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야나카긴자 게스트하우스 하나레
슈짱이 하나레라는 게스트 하우스 스탭으로 일한 지 1년쯤 되었을 때, 나도 하나레의 게스트가 될 수 있었다.
본인이 일하는 곳이기 때문이 아니라 보통 도쿄에 가면 비즈니스 호텔에 묵던 것과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적극 추천했다.
도쿄에서 태어나 쭈욱 도쿄에서 살고 있는 슈짱은 어느 날, 회사를 관두고 재미난 일을 찾아보고 싶다고 했다.
해외에 지사도 있는 큰 은행에서 마케팅 담당 직원이었고 런던에서 몇 년간 주재원으로 지낸 적도 있었다.
속으로는 ‘지금 다니는 곳, 엄청 괜찮은 곳 아니었어?’ 라고 질문하고 싶었지만 다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묻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직장을 구했다고 했다.
닛뽀리 근처의 2층 집을 개조한 게스트 하우스의 스탭으로 일할 예정이라고..
이전 직업과는 완전 달라서 많이 놀랐지만 이 역시 슈짱의 ‘재미를 찾는 과정’이구나 싶었다.
"이 곳 대표가 건축가인데 유럽에서 여행하면서 지역을 살리는 프로젝트를 해 보고 싶었대.
도쿄의 시타마치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을 생각했고, 그러기에 적합한 곳이 여기고~
나랑 거의 나이도 비슷한데 이런 생각을 했다는 거 자체가 너무 대단하지?
나도 여기서 재미도 찾고 재미있는 일을 해 볼 생각이야!"
시타마치: 사전에서 찾아보면 서민 동네, 상업지역 정도로 나온다. 실제 일본 친구들이 말하는 그 단어의 뜻은 과거엔 흥했으나 지금은 노인들이 많이 사는 옛스런 지역이라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메신저로 주고 받는 얘기인데도 슈짱이 내 바로 옆에서 신나서 얘기하듯 활력이 묻어났다.
"정말 용기가 대단해~
새롭게 도전하는 그 용기가 부러워."
슈짱은 기존에 받던 것의 거의 반의 반 정도의 월급을 받고 이렇게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고 한다.
먼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얼마의 월급에 본인의 인생을 맡기지 않는다는 강한 자신감이 묻어난달까?
그런 슈짱의 용기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용기를 낸 슈짱이 일하는 곳은 과연 어떤 곳일까..
무엇이 이 친구를 힘내게 했을까..
나도 그럼 이곳에서 뭔가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그렇게... 11월 어느 늦은 오후, 닛포리역에서 내려 하나레로 향했다.
하나레의 서비스데스크는 ‘하기소’라는 건물의 2층에 있었다.
얼핏 봐도 50년 이상은 된 듯한 낡은 계단. 그리고 겨우 한사람이 퉁과할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계단을 오르자 삐걱삐걱 소리가 건물 전체로 울렸다.
슈짱은 오랜만에 보는 나를 발견하고 기분좋게 웃어보였지만 손님으로 온 거라 존댓말을 사용하며 안내했다.
따뜻한 차와 하나레의 로고 모양 쿠키를 내 주었다. 특별난 맛은 아니었지만 따뜻한 정성은 충분히 전해졌다.
홀로 여행 와 한껏 감성적인 된 워킹맘에게는 이런 섬세한 환대가 마냥 좋을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