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픽션을 읽으며
오늘 하루도 정신이 없었다. 평소 하루 루틴도 시간이 빡빡한데, 오늘은 할 일이 하나 더 추가돼서 더욱더 정신이 없었다. 책을 읽을 시간이 조금 더 여유롭게 있었다면 이 책을 며칠 동안 질질 끌면서 읽지 않아도 됐을 텐데. 다행인 건 단편 소설을 모아놓은 책이라 부담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모음집은 원하는 만큼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 같다.
오늘 읽은 소설은 임현 작가의 <고요한 미래>라는 소설이다. 장르를 따지면 스릴러/미스터리 정도 같다. 다 읽고 난 뒤에 조금 찾아보니 시티 픽션에 수록되어있는 소설 중에서 유일한 스릴러 장르라고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이름이 없다. 주인공의 직업은 소설가다. 신축임대아파트로 이사를 온 뒤에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집 안에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불면증과 기면증을 앓기 시작한다. 집 안에서는 불면증, 집 밖에서만 쉽게 잠이 빠지는 경우가 많아 오늘도 누군가를 만나기로 했던 약속도 파투 나고, 책을 사러 간 교보문고에서도 죽은 듯이 자버렸다. 자고 일어난 서점 안은 문을 닫아서 어두컴컴하고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는다. 어둠 속에서 혼란에 빠져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주인공은 곤히 자는 남자를 발견한다. 그 남자를 깨워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느 날부터 양말 한 짝이 사라지고, 산악회 문구가 적힌 모르는 수건을 발견한다던가 그 남자와 남자의 아내는 매일매일을 불안 속에 살았다. 어느 날 남자의 아내가 책을 읽고 그 책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자 남자는 책의 작가를 만나러 가는데... 아무렴, 그 작가는 연락도 되지 않고 약속 장소에 오지 않았다고 한다. 주인공은 깨달았다. 이 남자와 남자의 아내는 자신의 소설 속 등장인물이라는 사실을.
이 소설을 읽으니 문득 영화 <숨바꼭질>이 생각났다. 자기의 집에 누가 사는 것 같은, 근거 없는 불안감. 나도 개인적으로 이랬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영화 숨바꼭질을 봤을 때나, 이 소설을 읽었을 때도 공감이 많이 갔다. 나 같은 경우에도 집에 모르는 여자 속옷이 있다던가, 옷 몇 벌이 사라진다던가, 물건이 원래 있던 위치가 없다던가, 이랬던 경우가 많아서 결국 집에 홈 카메라를 설치를 한 적이 있다. 그래서일까, 유독 주인공에게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던 거 같다. 물론 나는 태평스러운 성격이라 불면증이나 기면증 같은 건 없긴 하지만서도... 처음 읽었을 때는 그저 망상이 심한 부부가 주인공의 소설을 읽고 소설 속 인물에 이입하는 상황인 줄로만 알았는데, 소설 속 인물이 주인공 앞에 나타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보니 이 소설이 왜 스릴러인지 알 것 같다. 이번에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지만, 책의 줄거리를 알아보지 말고 한 번, 책의 줄거리를 알아보고 한 번씩 읽어보면 전혀 다른 새로운 시각에서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의 집에는 모르는 사람의 흔적이 없는지 잘 살펴보길 바란다.
무엇보다 나는 남자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걸 들키는 일이 지금 이 순간 나는 가장 무서웠다. 그러니까 그 이야기의 결말, 내가 상상하고 지어낸 이 남자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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