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랜드(ICELAND)- 간헐천에서(3)
이틀 강행군으로 마지막 결승점 레이카빅까지는 시간이 넉넉할 것 같아 욕심있게 계획을 세워본다.
내려 가면서 간헐천(GEYSIR)과 수량면에서 유럽 최대의 폭포라 하는 GUL 폭포를 구경하고 재빨리 레이카빅으로 달려가 야외 노천 온천장(BLUE LARGOON)에 한두시간이나마 몸이나 담구어 피로회복이나하자… 그렇게 마음먹고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했다.
어제 저녁 늦게 운전하고 잘 곳을 찾아보니 큰 호텔이나 마을이 도통 보이지 않아 어느 개인이 하는 모텔 비슷한 곳에 들렀다. 윗채는 모텔로 사용하고 좀 떨어진 아랫채는 주인 가족들이 주거하는데 방값을 물어보니 레이카빅 시내하고 똑같이 받는다. 구질구질하게 몇 푼 깍기도 뭐하고 더 이상 혼자 운전하기도 힘들어 그대로 주고 자기로 했다. 시설등은 RADDISSON 호텔체인점에 비하면 당연히 떨어지는데 근처 숙박시설이 없다보니 나같이 중간에서 잘 곳을 찾는 사람에게는 안성 도자기 마춤이다.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지만 호텔뒤로 큰 바위산같은 것이 병풍처럼 서 있다. 주인장이 말하기로 저 뒤로 오솔길따라 가면 바닷가가 나온다는데 이 오밤중에 그곳에 가 볼 이유는 없고해서 방에서 차나 끊여 마시고 잠을 청했다. 돈은 똑같이 받으니 일반 호텔에 있는 것은 다 있어 입고 있던 외투도 벗어 옷걸이에 걸어 옷장에 집어 넣고(이게 나중에 문제가 될 줄이야 누가 아랴). 평소에는 그냥 의자위에 걸쳐 놓는데………. 고즈넉한 시골 깡촌에 손님이 나말고 누가 있으랴. 모텔 전체를 세낸 기분으로 혼자서 하룻밤 손님이 되어 주었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짖는다……여기서는 창문이 훤해서 일어나면 11시 넘는다. 그냥 창문은 꽉 닫고 커텐치고 아침에는 시계보고 일어나야지 그렇지 않으면 점심시간이다.
겨울 아이슬랜드 하늘에는 구름은 100% 보장한다. 그런데 이 구름들이 해가 솟아 오르는 시간에 따라 희안하게 얼굴 화장을 하는데 각양각색이다.
위 세사진이 거의 한시간 간격으로 잡은 모습인데 이렇게 색과 모양이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얼마쯤 내려 가니 바닷가가 보이기 시작하여 바닷가 사진이나 찍어 보려고 어느 바닷가 근처 건물앞에 차를 대는데………
바이킹족의 몇십대 후손쯤 될 꼬맹이들이 이래 추운데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있다. 보니 DAYCARE CENTER같기도 하고. 나는 사진찍고 추워서 차안으로 도망가기 바쁜데 저녀석들은 춥지도 않은가봐.
바닷가 얕은 물에는 얼음이 얼어 붙어 있고
큰바다로 나가는 길목에 있는 돌섬위에는 소위 말하는 WATERFRONT 집들이 즐비한데 그렇게 잘 지은 집들은 아니지만 저곳에서 바라보는 VIEW가 꽤 멋질 것이라고 생각되어진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바라다 본 모습인데 여기에 장장 5키로미터가 넘는 해저터널이 있다. 이 터널이 없다면 왼쪽으로 물따라 올라 가서 삥둘러야 저 건너편으로 가게 되어 있어 꽤 거리가 멀다.
해저터널 들어가는 입구
1998년에 완공된 5770미터 해저터널이다. 지명 한번 읽어볼래? 뉴욕행 뱅기안에서 옆에 앉은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이 발음이 어려운 것이 여자 표시 비슷한 저게 TH 발음나고 O에 방점 2개 찍은 것은 ㅜ와 ㅣ중간 발음인데 몇번 내게 들려 주는데 내가 인자 늙은 개가 되었는지 NEW TRICK 을 배울 수 없더라.
발파르다르귕 정도나 될까?
터널을 지나 남쪽으로 더 내려오니 눈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눈에 안 보인다.
어느 산자락에 잇는 목장인데 말만 키우고 있더라. 내가 본 것은 전부 말이고 소나 양같은 가축을 키우는 목장은 한번도 못봤다. 그리고 여기 말들의 특징이 다리가 짧아 짜리몽땅한 말들이다. 바람이 세니까 키가 크면 바람맞아 추우니까 키가 작게 변이된 것이 아닐까?
자고가는 저 구름아! 이 일련의 석장 구름 사진은 내려 가면서 잡은 사진인데 시시각각으로 산을 에워쌓고 돈다. 가다 힘들면 산봉우리에 걸터 앉아 숨을 돌리고 그러다가 잠시 산 중턱으로 내려가 산을 가리기도 하고
때로는 안개처럼 장막을 쳐서 먼 산들이 희미하게 그 윤곽만 보이게 하는데 이런 장막도 좀 가다보면 어느새 걷어들이고 말끔한 산세를 보여 주기도 한다. 한마디로 구름의 마술사같은 조화다.
