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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이오 Jul 13. 2021

8일차, 장래 희망이 뭐예요?

'고맙습니다, 그래서 나도 고마운 사람이고 싶습니다'를 읽으며

오늘의 책은 원태연 작가님의 '고맙습니다, 그래서 나도 고마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는 책이다. 

책의 장르는 에세이로 작가의 솔직한 경험과 생각이 담겨있다.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 절반가량밖에 읽지 못했지만, 

그런데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아서 오늘은 이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가정환경조사서 장래 희망란에 "멋.있.는.남.자"라고 작성했다가 종례 시간 담임 선생님의 한마디에 웃기는 아이에서 우스운 놈으로 전락해버린 2학년 1반 47번 원태연이, 그게 나였다.
- 41p, 그게 나였다 中


사람들이 간혹 나에게 물어본다. "장래 희망이 뭐예요?" 이런 질문을 듣게 되면 나는 한동안 입을 다물곤 했다. 사람들은 대개로 장래 희망이 뭐냐고 물어보면 미래에 되고 싶은 직업을 말하는데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장래 희망이라는 단어를 찬찬히 뜯어보면 말 그대로 장래에 희망하는 것. 직업을 물어보고 싶었으면 장래 희망 직업이라 물어봤어야 하지 않나 싶다. 나는 그래서, 아직도 "장래 희망이 뭐예요?"라는 질문을 들으면 난처하다.


우스운 일화가 하나 있다. 약 6년 전, 내가 16살 때의 일이었다. 한창 고입을 준비하느라 나를 포함한 친구들이 바빴었다. 나는 마이스터고에 지원했었는데, 서류를 통과하고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 때의 질문이 아직 생생하다. 


장래 희망이 뭐예요?


이 학교는 IT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였다. 면접은 일면식 없는 다른 학교 또래 아이들 2명과 함께 진행했었다. 다른 아이들이 훌륭한 개발자가 되고 싶다. 차세대를 이끌어 나가는 CEO가 되고 싶다. 라고 말하는 동안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다른 아이들은 열심히 면접 준비를 하고 왔지만, 나는 특별히 별생각이 없었고 그저 매 순간 솔직히 최선의 답을 하려 했다. 그리고 나는 뱉었다.


저는 꿈이 없어요.
근데, 이제 여기서 찾아보려 합니다.


지금 내 나이에 개발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통해 알겠지만, 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대답을 하고도 면접에 붙었다.


사람들은 간혹 착각하는 거 같다. 장래 희망은 대단하고 거창해야만 한다고. 책의 내용처럼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해도 나는 훌륭한 장래 희망이라고 말하고 싶다. 과거의 나처럼 꿈이 없다고 당당해져도 된다. 나는 최근에도 장래 희망이 뭐냐는 질문을 들으면 난처하지만, 솔직하게 말한다. 직업이 아니라, 내가 어떤 식으로 변화하고 싶은지.


저는, 남들을 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에요.




난 항상 타인의 시선으로 나를 봐.
- 62p, 그리고 친구야 中


나는 나 자신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말을 다른 사람들에게 많이 하곤 했다. 이러면 꼭 사람들은 나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되물어보는데, 그 물음에 대해 어떻게 답해줘야 하나 매번 고민한다. 겨우 입 밖으로 꺼내는 말. 나는, 스스로에 대해 좀 무감한 거 같아요. 나는 남의 일에는 지독하게도 잘 울고 공감하면서, 내 일에는 잘 공감을 하지 못하는 고질병이 있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사랑이라는 감정도 잘 모르겠다.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확연히 트라우마로 남는 일들을 여러 차례 겪었음에도 울지도 않았고, 되레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항상 듣는 말이 있다. 너는 왜 그 정도의 일을 겪었으면서 어떻게 담담하게 말할 수 있냐고. 그러고는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그렇게 말하게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지 감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나는 많은 눈물을 흘린 게 아니라, 울 수가 없다. 자신에게 연민을 느끼고 눈물을 쏟아내고 싶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 남에게는 말랑말랑한 마음이 스스로에게는 단단하다 못해 너무 딱딱하다. 


나는 유독 남들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누구는 나랑 이야기하면 편안하다고 한다. 꼭 하루에 한 번씩은 누군가를 상담해준다. 그렇게 내가 남의 고민, 치부, 비밀을 다 오롯이 품어내면 이따금 막바지에 우는 사람들이 있다. 울기 시작하면 나는 한없이 조심스러워지는데, 내가 그럴 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거예요.
울어도 돼요.


내가 울지 못하니, 당신만큼은 울 수 있을 때 마음 편히 울었으면 하는 마음.

자신을 위해 운다는 것이 당신은 얼마나 큰 복인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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