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전시회1] 러쉬 배스밤: 시간을 견디려면 사랑이 필요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지금도 확산 중인 이 별의 불행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의 행동양식은 크게 변했다. 병의 확산을 막고 조심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전보다 훨씬 긴 실내생활을 택하고 있다. 기업들은 전에 없던 대규모의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는, 실로 모두가 처음 맞이하는 일상이다.
뉴스에서 발표하는 의학과 숫자 외에, 우리는 각자의 집 안에서 외롭고 고단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려야 한다. 서로 손을 잡던 카페의 연인들도, 안부가 궁금한 가족들도 작은 창 안에 혼자서 앉아 있다. 요즈음 도시의 불빛들은 고립된 마음들이 내보내는 작고 쓸쓸한 신호처럼 보인다.
오늘 연분홍 장미 다발을 방에 들여 놓았다. 며칠 째 걸려만 있는 체크무늬 스커트 아래, 휴대용 향수가 놓인 왼쪽에 장미들의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어느 때보다 그림을 많이 그리고 방을 찍어 친구들에게 자주 보여준다. 아름답죠, 같이 봐요, 같이 있어요 우리.
시간을 견디려면 사랑이 필요하다. 하트를 누를 때 견고한 벽 너머 서로의 마음이 날아간다. 안부 댓글에서 사람들 사이의 사랑이 안전하게 실존함을 실감한다. 다시 우리가 서로를 안고 자유로이 체취를 느낄 수 있을 때까지 우리들에겐 살아 낼 사랑이 필요하다. 나의 모포에 뿌린 향기가 밤을 날아 당신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무사하게.
<Lush Bathbomb>
30cm x 30cm, Oil Pastel on Paper, 2020
'온라인전시회' 기획이란?
코로나19에 의한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에서
시민들과 예술을 나누기 위한 아티스트 블랑의 프로젝트입니다.
브런치 매거진 [공간과 시각] 에서 '온라인전시회' 기획 글 속 작품들은
갤러리를 시뮬레이션한 이미지로 제공됩니다.
Soyeon Na, Blanc
노마드미술기자/아티스트
일간지 미술기자로 재직 후 퇴사, 세상 어디든지 사무실 삼는 '노마드미술기자' 로, 신문 디자이너이자 호기심 많은 미디어 콘텐츠 관찰자로 산 지 십 년 째. 일러스트레이션 아티스트로서 파리에서의 국제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마치고 서울에 머물며 그림과 글을 만든다. 최근 영감의 원천은 여행과 케이팝, 좋아하는 단어는 '사랑'과 '아름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