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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노 배낭여행기 - 미국 국립공원 유람기 21

라센 화산 국립공원(Lassen Volcanic NP)

by 지노킴

2020년 8월 14일(목) 맑음


기대가 크면 어떻게 되나

절간보다 더 고요한 킹즈 캐년 Cedar Grove에서 하루 저녁을 보내고 아침에 출발하여 요세미티국립공원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오래전에 가서 본 웅장한 Half Dome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마음이 설레었다. 멋진 국립공원에 다시 가본다는 기대감으로 길을 나섰다. 하도 오래되어서 예전에는 어디로 해서 들어갔는지 기억조차 전혀 나질 않았는데 이번에는 산길을 상구 올라가는 것이었다. 숨 가쁘게 산길을 올라와 Entrance에 도착하니 예약증을 보여달라고 한다. 무슨 예약증? 하면서 첨 듣는 소리처럼 되물었다. 알고 보니 여기는 하도 명성이 자자한 국립공원이다 보니 코로나 시국에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을 조정하는 차원에서 입장 방문객 수를 예약으로 통제하고 있었다. 그것도 온라인으로 2-3일 전에 신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안은 오늘 신청해 놓고 가까운 다른 국립공원을 다녀오는 것이 하나, 다음에 가보기로 하고 계속 북쪽으로 진격하는 것이 둘, 판단은 빠를수록 비용이 덜 든다. 내가 내린 결정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북진이었다.


라센 화산 국립공원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동부에 있는 국립공원이다. 공원의 주요 특징은 세계에서 가장 큰 플러그 돔 화산이자 캐스케이드 산맥의 최남단에 위치한 화산이라는 것이다. 이 공원에서 아직도 뿜어내는 수증기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광경을 볼 수 있고, 봄이면 야생화가 초원에 지천으로 피어난다. 그 외에도 물이 투명하게 맑은 산정호수와 크고 작은 화산을 볼 수 있다. 들쭉날쭉한 봉우리를 보면 과거에 화산 분출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화산의 마지막 분출은 1921년으로 지금까지 진행형 화산지대로 땅속에서 데워진 뜨거운 물이 흘러넘쳐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고 있다. 라센 화산 국립공원은 1907년에 지정된 두 개의 별도 국립 기념물 즉, Cinder Cone National Monument과 Lassen Peak National Monument를 하나로 합쳐 1917년 Lassen Volcanic National Park으로 승격시켰다.


플러그 돔 화산:

플러그 돔 화산은 점성이 높은 용암이 화구에서 멀리 흐르지 못하고 화구 주변에서 굳어지면서 돔 모양을 이룬 화산으로 용암 돔(Lava Dome) 또는 종상 화산(鐘狀火山)이라고 불린다. 한국의 울릉도, 독도가 여기에 속한다.



Lassen Peak(라센 피크)

Lassen Peak으로 올라가는 트레일


공원 내 160마일에 가까운 트레일이 조성되어 있는데 그중에서 난이도가 가장 높은 라센 피크 트레일(Lassen Peak Trail)은 주차장에서 라센 피크 정상까지로 왕복 8km(5마일), 소요시간은 3~5시간이다. 고도 차이는 약 606m(2,000피트)로 가파른 경사가 이어진다. 하절기인 6~10월에만 등반이 가능하며 주차장은 공원 남서쪽 입구에서 북쪽 12마일(20분) 지점에 위치한다. 정상으로 가는 길 양편으로 격렬한 화산활동으로 뾰족한 바위 무더기가 경사로에 쌓여 있어서 실족할 경우 바위에 부딪혀 사망할 수 있으며 실제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하니 실족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첫날에 여기를 올라갈까 하고 망설였는데 난이도가 제일이라 해서 접었다. 당시로는 잘한 결정으로

간주되었지만 무척이나 올라 가고픈 트레일이었다.


Bumpass Hell Trail(범패스 헬 트레일)

라센 화산 국립공원에서 가장 큰 규모의 화산지대로 범패스(Bumpass)란 사람이 펄펄 끓는 화씨 240도(섭씨 115도)의 진흙 웅덩이에 빠져 심각한 화상을 입고 결국 다리를 잃게 되어 범패스의 지옥이라는 뜻의 범패스 헬(Bumpass’s Hell)이란 지명이 붙게 되었다. 왕복 3마일로 2시간이 소요되는 비교적 평평한 트레일로 열수구역 가까이 갈수록 유황냄새가 진동하는 전형적인 화산지대다. 방문객의 안전을 위해 나무 데크가 깔려 있다.