지금 내려 가고 있는 길이 간헐천가는 곳인데 중간에 아주 큰 호수가 나온다. 길은 저 호수 왼쪽을 빙돌아 중앙에 보이는 저 산밑으로 가야한다. 호수의 풍광이 예사롭지 않다.
풍광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조금만 더 올라 가보니 알 수 있다.
조금 더 올라 가니 이런 안내판이 있는데 호수에서 조금만 더 올라 가면 국립공원이 있단다.
웬 국립공원이 여기에?
이런 시원한 사진과
저런 오색 찬란한 계곡의 경치를 보여주는 사진이 안내판에 붙어 있는데 자세히 보니 공원 이름이
THINGVELLIR NATIONAL PARK이다. 이상한게 DAY TOUR 14개 코스에서는 이 국립공원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도 없고 여기 가는 투어 코스도 없다. 사진에 꽃들이 만발한 것 보니 봄인것 같은데….. 겨울에는 볼 만한 것들이 없다는 말인가? 여기서 잠시 주저한 것은 지금 내가 간헐천과 GUL 폭포를 보러 가는데 갑자기 국립공원이 나오니 그쪽으로 가고 싶어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둘다 보기에는 시간은 없고해서 국립공원은 여름에 다시 오면 가 보기로 하고 예정대로 간헐천과 폭포 가는 길로 들어섰다.
길이 갈리면서 공원가는 길에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풍광이 나타나는데 공원으로 올라 가도 새로운 볼거리가
풍성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아쉬워하며 간헐천 가는 길로 접어 드는데…
간헐천 지역에 거의 다 왔는지 야산에 쥐불놓은 것처럼 연기(김)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다.
마침내 간헐천에 도착하니 왕서방 호떡집에 큰불이라도 난 것 같다. 수증기와 연기가 육안으로는 도저히 구분이 안된다. 아침 10시에 호텔을 출발해 오면서 군데 군데 들러 사진찍고 쉬엄쉬엄 오다 보니 오후 2시 반이 되어서야 간헐천에 도착한 것이다. 오늘은 해가 좀 높이 솟아 있는 것 같다. 호텔 출발해서 여기까지 올 때는 춥더라도 외투를 입고 벗는 것이 귀찮아 그냥 잠깐 사진찍고 차에 들어와 몸을 녹히곤 했는데 여기서는 저 위에까지 걸어 올라 가야 하기 때문에 단단히 외투를 입고 가려고 차 뒷좌석에 벗어 놓은 것 같은 옷을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이 때서야 알아 차린 것이…… 어제 저녁 옷장에 벗어 걸어 놓고 아침에 나올 때 두번 세번 방안만 체크하고 빠뜨린 것이 없음을 확인하고 그대로 지금까지 달려 내려 온 것이다. 망연자실. 망연자살까지는 아니고. 잠바는 비싼 것은 아니지만 속에 여권이 들어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난스톱으로 달려가도 족히 3시간은 걸리는 거리인데. 이럴 때 머리가 조금 아둔한 여행자는 그대로 다시 온 길을 부리나케 달려 가겠지만 잔나비띠는 아니지만 나같이 손오공 잔꾀로 지금까지 험한 세파를 헤치고 살아온 인간 요괴는 절대로 바로 달려 가지는 않는다. 왜냐고? 모텔은 움직이지 않지만 저 태양은 1시간 뒤면 잠자러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배낭에서 다른 외투를 꺼내 입고 간헐천 출사하러 갔다.
간헐천을 중간에 두고 올라 가는 길을 사진처럼 보도를 만들어 구경하도록 되어 있는데 미국의 대표적인 간헐천이 있는 YELLOW STONE 국립공원에 비하면 규모가 작다. 미국것은 주기가 약 10분으로 솟아 오르는 높이 20미터 이상이 되는데 여기 것은 주기가 약 5분 간격으로 치솟는 높이도 10미터도 채 못되는 것 같다. 그리고 지구상에서 간헐천이 제일 많은 곳도 옐로우스톤 국립 공원으로 그 수가 자그만치 만개에 이른다. 그러니 내 생각으로는 옐로우스톤의 간헐천과 그 주위 작은 연못같이 형성된 베이슨(BASIN) 의 총천연색 – 특히 에머랄드색상-작은 호수를 구경한 사람들에게는 이곳이 다소 실망스러울수 있다. 소우워즈아이.
여긴 작은 개울처럼 그냥 흘러 내린다.
온천수가 100도 라는데 손넣어 보니 미지근하다. 날씨가 차기 때문에 분출된 뒤 바로 식어서 그런것 같다.
한번 분출되고 막 사라진 찰나로 대포 한방 쏘고 난 뒤 포화 연기만 자욱하다. 간헐천에는 다소 실망했기에 잠바도 잊고 여기까지 달려 온 기념으로 멋진 영상이나 챙겨야지 생각하고 열심히 작업을 한 결과 다음과 같은 몇 점을 건져 올렸다.
분출은 되지 않고 김만 나오는데 김 나오는 주둥이에 작은 원형 굴뚝을 달아 증기기관차 화차 비슷하다.
119에 화재신고라도 해야 할 것 같다.
가이즈 출사를 마치고 내려오니 또 하루해가 비실하게 기울어지고 있다. 잠바와 여권도 생각나지만 “GUL폭포 10 키로미터”라는 안내판을 보고 아무 생각없이 그리로 차를 몰았다.-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