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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Jul 02. 2024

너무 빨랐던 판단

비경쟁독서토론(1)

"책 안 읽었어요~"

"첨 보는 책이에요~"


책을 안 읽어왔다니.. 오늘은 시작부터 안 되는 날인가 싶었다.

내가 짧지 않은 그림책 한 권을 다 읽자

아! 하는 짧은 탄성과 함께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 6학년에겐 시시했던 거야..


아이가 다섯 살 무렵부터 꽉 차는 열살까지

1000권 이상의 그림책을 읽어준 나는

이 수업만큼은 잘할 수 있다 자부하고 있었는데 뭔가

꼬이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들은 아!는 예상과 달리 비아냥의 감정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책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고 그걸 또 나에게 제대로 표현해 냈다. 잠시 섣부른 판단으로 아이들의 마음과 단절될 뻔했다는 사실에 식겁하고 그 순간을 모면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 고비를 무사히 넘기지 못했다면 한없이 밀려오는 귀한 감동의 순간과 마주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여러분 정말 공감합니다. 공유해 준 마음들 너무 고맙고.. 내 마음을 움직이는 책은 정말 좋은 책인 거 맞죠?

그걸 기억하면 되는 거고요. 여러분이 눈물을 흘리는 걸 보니 저도 눈물이 날 것 같지만 울지 않을 거예요. 

아직 한 시간이 더 남았고 선생님은 이 수업을 책임져야 하니까요."


그렇게 약속 같은 다짐을 하면서도 나는 수업을 마칠 무렵 결국 고개를 들 수 없게 되었다. 수업종료 1분을 남기고 차오르는 눈물에게 지고 말았던 것이다. 세상엔 좋은 책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만 있을 뿐 읽고도 깨닫지 못하는 아이는 없다. 이 믿음으로 한동안은 힘을 내서 이 수업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 고양이에게 너의 소중한 친구를 잃어서 많이 힘들었겠다. 그치만 모든 사람들도 너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어.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길 바랄게.


- 고양이에게 안녕? 이야기를 듣고 감동받은 독자야. 너를 보고 본받고 싶은 점도 많아. 고양아 너의 여행은 항상 듣고 있어. 너의 모든 여행에 항상 같이 있을게.


<'반짝반짝 비행접시'를 읽은 친구들이 고양이에게 써준 응원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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