두가 체감하고 있을 거예요. 누구나 살면서 한 번씩은 창업을 해야 하는 시기예요. 치킨집이든 스타트업이든간에요. 시기는 절대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다만 어릴 때부터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게 정말 중요해요. 지금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을 모든 사람들을 응원할게요.
누군가가 트렌드를 따라갈 때,
그 트렌드를 분석하고 보다 넓은 판을 만들어 나가는 일은
정말로 쉽지 않다.
SNS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요란한 이미지와 영상들만을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본질을 향한다는 것.
타일이 만들어낸 툴은 그런 자극 너머의, '디자인'에 대한 깊은 생각과 수 번의 도전 이후의 것이었다.
뭘 하며 살아야 할지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지 고민이다.
그러나 확실한 건,
깊이 고민하든 뭔가에 도전하든 아무것도 안해선 안되겠다.
다양한 경험과 고민을 거쳐야만,
그래야만 남들의 것을 따라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나만의 'Tool'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거니까.
2017년 8월 7일, 무더운 오후
오늘 나는 모두의 목소리를 책임지는 회사 타일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