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여행을 다녀온 몇 달 후 아이는 돌을 맞았고 그리고 나의 복직 시기도 다가왔다.
직장 어린이집 대기는 제일 꼴찌였고, 복직은 해야 하니 집 근처 평판 좋은 어린이집에 운좋게 입소시켰다.
아이는 다행히 엄마랑 떨어지는 걸 힘들어하지 않았다. 게다가 집 근처 사시는 분이 하원을 도와주셨다.
적응을 잘 하는 아이와 달리 문제는 나 자신이였다.
1년 가까운 시간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분명히 예전에 해 보던 업무인데 버벅대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정말 3개월만 쉬고 컴백했어야 했던 건가…
연차도 있는데 모자란 부분을 들킬까 걱정도 되고, 새롭게 합을 맞춰야 할 동료들도 많아서 한 사람 한 사람 파악하는 데에도 힘이 들었다.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이런 저런 이벤트와 개편 업무를 하다 보니 6개월이 훌쩍 지나 있었다.
이젠 그렇게 자주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아이가 없을 때처럼 어디선가 달콤한 유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한 번 쯤 떠나야 할 때가 온 것 같은데…”
주중엔 하원도우미가 있긴 했지만 독박육아였고, 당시 업무가 원하는대로 진행이 되지 않고 자꾸 중간에 가로막히는 일이 반복되자 스트레스도 극도에 달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엔 업무하다 너무 스트레스가 쌓이면 지체없이 여행을 떠나곤 했는데 그 버릇인지 습관인지가 여전히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거의 독박 육아를 하는 워킹맘이 가져서는 안 될 습관인건데..
몸이 근질근질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금토일은 역시 주말이라 티켓이 거의 없었지만 다행히 토일월 티켓은 JAL 인천-나리타로 세금 포함 25만원 정도에 구할 수 있었다.
비수기여서 싼가보다 했는데 이후엔 이 정도로 저렴한 금액의 티켓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번엔 진짜 혼자 가는 걸로 결정했다.
도쿄에 살고 있는 친구 슈짱에게 비행기 티켓을 사자마자 연락을 했다.
십수년전 대학시절 알게 된 친구인데 이 당시엔 닛뽀리 근처의 한 게스트 하우스의 매니저 일을 하고 있었다.
“이번엔 여기 게스트 하우스에서 묵어보는 건 어때?”
슈짱이 그 게스트 하우스에서 일한 지는 1년이 훨씬 지났는데 그 사이 나름 유명한 게스트하우스로 잡지나 신문 등에도 많이 등장하고 우리나라에서 펴낸 도쿄 관련 게스트하우스에도 다룰 정도로 유명해진 곳이었다.
사실 그 1년전 여행때는 여행사에서 지정한 호텔만 갈 수 있어서 여기에 묵지 못한 게 좀 아쉬웠다.
게스트 하우스 ‘하나레’에 대한 얘기는 이후 또 자세히 써 볼까 한다.
비행기, 숙소까지 결정하고 나니 다시 여행이란 당근이 기다리고 있어서 그런지 출발하는 그 날까지 또 새로이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희한하게 아이도 더 많이 안아주게 되고, 더 따뜻하게 대해줘야 할 것 같았다.
이런 게 또 여행의 순기능이 아닐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