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스탠드의 부드러운 불빛이 방 안에 따스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요가매트 위, 나는 편안히 앉아 눈앞의 싱잉볼을 바라본다. 이 작은 금속 그릇은 오늘도 어김없이 내 밤의 안내자가 되어줄 것이다.
깊은 숨을 들이마신다. 폐부가 충만해지는 느낌과 함께, 나무 막대로 싱잉볼을 조심스레 두드린다.
'댕-'
맑고 청아한 저음이 방 안을 채운다. 눈을 감고 소리에 온 감각을 집중한다. 처음엔 크고 선명했던 울림이 점차 작아지며 사라져간다. 마치 하루 종일 내 어깨를 짓눌렀던 무거운 짐들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것처럼.
싱잉볼의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5초? 10초? 아니면 그 이상? 시간의 흐름이 평소와는 다르게 느껴진다. 터져 나온 소리의 끝자락에 모여드는 미세한 잔향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리고 마침내, 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순간을 포착한다. 그제야 진정한 고요가 찾아온다. 이 순간을 무엇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 소리의 부재가 만들어낸 특별한 정적? 아니면 침묵의 현현?
문득 김주환 교수의 말씀이 떠오른다. "텅 비어있음으로 가득 차 있음." 방금 전까지 싱잉볼의 울림으로 가득했던 공간이 이제는 고요로 채워져 있다. 멀리서 들려오는 냉장고의 덜덜거림, 간간이 들리는 차 소리조차 이 순간만큼은 그 존재감을 잃는다. 잔향 뒤에 찾아온 고요가 모든 것을 끌어 안는다.
잠이 올 때까지 나는 이 '잔향 뒤에 찾아 오는 고요 듣기'를 반복한다. 싱잉볼을 울리고, 그 소리가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것.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나는 잔향 너머 존재하는 '가득찬 텅 빈 공간'을 찾아 나선다. 비록 그 순간은 빠르게 스쳐 지나가지만 의식적으로 포착하려 애쓴다. 그 사이, 생각들은 잔잔한 잔향의 모습처럼 느려지고, 결국 깊은 고요로 모습으로 형태를 바꾼다.
잠자리에 들기 위해 조명을 끈다. 노란 스탠드의 불빛이 서서히 어두워잔다. 눈을 감으며 오늘 하루 마지막 숨을 내쉰다. 싱잉볼의 잔향처럼 하루의 여운이 고요 속으로 스며들며, 나는 조용히 잠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