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차_아무도 모르는 비밀
“파이리한테 인사해~”
아이를 갖기로 결심한 뒤 아내와 임신 부부 놀이를 하곤 했다. 아내는 자기 배에 손을 올리고 장난을 쳤다. 그럴 때면 아내 배가 지니의 요술램프인 양 정성껏 쓰다듬었다. 마치 파이리가 정말 있는 것처럼.
장난이 일상이 돼버려서 아내가 처음 임신 소식을 전했을 때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장난인 줄만 알았다.
아내가 내민 두 줄짜리 임신 테스트기를 보고서야 이번엔 진짜라는 걸 알았다. 그러나 현실 감각은 따라오지 못했다. 그럴 듯한 말을 한다든지 감동받은 표정을 짓고 싶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서 봐둔 몇 가지 리액션을 떠올려보려 했지만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대박, 대박, 진짜야?"
이 말이 최선이었다. 바뀐 것 없는 아내의 외형과 평소와 똑같은 일상이 눈앞에 놓인 현실을 의심케 했다. 엄청난 일이 벌어졌는데, 겉보기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병원에서 찍은 초음파에도 아직 초기라 이렇다 할 흔적이 잡히지 않았다. 확실치 않은 작은 씨앗 정도가 보였다.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걸 나만 알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혼자 간직한 기분이었다.
마음속 저 안쪽에는 잔잔한 파도가 생겼다. 이따금 파도가 출렁일 때면 기분이 들썩였다. 파도가 몇 번 친 날엔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징조라곤 임신 테스트기의 빨간 선 두 가닥뿐이었다. 비밀스러운 징조를 다시 확인하고 싶어서 아내에게 임신 테스트기를 더 해보라고 했다. 빨간 두 줄이 선명해질수록 새로운 세계의 시작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