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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구 Sep 09. 2019

타운하우스, 첫 계약까지

쉰다섯, 마당이 생겼습니다 #3

내가 대학에 입학해 밖으로 나다니기 시작하면서 수험생의 페이스메이커로 달려오던 엄마의 삶에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뜨겁게 내리쬐던 뙤약볕의 기세가 기울고, 땀에 젖은 귀밑머리가 불어오는 솔바람에 시원하게 나풀거렸다. 이 시간을 만끽하면서도 곧 다시 시작될 중학생 동생의 수험생활을 대비해야 했다. 다른 생각은 하기 힘든 시절이었다. 인생은 한번뿐이고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아이들의 소중한 시간을 잘 서포트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슬슬 볕이 따가워져가겠구나 싶었던 중3, 동생은 노선을 크게 선회해 수험 트랙 대신 활주로에 올랐다. 더 넓은 세상에서 살며 공부해보고 싶다고 했다. 동생의 유학길을 배웅하던 날, 엄마는 공항 입국장 앞 반투명 벽에 서서 손톱만 한 틈으로 사라져 가는 동생의 뒷모습을 눈으로 애타게 붙잡으면서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1년 후, 나마저 해외 연수를 떠났다.


다 식어버린 땀 위로 끝도 없이 불어오는 솔바람이 이젠 서늘했던 걸까, 엄마는 화원에 들러 꽃망울이 알알이 붉게 빛나는 작은 백일홍 나무를 한 그루 샀다. 백일홍을 들고 화초로 발 디딜 틈 없는 아파트 베란다에 돌아와, 이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마음에 서늘한 바람이 불던 그즈음, 호화 타운하우스 시장에는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2008년 경제 불황이 닥친 이후 회복세가 도무지 보이지 않으면서 수요자의 발길이 끊긴 것이었다. 값이 하루아침에 뚝뚝 떨어져 나가는 데다, 그마저도 매매가 힘들다고 했다. 부동산 투자 한방의 꿈을 품고 타운하우스를 잽싸게 분양받았던 사람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대출금 이자로 허리가 휘고 있다고들 했다.


그러자 드라마에 나올법한 으리으리한 저택이 자취를 감추고, 대지와 집 크기를 모두 크게 축소한 '보급형' 타운하우스가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5억대 타운하우스 분양!' 같은 광고가 신문에 올라왔고, 서울 근교 외곽지역에는 현수막으로 나부꼈다. 그때 엄마의 눈에 들어온 동네가 있었다. 보급형 타운하우스 붐이 크게 일어난 용인 어느 지역이었다. 연예인 누구가 조성했다는 보급형 타운하우스 단지가 성황리에 분양 마감한 이후, 민들레 홀씨 날리듯 온 동네에 타운하우스 분양 광고가 붙었고 구석구석 공사차가 안 다니는 곳이 없었다.


가장 큰 문제였던 가격 문제가 해결된 데다 지역도 마음에 꼭 들었다. 서울로 이사 가기 전 살던 곳에서 가까웠고, 외식타운으로 유명해 자주 드나들었기 때문에 동네도 친숙했다. 아빠의 출퇴근을 고려해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지역이 어느 정도 정해지고 나니, 시장 조사에 더욱 열을 올리게 됐다. 그 동네 타운하우스 광고를 봤다 하면 바로 전화를 걸었고, 가능하면 모두 방문까지 해서 살펴봤다.


그러면서 타운하우스 시장도 녹록지만은 않다는 걸 금세 알게 됐다. 지난달에 분양이 거의 다 됐다던 타운하우스 단지에 "유치권 행사" 같은 빨간 궁서체 플래카드가 붙어있거나, 한창 공사가 진행되던 땅이 방치된 채로 반년 넘게 엎어져있는 경우도 많이 보였다. 호황 바람을 타고 우후죽순 시작된 소규모 난개발의 뒤탈인 듯싶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 싶었다. 엄마는 아빠와 완벽한 한 조로 움직였다. 엄마가 기본적인 시장 조사를 하고 괜찮다 싶은 매물이 있으면 아빠와 방문해 필요한 정보를 최대한 취재했다. 정보가 대략 추려지면 각종 서류며 숫자에 빠삭한 아빠가 귀가 후 검증 작업을 진행했다.




step 1. 

분양받고자 하는 땅의 토지대장, 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 떼어보기

1) 토지대장은 토지의 호적등본이나 다름없다. 땅의 소재지, 면적, 개별공시지가, 소유자 등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린벨트 여부, 도시계획 등도 해당 사항이 있다면 기재된다. 토지에 먼저 지어진 건물이 있는 경우엔 건축물대장 확인이 필요하다.

2) 토지등기부등본에는 소유권, 근저당권 등 소유 권리관계가 기재된다. 땅에 관련된 담보, 소송, 압류 정보를 모두 확인할 수 있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할 수 있다.


step 2.

시공사에 대한 정보 모으기 - 건설사 소개서 요구 / 온라인 검색

타운하우스 건설을 담당하는 시공사는 대부분 중소업체로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이력을 확인하고 신뢰도를 검증해볼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하다. 의외로 소개서 등 기본적인 자료도 갖추지 않고 있는 업체가 많다. 이런 경우 업체명을 검색하며 직접 정보를 찾아보며 발품을 팔 수밖에 없다.


step 3.

주변 입지 및 구체적인 건설 안 검토

마트/병원 등 주변 생활 인프라 및 교통 접근성도 필수 확인 사항이다. 한 동네 내에서도 어디는 마을버스 노선에서 비껴 나 있을 수도, 어디는 고속도로 등 주요 교통 인프라 접근이 까다로울 수도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타운하우스는 2-3개의 건축 type을 제안하며 이 중 1개 type을 선택하도록 하는데, 분양받고자 하는 땅의 모양과 각 타입의 조합을 꼼꼼히 비교해봐야 한다. 정확한 도면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 보다 구체적인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몇 번인지 헤아릴 수 없는 시장 조사와 검증작업 끝에, 마침내 엄마는 2015년 한 컨테이너 박스 사무실에서 타운하우스 분양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백일홍을 들인 지 3년 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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