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이유. 가득 차버린 그리움
내가 가진 것들
혹은
가질 모든 것들
두드리지 않아도
비어있단 사실을
알 수 있음에
소름이 끼치는 하루하루
소리는 가끔 들리지 않고 모습을
보이며 다가온다는 걸 말이야
그 공유하고 싶지 않은 기분을
너마저도 느끼고 있단
소식을 들었을 때
그렇게나 더러운 기분은 처음이었어
두근거리는 것이
이만치 두려움이 될 줄
저만치 지는 석양처럼
아름답게 빛나다
까만 어둠에 묻혀버리면
어쩔까 싶어서
덜덜 떠는 것을
그만둬버린 마음이
시시때때로 경련을 일으켜
날 힘들게 해
정말 나 어쩌려고 이러니..
두려울 뿐이다 그저 떠올리는 게
선이 그어져 있지도 않은 게
날카로운지
동그란 모양인지도 몰라
자꾸만 만지고 싶게 해
내가 어찌할 수 없게
숨을 가쁘게 쉬며
흥분한 채로 너에게
손을 갖다 대봤지만
허무함이 가득 차
보랏빛으로
나의 모든 것이 물들 뿐이었어
나의 모든 것들을 날카롭게 조각하는
투박한 윤곽뿐인 그림자들이
날 세상 그 누구보다
예민하게 만들어버려선
그래서 지금 내 앞에 네가
나에게 제발
사랑고백이 썸 같은
말이라던지
그런 건 삼가 주었으면
우리 감정과
마음이 끓어오른다면
깨져버릴 유리잔 같은 말은
내열유리잔을 준비한 후 해도 충분해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혹
네가 지금 나에게 하려는 그 말
시간도 사람도 돈도
인연도 다 필요 없어
내 눈은 그렇게 끝내 초점을 잃어버려.
내게 남은 건
초점 없는 두 눈
아마도 그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보라는 듯 무언의 말을
던지는 그림자
나는 무언갈 움켜잡고선
놓질 못하는데
정말 멍청하게
이게 뭔지 알지도 못해
찾고 싶어서 눈을 뜨려고 노력해
어두운 이곳에서 눈을 뜨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면서도
그 마음은 나의 것이 되지 못하니까
잃어버린 세상에서
가질 수 있는 모든 것
다 네가 전부
가져가 버린 기분이니까
온전치 못한 것처럼 하루를 살 거야
둘이 아니라서 다행히 란말
맘속에 쓰고 지우지 않을 거야
이제 자신 있게
내뱉고 미소 지을 거야
흐르는 눈물 더는 닦지 않을 거야
흘러가게 또 이른 새벽처럼
말라버릴걸 알아
주춤 거리지 않을 거고
당당히 그리워할 거라고
그래, 난 아직도 네가 보고 싶어
사랑한단 말을 꾹 참으며 삼키며
물만 겨우 삼키며 살아
너에겐 행복하다 새로운 인연
좋은 사람 만났다고 말해버렸지만
아직 네가 너무 가득한걸
그래서 이제야, 이렇게 시간들이
수도 없이 흘러 머리를 자르러
세 번째로 방문한 이 미용실에서
마음속으로 너에게 말해
난 아직 널 좋아한다고
하나도 괜찮지 않다고
크레파스 한 다스를
입안에 욱여넣은 것만큼
이내 입안이 텁텁했다고 말이야
그래도. 하나 알았으니 괜찮아졌어
조금은 버틸 수 있게 됐어
그게 뭐냐면
아직 우린
이 기억 속에서 만큼은
하나란 사실 하나로도
충분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