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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준 Mar 23. 2017

#열다섯 번째 별빛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이유. 가득 차버린 그리움

부서져버렸어




내가 가진 것들

혹은

가질 모든 것들


두드리지 않아도

 비어있단 사실을


알 수 있음에

소름이 끼치는 하루하루


소리는 가끔 들리지 않고 모습을

보이며 다가온다는 걸 말이야


그 공유하고 싶지 않은 기분을

너마저도 느끼고 있단

소식을 들었을 때

그렇게나 더러운 기분은 처음이었어





두근거리는 것이

이만치 두려움이 될 줄

저만치 지는 석양처럼

아름답게 빛나다

까만 어둠에 묻혀버리면

어쩔까 싶어서

덜덜 떠는 것을

그만둬버린 마음이

시시때때로 경련을 일으켜

날 힘들게 해

정말 나 어쩌려고 이러니..





두려울 뿐이다 그저 떠올리는 게

선이 그어져 있지도 않은 게

날카로운지

동그란 모양인지도 몰라


자꾸만 만지고 싶게 해

내가 어찌할 수 없게


숨을 가쁘게 쉬며

흥분한 채로 너에게


손을 갖다 대봤지만

허무함이 가득 차


보랏빛으로

나의 모든 것이 물들 뿐이었어


나의 모든 것들을 날카롭게 조각하는

투박한 윤곽뿐인 그림자들이

날 세상 그 누구보다

예민하게 만들어버려선


그래서 지금 내 앞에 네가


나에게 제발

사랑고백이 썸 같은


말이라던지

그런 건 삼가 주었으면



우리 감정과

마음이 끓어오른다면


깨져버릴 유리잔 같은 말은

내열유리잔을 준비한 후 해도 충분해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혹

네가 지금 나에게 하려는 그 말

시간도 사람도 돈도

인연도 다 필요 없어

내 눈은 그렇게 끝내 초점을 잃어버려.




내게 남은 건

초점 없는 두 눈


아마도 그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보라는 듯 무언의 말을

던지는 그림자


나는 무언갈 움켜잡고선

놓질 못하는데


정말 멍청하게

이게 뭔지 알지도 못해


찾고 싶어서 눈을 뜨려고 노력해

어두운 이곳에서 눈을 뜨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면서도




그래 널 미워하지 못해 아직도


그 마음은 나의 것이 되지 못하니까

잃어버린 세상에서


가질 수 있는 모든 것


다 네가 전부

가져가 버린 기분이니까


온전치 못한 것처럼 하루를 살 거야

둘이 아니라서 다행히 란말

맘속에 쓰고 지우지 않을 거야


이제 자신 있게

내뱉고 미소 지을 거야


흐르는 눈물 더는 닦지 않을 거야


흘러가게 또 이른 새벽처럼

말라버릴걸 알아

주춤 거리지 않을 거고

당당히 그리워할 거라고






그래, 난 아직도 네가 보고 싶어

사랑한단 말을 꾹 참으며 삼키며

물만 겨우 삼키며 살아

너에겐 행복하다 새로운 인연

좋은 사람 만났다고 말해버렸지만


전혀 아니야


아직 네가 너무 가득한걸

그래서 이제야, 이렇게 시간들이

수도 없이 흘러 머리를 자르러

세 번째로 방문한 이 미용실에서

마음속으로 너에게 말해

난 아직 널 좋아한다고

하나도 괜찮지 않다고

크레파스 한 다스를

입안에 욱여넣은 것만큼

이내 입안이 텁텁했다고 말이야

그래도. 하나 알았으니 괜찮아졌어

조금은 버틸 수 있게 됐어





그게 뭐냐면
아직 우린
이 기억 속에서 만큼은
하나란 사실 하나로도
충분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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