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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방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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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팔이오 Sep 12. 2022

사랑한다라는 말이 기꺼웠다

사랑한다라는 말이 혀끝을 타고 쏟아졌을 때 나는 참 기꺼웠다 나는 내가 감정이라고는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일을 하고 들어오면 고독한 적막과 극심한 새벽을 마주한 나날이 만연했는데 네가 스며들며 나는 무너졌다 어떡할 거야 이제 네가 없는 일상을 마주할 자신이 없다 내 탓을 하기엔 나는 너무 유약한 사람이고 결국 네 탓으로 돌리기로 했다 비겁하더라도 견뎌 이게 네가 사랑한 나다 내 초라한 자취방에서 불을 꺼두고 한 이불을 덮은 일 땅거미 진 어둠 속에서 겨우 익숙해진 눈길로 네 속눈썹의 개수가 몇 개인지 세어보았던 일 투박한 피부를 내 작고 얇은 손으로 감싸보았던 일 짧은 머리칼을 천천히 넘겨보며 네 눈을 마주했던 일 섹스를 하며 네가 쏟아내는 전부를 받아냈던 일 나는 가끔 무서워 네가 홀연히 사라질까 봐 더 이상 오빠라는 소박한 호칭을 담지 못하게 될까 봐 너의 그 미약한 온기를 손끝에 담아내지 못하게 될까 봐 당신의 이름 석 자가 과거로 머무르게 될까 봐 그런 당신과 나의 뒤섞인 온기, 우리의 일상을 나는 결국 사랑하게 됐다 두 번 다시 사랑을 하지 않겠다고 한 다짐이 무색하게도 감정은 흐르고 터져 내가 결국 사랑한다라는 말을 꺼내게 한다 사랑은 이렇게도 무심한 사람마저 무너지게 한다 나는 당신으로 인해 망가졌다 당신으로 인해 기껍다 당신으로 인해 사랑한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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