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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구 Mar 17. 2020

삶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

맛있어

'포레스트 검프'. 무려 1994년에 개봉한 방년 27살의 영화.


포레스트는 천치다. 초콜릿 상자에 어떤 초콜릿이 담겨있든, 그저 우물우물 씹어 삼킬 줄 밖에 모르는 바보.


졸업식날 건네받은 입대 안내 책자를 보고 군인이 되고, 세상을 떠난 친구와의 한마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우잡이배 선장이 되는 단순한 정신.


그러나 우습게도 영화 속에서 삶에 흔들리는 건 포레스트가 아닌 꿈이나 운명이란 거창한 이름을 쥔 사람들이다. 불안정한 세계에서 꿈이라는 이름으로 방황하는 제니, 철석같이 믿던 운명이 어그러졌을 때 삶의 목표를 잃고 만 댄.


도무지 제어할 수 없는 삶의 역학 속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대단한 꿈이나 운명이 아닌 포레스트의 단순한 정신일지도 모른다. 어떤 삶의 바람이 불어와도 지켜내고 싶은 것을 향해 달리며 오늘 내게 주어진 초콜릿을 그저 꼭꼭 씹어삼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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