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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Oct 09. 2022

이 학원 선택의 이유

소란스럽지 않고 조용히 강력함

아들의 첫 영어학원으로 선택한 p프렙은 커리큘럼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대형학원이거나 숙제가 지옥 같은 선행 학원이 아닌 크게 부담되지 않으면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정도의 소규모 개인 학원이다. 굳이 구분하자면 어학원에 가깝다고 할 수는 있겠다. 그래서 '현재 아이 위치가 어디니 몇 개월 다니면 어디까지 갈 수 있고 어디 레벨까지 가려면 몇 년을 버텨야 하는지' 같은 정보를 얻기 힘들었는데 테스트도 준비되거나 정형화된 느낌은 아니어서 살짝 마음이 불편했다. 사실 테스트비를 내더라도 정확한 진단 같은 걸 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내가 이 학원을 선택하고 상담한 그날 바로 등록까지 해서 아이를 이미 두 번 정도 만족하며 보냈다고 했을 때 내 주변 지인들은 드디어 영어학원에 발을 들였구나 라는 생각과 동시에 대놓고 궁금한 마음을 드러냈다.


'아니 검색해도 안 나오는 그 학원 대체 왜 보내는 건데?'


저 한마디가 p프렙 학원에 대해 천천히 생각해보게 된 계기로는 충분했다. 나 이 학원 왜 좋지?


작은 목소리로 차근차근 할 말을 하시는 원장님은 영어가 더 편한 원어민으로 예전에는 직강을 했으나 지금은 관리 및 중학생 내신 지도만 해주고 있다고 했다. 우선 이 점을 이 학원의 큰 강점으로 꼽고 싶다. 수업하는 원장이 나랑 상담만 하고 실제 담임이 다를 경우 내 아이가 그 학원의 장점을 받아먹기는 쉽지 않다. 다른 예로 원장이 수업이 많아 테스크를 비워도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근데 p프렙은 모든 길이 원장을 통하고 있다. 그래서 나와 상담하는 동안에 등원한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손에 손소독제를 뿌리러 가는 모습이 싫지 않았다. 원장이 신규 상담받느라 내 아이가 오든지 말든지 신경 안 쓰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그래서 이런 건 의외로 받아들이기 쉬웠다.

그리고 처음엔 불편하다고 느껴졌던 레벨테스트가 상담을 마치고 났을 땐 합리적이라고 생각되었다. 자녀 동반으로 약속을 정하고 방문해야

상담이 가능하고, 테스트를 통해 분반이 가능한데

대형어학원처럼 다지 선다형 지면 테스트나 패드 형태의 시험이 아니라 원어민이 아이와 인터뷰하면서 스피킹을 유도하고 한 페이지 정도의 라이팅을 작성케 하여 학년이 아닌 레벨로 반을 배정해준다. 솔직히 이 점이 조금 답답하기는 하다. 주변에 추천을 하거나 수업을 변경하고 싶을 때 어느 반을 참고할 수 있는지 시간표 자체가 공유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답답함을 뒤로한 채 아이는 두 개 반 중 선택이 가능했다. 그중에서도 동학년이 몇 명 있으나 동네가 같은 공립 아이들이 많은 반보다 한 학년 위 긴 해도 3명만 있는 소규모반이고 각자 다른 학교인 아이들의 반이 좋겠다고 하셨다. 게다가  명은 각기 다른 사립, 한 명은 화교학교로 소속으로 인한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 반을 짚어주시는 점이 아이를 빨리 파악하고 원 운영에 노하우가 세심함이구나 싶었다.


강사는 원어민으로만 구성되어 있고 3명이 돌아가면서 수업에 들어가 딱히 담임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서로 수업 정보를 공유해 어느 순간에도 아이 상태가 파악되는 장점이 있었다. 게다가 한 명은 한국어 듣기가 가능한 교포여서 아이들 가려운 부분을 살짝씩 긁어주고 넘어간다. 강사들이 딱히 한국식 애정을 보이거나 친절하지 않기에 이는 어느 정도 호불호가 있을 듯하다. 하지만 이제 유치원생도 초저도 아니기에 더 살갑게 대해주지 않는 것, 이에 대한 불만은 없다.


이와 더불어 상담 시 초중 학년 남아들에 대한 특징을 잘 잡아주시며 원내 꾸준한 지도로 아이들이 예의 바르게 지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셨는데 분기 상담에서도 이 부분을 다시 짚어주셔서 학원 운영에 일관성이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더욱이 고학년 형아들에게 치여서 잘 다니던 바둑학원을 그만두는데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던 걸 생각하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었.

