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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nis Mar 19. 2018

시행착오

처음 여행 얘기가 나온 게 11월말이었는데 12월 말 전에는 여행을 다녀와야 했다. 

2-3주 안에 나는 떠나야 하고 마음은 급하고..  

일단 ‘도쿄’를 가겠다는 방향은 변함 없었고 나에겐 2박 3일이라는 여행기간만 주어져 있다. 

오랜만에 비행기 예약 사이트를 돌며 찾아봤지만 주말이 껴 있는 표는 말도 안되는 비싼 가격이거나 시간대가 맞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한 번도 비행기와 호텔이 묶여있는 에어텔 상품을 구매한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이번엔 어쩔 수 없이 적정한 가격에 시간대가 맞는 건 에어텔 상품밖에 없었다. 


일본 여행 상품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여행사 사이트에는 김포-하네다 노선에 호텔이 묶여있는 에어텔이 있었다. 

나리타에서 도쿄 시내에 들어가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드니 이런 부분까지 고려하면 시간이나 금액적인 부분에서 모두 이익이었다. 


그렇지만 날짜가 임박해서 그런지 호텔도 추가 금액이 필요한 곳만 남아있었다. 

혼자 가려니 비용은 더 추가됐고..  

결국 혼자 비용도 많이 드는데 둘이 나은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충동적으로 친한 후배에게 연락했는데 흔쾌히 가겠다고 했다. 

 

낮에는 아이를 보고 밤에 잠깐 잠깐 아이가 잠들었을 때 겨우 검색을 해 가며 갈 곳을 정했다. 

여행 계획이 잡히기 전보다 더 잠을 자지 못하는 데도 불구하고… 

여행은 어쩌면 여행을 떠나기 전이 더 설레고 준비하는 과정이 더 재미있는 것 같다며 밤 늦게까지 메시지를 주고 받기도 했다. 

 

그래서 그렇게 후배와 둘이 떠나는 도쿄 여행이 시작되었다. 

예상에도 없던 에어텔 이용에, 혼자가 아닌 둘이 떠나는 여행. 


생각보다 공항에서 숙소는 가까웠고 도쿄의 여느 비즈니스 호텔과 다름없는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적당한 호텔이었다. 

에어텔이 아닌 개별 예약했을 때는 훨씬 더 지불해야 하는 호텔이라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별도로 예약해서 숙소를 고를 수 있었더라면 다른 위치에, 다른 스타일의 숙소를 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이런 절박한(?) 상황이 아니면 비행기, 숙소 각각 예약하는 편이 훨씬 나을 거란 결론 하나를 얻었다. 


후배는 혼자 가면 남길 수 없는 내 사진 몇 장을 남겨주었다. 

그 밖에도 혼자 먹기는 어려운.. 둘이 가야 먹을 수 있는 샤브샤브도 먹고, 

이자까야의 많은 메뉴도 부담없이 주문할 수 있었다.  

당당히 거리에서 노상 음주도 가능했고, 

메뉴 2개 이상을 시켜도 둘이 배부르게 다양하게 나눠먹을 수 있으니 좋았다. 

모르는 길을 헤매더라도 동행자가 있으니 두렵지 않았다.   

이렇게 같이 가서 좋았던 게 무지 많았는데..

그 때 내 상태는 아무래도 정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예민예민한 시기였다.  

 

그랬던 시기에... 나를 위해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와준 후배에게 나도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가이드인냥 무리를 했다.  

오래전에 가 보고 좋았던 곳은 잠시 스치듯 가더라도 보여주고 싶었고 후배가 좋아하는 지 여부와 상관없이 많은 곳을 들르고 맛집도 한 곳이라도 더 데리고 가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사로잡혔다. 


그러다 강한 충돌은 없었지만 나도 후배도 서로 불편함이 얼굴에 드러났다. 

지금까지 엄청 잘 맞는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말만 후배지 사실 나는 친구라고 생각했던 상대였는데… 

서로 눈치 보면서 애 쓰다가 마지막엔 결국 불편함을 확인한 채… 씁쓸히 여행을 마쳤다.


육아에 쉼표가 필요하다며 떠난 여행은 좋은 기억 반이 있지만 불편함 역시 반이였다.

겨우 2박 3일인데 나만 생각하고 눈치 보지 말고 진짜 '자유'를 느끼자... 이게 두번째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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