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주차_생명의 증거
드디어 초음파 영상에 파이리가 보였다. 병원에 세 번째 방문한 날이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비어있던 아기집 안에 무언가 자리잡고 있었다. 땅콩 만한, 딱 땅콩처럼 생긴 ‘생명체’였다. 팔, 다리는커녕 머리와 몸도 구분되지 않아 사람의 형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이 조그마한 땅콩을 ‘생명체’라 여긴 건 심장이 뛰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 배 속에 생긴 ‘생명체’, 파이리의 심장 소리는 사람을 긴장시켰다. 소리가 유난히 빨랐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성인의 심장이 “두근, 두근”하고 뛴다면, 파이리의 심장 소리는 “빡빡빡빡”하고 뛰었다.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신비로우면서도, 한편으론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신비감이 상상력을 자극했는지, 불현듯 트와일라잇 시리즈(브레이킹 던)에서 벨라가 잉태한 르네즈미가 떠올랐다. 르네즈미는 뱀파이어와 인간 사이에 생겨난 아기였다. 뱀파이어 피가 섞여 성장 속도가 너무 빨랐다. 힘도 지나치게 강했던 탓에 태어나기 전까지 몇 번이나, 엄마 벨라를 죽음의 문턱으로 몰고 갔다.
르네즈미는 벨라의 몸속 영양분을 모두 빨아들였다. 뒤척임은 벨라의 배에 멍을 남겼다. 르네즈미의 발길질은 벨라의 갈비뼈를 꺾어버렸고, 출산 직전의 요동침은 벨라의 척추까지 부러뜨렸다.
“태아 심장은 원래 빨리 뛰어요”
의사 선생님의 한마디가 머릿속 공상과 괜한 공포심을 일거에 밀어냈다. 선생님은 태아의 심장이 성인의 심장보다 원래 두 배 정도 빠르게 뛴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파이리의 심장 소리가 지극히 정상이라고도 했다.
전문가의 말은 확실히 힘이 있었다. “빡빡빡빡” 대는 파이리의 심장 소리가 이젠 그저 신비로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