Yellow Stone에 처음 갔을 때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구도가 안 나와 저런 진흙 geyser(간헐천) 가까이 발을 디뎠더니 park ranger가 달려와 호통을 치는 것이었다. 그 머드에 빠지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고 나에게 되물었다. 그러면서 예전에 어떤 남자의 하반신이 머드에 빠져 끄집어내어 병원으로 이송했는데 목숨은 건져지만 불알이 머드의 뜨거운 온도에 익어버려 성기능 불구자가 되었다고 했다. 끔찍한 경고였다.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나오면서 다시 그 주변을 돌아보니 선으로 둘레를 줄 쳐 저 있는 것을 내가 못 보고 발을 디딘 모양이었다. Jinos Hell Point가 탄생할뻔했다.



Boiling Springs Lake(보일링 스프링스 레이크)

이름 그대로 호수 전체가 끓고 있는 장관을 볼 수 있는 보일링 스프링스 레익은 다른 화산지형에서 보기 드문 자연현상이자 미국에서 유일한 호수로 가장자리는 부드러운 진흙으로 덮여 있으며 매캐한 유황연기를 뿜어낼 때마다 소리가 난다.


Burney Falls(버니 폭포)

정확하게 말하면 화산 국립공원 안에 있는 폭포가 아니고

공원 서북쪽 출구에서 북쪽 40마일 지점에 위치한 버니 폭포(Burney Falls)는 약 40m의 높이로 봄철이면 하루 평균 1억 갤런의 물이 쏟아지는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며 절대 마르지 않는 폭포다. 겨울철에는 초대형 고드름이 폭포 벽에 붙어 있는 장관도 볼 수 있어 방문객이 연중 내내 찾아오는 곳이다.


Cinder Cone Trail(신더 콘 트레일)

cinder를 사진으로 보여주면 저런 부서진 돌조각이다


Cinder를 한국말로 번역하면 분석으로 분석은 깨어져 부스러진 돌조각을 말한다. 그리고 Cinder Cone은 분석구라 하고 이렇게 형성된 화산을 분석구 화산이라고 한다.

분석구 화산은 폭발적 분화로 인해 화산재와 같은 화산쇄설물이 분화구 주변에 쌓여 형성된 원추형의 작은 화산을 말하는 것으로, 주요 특징으로는 높이가 낮고 경사가 급하며(25~35도), 정상에 큰 분화구가 있고, 한 번의 분화로 형성된다는 점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Cinder Cone 화산은 정상에 사발모양의 분화구가 있다고 한다.


Trailhead(출발점)에서 화산 정상까지 왕복하는 트레일로 약 3시간 정도 걸리는 4마일 코스로 공원 동쪽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출발점은 Butte Lake 파킹장으로 그곳에서 화산 베이스까지 왕복은 2.4마일이고 화산 정상까지 갔다오면 왕복 4마일이다.


Kings Creek(킹스 크릭)

화산지열과 킹스 크릭 개천이 합작하여 만들어 낸 초원지대다. 저 멀리 우뚝 솟은 Lassen Peak이 눈에 들어온다. 초원지대를 가로질러 흐르는 개천에 손을 담가보니 다른 곳과는 달리 물이 미지근했다. 화산열이 없는 곳에서는 빙하녹은 물이라 손을 넣으면 시리는데 여기는 화산지대라 빙하 녹은 물과 화산지열로 데워진 물이 서로를 데워주고 식혀주어 미지근한 물이 되었다. 물이 어찌나 맑고 투명한지 내친김에 얼굴을 씻었다.


King’s Creek Falls


Summit Lake(서밋호수)

해발고도 2,030m에 있는 산정호수다. Manzanita Lake에서 15마일 남쪽으로, 남쪽 공원 입구에서 17.5마일 떨어져 있다. 여기에 두 군데 캠핑장이 있다. 호수 북쪽에 하나,호수 남쪽에 하나 있는데 두 군데 캠핑장에서 짧은 트레일로 호수로 갈 수 있다. 남쪽 호수가는 풀이 많아 호수에서 수영하기에는 북쪽이 낫다고 한다. 남쪽 캠핑장에는 RV나트레일러는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서밋호 부근 약도


Manzanita Lake(만자니타호수)

호수의 수면이 대형거울이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Lassen Peak이 마치 고요한 물속에 잠긴 듯하다. 공원 남쪽에서 북쪽으로 빠져나가기 직전에 있는 산정호수(해발 1,787m)로 Loomis 박물관과 캠핑장이 있다. 호수에 여러 종류의 숭어도 많아 낚시하기에도 좋다고 한다. 낚시 외에도 수영, 카약 타기, 하이킹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공원 내에는 7군데 캠핑장이 있는데 그중에서 제일 큰 것으로 179 캠핑사이트가 있다. Manzanita는 스페니쉬로 <작은 사과>라는 뜻이다.


