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anis Apr 14. 2018

왜 HANARE에 묵었을까?

도쿄 야나카긴자 게스트하우스 하나레

슈짱이 하나레라는 게스트 하우스 스탭으로 일한 지 1년쯤 되었을 때, 나도 하나레의 게스트가 될 수 있었다. 

본인이 일하는 곳이기 때문이 아니라 보통 도쿄에 가면 비즈니스 호텔에 묵던 것과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적극 추천했다. 


도쿄에서 태어나 쭈욱 도쿄에서 살고 있는 슈짱은 어느 날, 회사를 관두고 재미난 일을 찾아보고 싶다고 했다. 

해외에 지사도 있는 큰 은행에서 마케팅 담당 직원이었고 런던에서 몇 년간 주재원으로 지낸 적도 있었다.  

속으로는  ‘지금 다니는 곳, 엄청 괜찮은 곳 아니었어?’ 라고 질문하고 싶었지만 다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묻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직장을 구했다고 했다. 

닛뽀리 근처의 2층 집을 개조한 게스트 하우스의 스탭으로 일할 예정이라고.. 

이전 직업과는 완전 달라서 많이 놀랐지만 이 역시 슈짱의 ‘재미를 찾는 과정’이구나 싶었다. 


 "이 곳 대표가 건축가인데 유럽에서 여행하면서 지역을 살리는 프로젝트를 해 보고 싶었대. 

도쿄의 시타마치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을 생각했고, 그러기에 적합한 곳이 여기고~ 

나랑 거의 나이도 비슷한데 이런 생각을 했다는 거 자체가 너무 대단하지? 

나도 여기서 재미도 찾고 재미있는 일을 해 볼 생각이야!"

 


시타마치: 사전에서 찾아보면 서민 동네, 상업지역 정도로 나온다. 실제 일본 친구들이 말하는 그 단어의 뜻은 과거엔 흥했으나 지금은 노인들이 많이 사는 옛스런 지역이라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메신저로 주고 받는 얘기인데도 슈짱이 내 바로 옆에서 신나서 얘기하듯 활력이 묻어났다. 

 

"정말 용기가 대단해~ 

새롭게 도전하는 그 용기가 부러워."

 

슈짱은 기존에 받던 것의 거의 반의 반 정도의 월급을 받고 이렇게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고 한다.  

먼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얼마의 월급에 본인의 인생을 맡기지 않는다는 강한 자신감이 묻어난달까? 

그런 슈짱의 용기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용기를 낸 슈짱이 일하는 곳은 과연 어떤 곳일까..

무엇이 이 친구를 힘내게 했을까.. 

나도 그럼 이곳에서 뭔가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그렇게... 11월 어느 늦은 오후, 닛포리역에서 내려 하나레로 향했다.  

닛뽀리역에서 야나카긴자로 향하는 계단에서 본 상점가


하나레의 서비스데스크는 ‘하기소’라는 건물의 2층에 있었다. 

얼핏 봐도 50년 이상은 된 듯한 낡은 계단. 그리고 겨우 한사람이 퉁과할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계단을 오르자 삐걱삐걱 소리가 건물 전체로 울렸다. 

HAGISO의 전체 전경
하기소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좁은 계단에 발을 옮길 때마다 삐걱삐걱 소리가 났다.


슈짱은 오랜만에 보는 나를 발견하고 기분좋게 웃어보였지만 손님으로 온 거라 존댓말을 사용하며 안내했다. 

따뜻한 차와 하나레의 로고 모양 쿠키를 내 주었다. 특별난 맛은 아니었지만 따뜻한 정성은 충분히 전해졌다. 


특별하지 않지만 작은 쿠키 한 조각, 차 한잔에도 여행객은 웃을 수 있다.


홀로 여행 와 한껏 감성적인 된 워킹맘에게는 이런 섬세한 환대가 마냥 좋을 수 밖에 없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1년 만에 혼자.. 또 다시 도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