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팔이오 Jul 29. 2021

24일째, 로마에서 산다는 것은

로마에 살면 어떨 것 같아? 를 읽으며

오늘 무슨 책을 읽을까, 한참을 고민한 거 같다. 밀리의 서재를 조금 살펴볼까. 하던 와중에 집에 있던 에세이 한 권이 눈에 밟혔다. 예전에 클래스101에서 글쓰기 강의를 듣겠다고 결제했다가 같이 받은 책이었다. 해당 강좌를 운영하던 선생님이 바로 <로마에 살면 어떨 것 같아?>의 저자 김민주 님이셨다. 그렇게 읽어야지 하면서 결국 읽지 못한 책 중에 하나였는데, 이번 기회에 드디어 책을 펼쳐봤다.


김민주 작가님은 브런치도 운영하시니 무슨 글을 쓰는지 궁금하다면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는 학생 때에는 책을 본문만 읽기 마련이었는데, 성인이 되고 난 뒤로는 프롤로그, 본문, 에필로그, 작가의 말, 책에 있는 모든 글을 살펴보게 됐다. 생각이 성숙해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날부터 그게 책에 대한, 작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게 됐다.


오늘도 어김없이 프롤로그부터 살펴보는데 왜 한국에서 낯선 나라인 이탈리아로 가게 됐는지 적혀있었다. 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누구나 도망치고 싶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물다섯, 엄마의 사십구재 날이었다. 함께 길을 걷던 엄마를 교통사고로 눈앞에서 잃고, 나는 여기가 아닌 어디로든 떠나야 했다.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으로 기억하는 이탈리아, 엄마가 가고 싶어 했던 로마로 가이드가 되어 떠나기로 했다. - 7p


사람은 원래 힘들면 다 도망치고 싶어 하는 걸까. 적어도 나는 그랬다. 여름을 맞이해 나는 유독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태양의 화가 고흐가 사랑했던, 낭만이 살아 숨 쉬는 프랑스의 아를과 오베르로. 내가 사랑하는 화가의 사랑하는 도시로 도망치고 싶었다. 고흐가 말하길 아를의 겨울은 마치 봄과 여름처럼 색채가 흘러넘친다 했다. 내가 태어난 계절, 여름. 내가 사랑하는 계절, 겨울. 책에서처럼 나도 사계를 품으러 홀연히 떠날 수 있을까.


임신한 순간부터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지금까지 늘 그랬다. 거리를 나서면 처음 만난 사람들도 축하한다고 말해준다.
- 27p


솔직히 말하면 나는 한국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싫어하진 않지만,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소리다. 사람에게 지쳐서 주변에 관심을 두는 것도 그만두었다. 관심이 없는 만큼, 나라 안에서 뭐가 일어나는지 최근 유행은 뭔지, 이슈는 뭔지에 대해서도 남들보다 까막눈이다. 내가 한국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 무관심으로부터 비롯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것도 그런 것이 옛날에는 그래도 뉴스를 잘 챙겨봤었다) 

아마 나랑 비슷한 사람이 많지 않을까. 그러니 정이 넘치던 옛날의 대한민국과는 다르게 점점 소통도 줄고, 각박해지는 사회가 된 게 아닐까... 나는 축하한다는 말을 생일 때 말고는 살면서 들을 일이 손에 꼽는 것 같다. 설령 그것이 임신과 출산, 육아가 아니더라도 우리네 인생은 축하한다는 말을 듣기 살기에 충분한데도, 사람들은 축하한다는 말을 아낀다. 책 속의 문장을 읽고 새삼 생각했다. 축하한다는 말은 아낄 게 아니구나. 초조함을 내려놓고, 조금 더 주변을 살펴볼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체크무늬 슈트, 겨드랑이에 꽂은 신물, 한 손에 에스프레소 잔, 살짝 들어오는 햇살과 매너, 완벽하다. 이탈리아 남자다.
- 24p
매거진의 이전글 23일차, 잊어 줘. 아니, 잊지 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