만자니타호수에서 바라본 Lassen Peak로 공원 내 어디에서 보아도 늘씬한 높은 키를 뽐내고 있다.



Kohm Yah-mah-nee Visitor Center

해발 2,000미터에 위치한 Visitor Center로 센터이름이

Kohm-Yah-mah-nee라 첨에는 이게 무슨 유태인들 이름하고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름에 대한 나의 추측은 항상 틀린다. Native 인디언의 언어로 Lassen Mountain을 이전에는 그들은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뜻은 눈 덮인 산 Snowy Mountain이다. 여기에 거주했던인디언 부족의 이름은 Maidu족으로 북부 캘리포니아와 시에라네바다 산맥에 걸쳐 살았다고 한다. Maidu는 그들 언어로 people이란 뜻이라고 한다.


그들이 Snowy Mountain이라고 불렀던 이름이 언제부터

Lassen Mountain으로 변경되었을까? 1900년 초에는 GPS나 측량기술 부족으로 지도도 변변찮았다. 그때 이 근처에서 가장 해발고도가 높았던 3,162m의 Lassen Peak이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방향을 찾는 지형지물로 이용되었다. 1830년대 중반 유럽에서 들어온 많은 이민자들이서부에 정착하였다. 이들은 여가활동으로 그룹을 지어

근처 산들을 트레킹 하고 다니면서 Lassen Peak을 지형지물로 이용해서 방향을 찾곤 했는데 그 그룹의 리더가 덴마크에서 이민 와서 캘리포니아에 정착한 Peter Lassen이었다. 그때부터 Snowy Mountain을 Lassen Mountain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Helen Lake

Helen Lake. 1864년 여성 최초로 Lassen Peak 정상에오른 Helen T. Brodt을 기념하여 명명하였다. 호수 바로 옆으로 멕시코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고산지대를 통과하는미국의 3대 트레일중의 하나인 퍼시픽크레스트트레일(Pacific Crest Trail)이 지나간다.


헬렌호수에 낙조가 깔리고•••••



Visitor Center 주차장이 거대한 캠핑장으로 변신

아침에 Kings Canyon의 Cedar Grove에서 일어나 대강요기를 챙기고 Kings River Canyon을 따라 산허리에 난 Scenic Drive를 조심스럽게 운전하며 계곡을 빠져나왔다.50km나 떨어져 있고 외진 곳에 위치해 방문객들이 거의 오지 않는 곳이라 호젓하고 조용해서 캠핑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거의 다 빠져나와 킹즈 캐년 국립공원에서 다음 목적지인 요세미티 국공으로 부리나케 달려갔지만 예약시스템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곳에서 라센 화산 국립공원까지 거리를 찍어보니 302마일(483k)이 나왔다. 5-7 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그걸 감안하면 아침에 나온 것이 잘한 거라고 여겨졌다. 쉬엄쉬엄 운전해서 Lassen Volcanic NP의 비지트 센터 주차장에 도착하니 해가 막 넘어갈 그런 저녁시간이었다. 주차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 같은 RV는 몇 대 보이지 않고 소형차량이 빽빽하게 파킹장을 점령하고 있었다. 일반 캠핑장처럼 바닥에 텐트는 설치하지는 않았지만 가지고 온 간이의자들을 차 앞에 펴놓고 저녁을 준비하는 모습은 일반 캠핑장의 풍경 그 자체였다. 이런비지트 센터는 처음 보았다. 차박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파킹장 한쪽에는 RV 차량만 따로 파킹하는 공간이 있어 그곳에 주차시키고 저녁을 준비하였다. 지금이 여름이라서 가능한 장면이지만 공원에서도 차박을 묵시적으로 허용하는 그런 태도였다. 지금껏 여러 국립공원을 거쳐 오면서 그런 곳은 한 군데도 보지 못했다.



우리의 삶은 선택의 연속과정

맨 위에 있는 공원 지도를 다시 보면 공원 중앙부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도로 44번이 있다. 이 44번은 89번 도로의 연속으로 남으로 가던 북으로 가던 89번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공원 안에서는 이 길 말고 다른 도로는 없다. 내가 택한 것도 길 따라 올라가면서 구경하고 북쪽으로 빠지는 것이다. 89번 North를 타면 LA에서 시작하여 오레곤주, 와싱톤주 그리고 캐나다 국경을 통과하여 밴쿠버까지 이어지는 Highway 5번을 탈 수 있어 다음 방문지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후보지는 캘리포니아 주와 오레곤 주 경계 가까이 위치한 태평양 연안의 Redwood National Park와 오레곤 주에 있는 Crater Lake National Park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Sequoia와 Kings Canyon NP에서 거대나무숲을 많이 보았기에 나무에 대한 애착은 별로 없어 Lake로 발길을 돌렸다. - J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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