월별 원비는 27만원 수준으로 타원과 비슷하나 교재비가 3개월에 한 번 1.5만 원 내외의 비용만 지불하면 돼서 비교적 부담이 적은 편이었다. 그렇게 구입된 교재를 매우 꼼꼼하게 활용하고 스튜던트 북도 모두 풀게 한다. 숙제 양이 많진 않으나 숙제 관리가 잘되고 제시 단어로 문장 만들기, 위켄드 다이어리 작성 같은 매번 반복되는 과제가 아이 라이팅을 다지는데 매우 도움이 된다고 느껴졌다.


특히 두 번째 시간에 교재 외로 활용하는 핸드아웃 퀄이 좋았다. 여기서 강사들이 전부 캐네디언이라는 강점이 드러나는데 자신들이 어릴 적 활용했을 법한 자료들을 구해오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건 말로 설명하기 애매한 부분이긴 한데 내가 대학생 때 뉴질랜드 어학원에 본, 아이가 다녀온 하와이 어학원에서 본 그런 자료들과 유사했고 그 자료들도 제공에 그치지 않고 모두 알차게 활용했다.


그리고 숙제반이 있어서 아이가 혼자 과제를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있거나 집에서 도움받을 상황이 안 될 경우 원에 남아서 원장님 지도하에 숙제 일부를 마무리할 수 있다. 그것도 가장 넓은 방, 넓직한 원탁에서! 뭐든 치열하게 알아보고 중간에 흐지부지해지는 경향이 있는 나는 아이에게 숙제는 대강 해가라고 했다가 원장님이 그날 바로 숙제반에 남기셔서 약간 당황한 적도 있었다.


최근 아이가 화상을 입어 학교에 등교를 못 하게 되면서 당연히 학원도 빠지려고 했다. 피아노와 운동은 2주씩 미뤘고 공부 학원이라고 예외는 아니라고 싶었다. 그때 원장님이 수업비 이월도 가능하지만 줌 수업 진행하니 참여해보라고 권하셔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됐다. 3명의 원어민 중 가장 많은 수업을 같이 한 스티브는 카메라가 켜있든 아니든 크게 다르거나 꾸밈 없는 수업을 진행했고 다른 아이의 교재를 봐주느라 바빠 보이는 와중에도 계속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숙제를 확인하고 그럼에도 부족한 부분과 잘 안 들린 부분이 있었는지 돌아오면 다시 체크해주겠단 말을 남겼다. 수업 동안 해오는 필기와 비교해 실제로 수업을 들어보니 아이가 70~80%밖에 못 받아먹고 있겠구나 싶었지만 영어는 자기 수준보다 조금 도전적으로 진행해도 될 것 같아 더 이상의 궁금함은 남기지 않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분기 텀 테스트에 대한 상담이 있었다. 3개월마다 교재가 한 권 끝나면 테스트를 보는데 아들은 이번 분기 마지막 달 수업만 들은 터라 앞에 진도에 대해서는 시험 보는 것이 어려울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시험 범위 내 적어준 단어 목록을 외워가긴 했지만 아이는 시험시간에 집중을 못했거나 일부 배제될 수도 있어 하루분의 로스가 일어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는 시험에 매우 집중하고 심지어 잘 봤다고까지 했다. 아이가 기쁘게 말하는 게 신선해 보였는데 그 이유를 상담하면서 알게 되었다. 양치기 단어시험이 아니라 단어를 활용한 백 프로 주관식 시험인 데다 영어로 질문하고 답하는 인터뷰를 영상으로 남겨주셨다.

이 모든 일이 딱 한 달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적고 보니 마지막까지도 고민이 되었던 등록일이 생각난다. 엄마표로 해주면 동영상으로 귀도 뚫어줄 수 있고 시중에 워낙 교재도 잘 나와있으니 보카 관리나 리딩 진행도 도와줄 수 있지만 언어학습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상호작용의 부재를 계속 외면할 수만은 없었다. 비록 주 2회씩 8번밖에 가진 않지만 이렇게 알차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아이의 영어실력이 향상되고 테스트를 통해 점진적인 성장을 파악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되도록이면 초고학년까지 영어학원을 보내지 않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이곳마저 맘에 들지 않으면 당분간은 지금처럼 집에서 엄마표로 계속 진행할 예정이었다. 학원이 마음에 들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나에게는 p프렙이 여러 대안 중 하나가 아니라 유일한 선택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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